여행막바지


2009. 2. 9. 젠수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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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막바지. 위엔양에 더 머물러야 했으나 몸이 먼저 무너졌다. 약 먹은 병아리마냥 아무것도 삼킬 수 없었다. 구역질이 나서 가슴에 멍이 들 지경이었으나 거꾸로 쏟아내는 것은 역시나 거북하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포기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터미널로 나왔지만 돌아갈 차가 늦은 오후에나 있다고 한다. 하늘이 빙글빙글 돌고 땅이 울렁거렸다. 이곳에서 3일째. 몸은 습하고 눅눅한 이곳에서 빨리 내려가라고 재촉한다. 결국 택시를 불러 구름위에서 내려왔다. 한결 가뿐하다. 그 동안 구름멀미를 한 모양이다. 무사히 내려와서 하는 말이지만 택시 기사놈 운전실력은 달인이거나 귀신이거나쯤 될 것이다. 180도 꼬부라진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동안 눈알이 뒤집어 지는 줄 알았다. 고함을 치고 비명을 질러도 농담인 줄 안다. 싱글싱글 웃는 것이 겸연쩍은 것인지 비웃은 것인지 아직도 헷갈린다.

징홍으로 갈 것인지 푸저헤이로 갈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쿤밍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난샤오에서 젠수이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여행은 이래서 인생과 닮았다고 하나보다. 계획대로 되는 일이 어디있으랴. 간혹 소 뒷걸음치다 닭을 잡기도 하고 미끄러져 고꾸라지기도 한다지 않던가.

아~~완행버스여!
서커스같은 비포장 길이여~!
무슨 정신으로 젠수이까지 견뎠을까! 이놈의 버스는 가지도 서지도 않았다. 정해진 것은 오직 한 가지. 길처럼 생긴 길을 따라 차처럼 생긴 차가 쉼 없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는 것이었다. 바퀴가 한바퀴를 굴러도 가는 것은 가는 것이다. 해가 넘어갈 무렵 젠수이에 닿았다. 도착한 것만으로 꽤 큰일을 해 낸 듯한 뿌듯함이 밀려왔다.

젠수이 고성에서 참한 숙소를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니 지나온 길이 아득하다. 거쳐 가는 도시라고 그냥 놓아둘 수 없는 일. 해가 넘어 갈 무렵 매일 열린다는 야시장을 찾아나서는 길에 젠수이 고성을 걸어 돌았다. 성벽의 규모로 보아 옛 명성이 작지 않았을 것이었다. 야시장은 고성 입구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있었다. 마침 전을 펼치는 중이었는데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돌아 나와야 했다. 손가락만한 벌레들이 고치에 꽂혔는데 그것을 본 아내가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막창골목이나 뭐 그쯤 되는 것 같은데 기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오랜만에 까슬한 숙소에서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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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0 단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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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 게스트 하우스 아주머니에게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더니 추천해 주는 것이 길거리표 미시엔(쌀국수)이다. 위엔양에서부터 계속 먹지 못하고 있다. 컨디션이 조금 올라오는 듯 했으나 여전히 팅팅불어 터진 천근이다. 길거리 음식이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사뭇 다른 청결함과 북적이는 사람들을 믿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사람들은 북적이는 골목귀퉁이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국수를 먹고 있다. 여기서 아침을 먹고 엄마는 출근을 할 것이고 아이는 학교에 갈 것이다. 지난 밤 행복했을 부스스한 연인은 국수그릇을 앞에 두고도 떨어질 줄 모른다. 이국적인 아침풍경과 상큼한 바람은 가라앉은 세포를 조금씩 깨웠다. 여행 중 기억에 남는 멋진 아침이었다. 미시엔 한 그릇에 5원!

이제 게스트 하우스 데스크에서 가져온 한 장의 팜프렛을 들고 단산으로 간다. 우리네 양동마을쯤 되나보다. 광산으로 돈을 번 장씨 8가족이 단산에 마을을 이루었다. 대 저택이다. 만듦새 하나하나가 정교하고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관광지로 개발되지는 않았으나 마을에서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문화 혁명기를 거치면서 이렇게 화려한 집을 소유한 지주들이 온전할 리 없었을 것이다. 장씨 8가족은 그들이 부리던 이들에게서 쫓겨나고 빼앗겼다. 애초에 가치를 알리 없는 무례배들은 이 아름다운 집에서 소를 키우고 돼지를 먹였다. 단청이 아름다운 기둥과 서까래는 숫 검댕을 두툼하게 두르고 있었으며 떨어져 나간 자리엔 손에 잡히는 아무것으로나 막아 놓았다. 물건은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에게 있을 때 온전한 빛을 발한다. 그나마 오직 온전하게 남은 한 곳은 아니나 다를까 유일하게 후손이 집안을 지키고 있는 곳이었다. 이곳 또한 두 노인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탓에 한쪽은 기울고 허물어졌으나 정성스런 손때는 온전하였다. 손부며느리는 여전히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말이 통하지도 않는 외국인을 붙들고 집안 곳곳 빼곡한 역사들을 알려주려 하는데 역부족이다.  노부부만 달랑 남은 허망하게 넓은 집은 한때의 영광처럼 한쪽이 기울고 허물어졌으나 이방인의 관심이 자존심 한 귀퉁이 무너지는 안타까움은 조금 덜어주었을 것이다. 밥 먹고 가라고 잡는 손길을 정중히 내려놓고 돌아서는 걸음이 무겁다. 마을은 순박했으나 계통이 없었으며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4원짜리 빵차로 돌아왔다.

이날 늦은 오후. 젠수이에서 쿤밍으로 돌아왔다. 위엔양으로 떠날 때 찜해두었던 난야오짠 앞의 그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돌아가기 전에 한번쯤은 근사한 숙소에서 묵어보자는 심산이다. 밤새 앓았다.

이제 보름의 여정이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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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많이 편찮다하시길래~ 저도 택시기사 마냥 웃고 있었던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네요.
    근데 찬찬히 헤아려보니~ 그제서야 다녀오신곳이 얼마나 높았었는지 짐작했지 말입니다.

    더불어 종편을 향해가는 안타까움이 또 앞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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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저 국수가 간절히 필요한 아침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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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워드프레스 이 사진 포스팅 시스템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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