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


사막.

사막이라면 어떤 것이 떠오르십니까? 아마도 어린왕자나 아라비안나이트, 그리고 여러 아름다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지평선까지 펼쳐진 모래언덕, 바람소리마저 잦아드는 적막한 공간, 별이 쏟아지는 하늘과 사막에서의 하룻밤은 사막을 낭만적인 곳으로 상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사막은 지구와 인간에 대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입니다.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와 무분별한 개발, 환경오염이 직접적 원인이 되어 사막은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진전되고 있습니다. ‘사막화’라 불리는 이 현상은 지구 육지의 1/3에 해당하는 건조 또는 반건조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년 600만ha의 반건조지역이 사막으로 변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인구만 1천7백만 명에 달합니다. 산업과 환경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매년 수천만 명이 사막화로 인해 피해를 입는 셈입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유엔(UN)은 1994년 파리에서 사막화방지협정을 체결하지만, 2017년 현재 사막화는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만 매년 여의도 면적 3배의 사막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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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중문화청소년협회[미래숲]는 16년째 사막화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NGO입니다.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쿠부치(庫布齊)사막에 1천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어 사막의 진전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쿠부치사막은 한국으로 불어오는 황사의 40%가 발생하는 곳입니다.

지난 5월, 2017년 한중 녹색봉사단 방중활동을 위해 사막으로 떠났습니다. 2016년에 이은 두번째 여정으로, 작년보다는 조금 적은 100여 명의 청년단원들이 함께했습니다. 작년에는 10여 명의 최재진이 동행했으나, 올해는 제가 몸담고 있는 환경TV만이 참석했습니다. (그나마, 저와 카메라감독 한명이었습니다.) 사드(THAAD)로 촉발된 양국간의 갈등이 민간 활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진행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소식을 듣고 노심초사했었습니다. 갈등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사업이 진행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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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아침 일찍 김포공항을 출발, 2시간 여 만에 베이징수도국제공항(北京首都国际机场)에 도착했습니다. 목적지인 네이멍구까지는 다시 기차로 12시간을 달려야 합니다. 늦은 밤 기차를 타기 전, 약 반나절의 문화체험활동이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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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문지는 첸먼다제(前门大街)입니다. 명나라 가정(嘉靖) 29년 조성된 유서깊은 거리인데,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강제철거와 도로정비가 시행되면서 낯설고 언밸런스한 상점가로 거듭났습니다. 거리를 걷다 보니 우리의 인사동에서 받게되는 어색함이 느껴졌습니다. 여기도 엉망으로 개발됐군. 난개발만큼 나쁜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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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긍정적인 청년단원들을 보며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하나하나 눈에 넣으려는 젊은이들의 태도에 마음도 다잡았습니다.

이번 여정에는 한국의 젊은이들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케냐, 에콰도르, 미국에서 온 젊은이들도 함께 했습니다. 세계사막화방지협약(UNCCD)의 주무관까지 함께 하며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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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길가에 주저앉은 저와 카메라감독이 재미있었나봅니다. 지나치다 말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표정이 해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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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의 주역이자, 4대 주중대사를 역임한 미래숲의 권병현대표입니다. 여든의 연세로 여전히 모든 사업을 챙기고, 사막을 걷고, 나무를 심는 분입니다. 처음 여정에 참여했을 때, 평생 기억할만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길이라고 생각하면 가기를 주저하지 마라.”

여전히 건재한 모습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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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먼다제를 벗어나 텐안먼(天安门)으로 향했습니다.

민주화운동으로부터 18년이 흘렀습니다. 텐안먼에 다가갈수록, 당시 흘렀을 수많은 인민들의 피가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처음 방문한다는 설레임은 좀처럼 느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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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안먼에서의 오후 일정을 끝으로 베이징역(北京站)에 도착했을 때는 어스름이 지고 있었습니다. 처음 베이징역을 봤을 때의 당황스러움은 어느새 친근함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피크시 12만 명이 이용한다는 베이징역은 차라리 공항 규모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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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멍구 바오터우(Bāotóu)까지 데려다 줄 쾌속을 타러 갔습니다. 러시아 카렐리야공화국으로 떠나던 플랫폼도 그랬고, 2016년 방문에서의 베이징역도 그랬는데, 대륙의 기차역은 유독 멜랑콜리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주아주 먼 곳으로 떠나기 때문일까. 전쟁터로 나가는 가족과 연인을 떠나보내던 곳이기 때문일까. 낮은 조도의 불빛 사이를 천천히 걸어 객차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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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차는 스탭들이 머무는 4인실과 청년단원들이 사용하는 6인실로 나뉘어있었습니다. 맥주를 들고 두어 칸 떨어진 6인실로 젊은이들을 찾아갔습니다.

작년에는 최재진들이 별도로 움직이는 바람에 젊은이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단 둘이다보니 아예 조에 배정되었습니다. 가까이에서 청년단원들의 생각을 듣고 그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점에서 더 좋았습니다. 바오터우에 도착하기 전 새벽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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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정신을 놓고 있다가 기차에서 뛰어내리다시피 했었습니다. (덕분에 충전선을 기차에 놓고 내렸습니다.) 올해는 그러지 않으려고 짐도 미리 싸두고 일찍 일어나 세수도 했습니다. 그래봤자 잠이 덜 깬 얼굴로 기차에서 내려 조금은 쌀쌀한 플랫폼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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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을 빠져나와 기념촬영도 없이 바로 버스에 올랐습니다. 사드로 인한 양국의 갈등은 먼 네이멍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한국어로 씌여진 플래카드가 문제가 되고, 한국어로 말하는 집단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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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식당에 들러 몽골식 아침을 먹고 바로 쿠부치사막으로 향했습니다. 바오터우 역에서 1시간 여를 달려 녹색장성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사막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막을 체험하기 위한 사막 트래킹 프로그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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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물을 나누고 사막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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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은 물론 아름다웠습니다. 파아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들의 컨트라스트가 자꾸만 시선을 잡아 끌었습니다. 하지만, 바닷가의 모래와는 달리 한없이 곱기만 한 사막의 모래는 가만히 서있어도 발을 밑으로 잡아당겼습니다. 자꾸만 발이 빠져서 바쁘게 걷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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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간의 조림(造林)사업의 성과가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습니다. 완전히 황폐하던 사막에 조금씩 숲이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더 많은 숲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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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만나지 못한 모래폭풍을 만났습니다. 숨을 쉬기 어려웠지만, 가만히 서있으면 발이 빠지니 계속 헤쳐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높은 언덕위로 대피한 일행도 다르지 않은 상황인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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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여의 여정으로 넉다운 될 때 쯤, 가장 높은 모래언덕 위에 올랐습니다. 멀리 황허(黃河)의 지류가 보이는 곳에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순간, 고요함만이 가득했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의 기념촬영을 해주고 잠시 눈길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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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허의 지류를 바라보며 언덕을 내려갔습니다. 작년에는 경사면을 뛰어내려갔는데, 올해는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신발을 터느라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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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아래 대기하던 트럭에 올라 사막기지로 향했습니다.

… to be Continued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 , ,

1개의 댓글

  1. 혈기왕성한 젊은 분들 모습 보니~ (저도 언제가 그랬냐는듯~ 훌적 훌적~ T.T)

    암쪼록 눈물을 닦고 잘 읽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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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기대와 감동 장전중입니다. 다른 의미로 몽고는 제게 늘 로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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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올해도 수고하셨습니다.
    기대가 많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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