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나를 둘러싸다 – 2년 간의 사진 기록


우연한 기회에 한겨레문화센터에서 하는 이재갑 선생님의 다큐 사진 강좌를 알게 되어 수업을 신청하였다. 두 달 동안 8번의 모임을 갖는, 길지는 않은 수업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사진을 찍고 보는 데 있어서 매우 많은 사고의 확장을 꾀할 수 있던 소중한 기회였다.

수업 내용 중 본인의 작업에 대한 촬영계획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있었다. 주된 목적은 현재 구상 중인 작업에 대한 계획 수립이었지만, 난 먼저 그동안 찍었던 내 사진들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 봤다. 특히 한국에 돌아온 이후 약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난 어떤 시선으로 이 곳을 느끼고 보아 왔던 것인지 되돌아보는데 중점을 두었다.

제일 먼저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 중 가족사진들을 제외하고 개략의 선택 작업을 거쳐 약 500장의 사진을 3×5 크기로 인화했다. 이후 한 달 조금 넘는 시간 동안 4차례의 돌아보기와 생각 정리를 거쳐 50여 장으로 추린 후, 마지막으로 20장의 사진을 선택했다.

그동안 이런 작업을 생각만 하고 막상 실천에 옮겨 본 적은 없었는데, 큰 마음을 먹고 실행해 보니 생각보다 배우게 된 점이 많았다. 특히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내 사진의 다른 면을 보게 되고, 또 앞으로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부끄러운 사진과 기록일 수도 있지만 내 생각을 공유해 보고자 이 곳에 올려 본다.


* 주제 : 삶, 나를 둘러싸다 – Life, surrounding myself

(일단 제목은 뭔진 몰라도 멋있게 지어야 한다고 배웠다!)

* 촬영 기간 : 2015년 중반 – 2017년 봄

* 장비 : Zorki / Barnack IIIf / Nikon 28Ti / Olympus Mju: / Fuji X-Pro 2

(이렇게 적으니 장비질 많이 한 것 같지만;; Zorki는 두 롤인가 찍고 잃어버렸고; Mju:는 예전에 사릴 받았던 것 잘 쓰다가 이제 다시 사릴했고; X-Pro2는 디지털을 조금 제대로 써 보고자 얼마 전 들인 겁니다…)

* 이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

사진이 가진 가장 큰 힘 중 하나는 역시 기록이다. 사진을 통해 나의 삶, 나를 둘러싼 내 주변의 일상을 기록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내 일상과 주변을 담는 것이 결국, 일정 부분은, 내가 살았던 시대를 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내가 서 있고, 내가 숨 쉬던 곳의 일상을 찍는 것은 나의 퍼스널 다큐이자 동시에 시대의 기록이다.

현실은 그 끝을 알지 못하는 무한의 극 다면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나의 사진 기록은 극 다면체의 무수한 단면 중 바로 내가 본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작업이다. 다면체는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서로 다른 여러 면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중 한 단면의 기록은 필연적으로 그 시대의 일부를 내포하게 된다.

위 생각은 내 의식의 근저에 있는,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이다. 그리고 향후 내 사진 작업의 지표이기도 하다.

(사실 베를린에서 돌아온 후 다시 카메라를 잡으면서 어떤 거창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지금 이 글도 작업 전에 미리 생각해 본 것은 아니고 그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막연히 내 머리 속에 담아 놓았던 생각을 조금 더 정리하고 가다듬은 것이다. 촬영 시작 전부터 미리 계획과 생각을 정리하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 이렇게라도 적어 보니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촬영 일정 :

출퇴근길, 사무실과 낮 시간 일상, 주말의 하루 등 내가 걷고 움직이는 순간의 모든 것에서 가능한 한 셔터를 누른다. 촬영지는 내 일상의 서울이 될 수도 있고 먼 타지의 출장길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것이 되었든 담고자 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 접근방법 :

과초점으로 고정한 카메라로 노출만 맞추어 사진을 찍는다. 다만 부러 캔디드 사진을 노리는 것은 아니며 그냥 내 눈에 보이는, 내가 서 있는 공간을 있는 그대로 담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영향을 받은 작품 및 사진가 :

‘아, 이 사람이다’ 하면서 바로 떠오르는 작품이나 작가는 없다. 다만 맥이 조금 다를 수는 있는데 한 장 또는 몇 장의 사진을 통해 순간과 세월의 흔적을 보여 주었던 작업으로 강제욱 사진가의 ‘벽’ 시리즈를 좋아한다.

아주 예전에 비슷한 구상을 한 적이 있는데 여행을 다니면서 한 도시 또는 장소마다 바로 내 발 밑의 땅을 정방형으로 담는 작업이었다. 보도블록이 될 수도 있고, 아스팔트나 모래 바닥이 될 수도 있다. 그냥 내가 서 있었고, 또 그 시공간에 존재하는 땅을 담는 것이 그 도시와 장소의 한 단면을 기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게으름에 결국 실천하지는 못 했지만…)


* 작업 과정 :

첫 시작은 4월 상해 출장길 중. 이후는 집에서 정리한 후 컴퓨터로 작업.

1. 늘어 놓기
늘어 놓기
2. 1차 정리
1차 정리
3. 2차 정리
2차 정리
3. 3차 정리
3차 정리
4. 4차 정리
4차 정리

* 최종 선정:

시간 / 공간 / 설명만 간단히 붙여서 시간 순으로 나열.

2015_08_Seoul_Early Morning
2015년 08월 / 서울 종로 / 출근길
2015_09_Chile_Divisadero_Plane
2015년 09월 / 칠레 Divisadero / 공항
2015_10_Seoul_Tongeui
2015년 10월 / 서울 통의동 / 일상
2015_12_Gwanghwamun
2015년 12월 / 서울 광화문 / 노숙농성
2015_12_Seoul_02
2015년 12월 / 서울 남대문 / 커피
2015_12_Seoul_Snowy day
2015년 12월 / 서울 청계천 / 폭설
2016_01_Irvine_Morning Walk
2016년 01월 / 미국 Irvine / 새
2016_01_Irvine_Street
2016년 01월 / 미국 Irvine / 대학
2016_01_Korea_Train
2016년 1월 / 기차 / 고향 가는 길
2016_02_Jongro_On the way home
2016년 02월 / 서울 종로 / 퇴근길
2016_03_Seoul_Euljiro
2016년 03월 / 서울 을지로 / 을지면옥
2016_08_Seoul_Baseball Park
2016년 08월 / 서울 잠실 / 야구장
2016_09_LV_Couple
2016년 09월 / 미국 Las Vegas / 커플
2016_09_NY_Broadway
2016년 09월 / 미국 New York / 브로드웨이
2016_10_Seoul_Daily Lives
2016년 10월 / 서울 통의동 / 토요일 외출 복귀
2017_01_Seoul_Jongro_3ga
2017년 01월 / 서울 종로 / 이발소
2017_02_Seoul_Morning Walk
2017년 02월 / 서울 경복궁 / 출근길
2017_02_Seoul_Train Station
2017년 02월 / 서울 서울역 / 부산행
2017_03_Seoul_After Impeachment
2017년 03월 10일 / 서울 인사동 / 경찰 대오
2017_03_Seoul_Anti-Impeachment Demonstration
2017년 3월 / 서울 시청광장 / 탄핵 이후
카테고리:Essay태그:, , , , ,

1개의 댓글

  1. 아~~진짜 멋지네요. ㄷ
    고맙습니다.

    Liked by 1명

  2. 잘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값진 경험을 하신것 같아요.
    부럽고 멋집니다. ㄷ

    Liked by 1명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