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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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곧바로 철강회사에 취직하였다. 전공에 부합하는 선택이었다. 짧은 신참교육을 마치고 QC 부서에 발령을 받았다. 나는 볼트/너트, 타이어코드, 베어링 등의 소재로 쓰이는 선재(線材)라는 제품을 담당했다. 당시 선재제품 생산에 있어 선진기술과 공정기법들은 대부분 일본 고베제철소에서 보유하고 있었기에 ‘고베’라는 이름은 신입사원의 뇌리에 ‘동경’의 동의어로 각인되었고, 십 여년이 흘러 깊숙히 접어두었던 ‘동경’은 마침내 ‘여행’을 통해 시각화 되었다.

오사카로부터 한 시간 이상 달려 도착한 고베 산노미야역. 결벽의 도시 교토와 달리 고베는 산노미야역에서 호텔로 찾아 들어가는 골목 귀퉁이 그리고 도로 옆 연석 아래 널린 익숙한 너저분함과 자유 분방함으로 나를 맞았다. 시끌벅적한 난킨마치와 이진칸 그리고 지진의 흉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메리켄파크는 고베의 과거와 상처를 말하고 있었고, 개화기 이후 항구를 통해 들어온 다양한 이문물들은 고베라는 용광로에 융해된 후 도시 곳곳에 벚꽃향기 머금고 용출되어 있었다.

애써 간절히 기다려 온 것은 아니었으나, 고베라는 도시와 그 속의 사람들은 친근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경주-교토, 포항-고베라는 유사성에 타국의 낯섬은 이내 무뎌진건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고베를 찾는다면 ‘하루키의 여행법’을 따라 걷는것도 좋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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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Drifting, Essay, Gallery, uncategorized태그:, , , , , ,

1개의 댓글

  1. 내가 Q전공입니다.^^
    괜히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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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주아비님은 철의 싸나이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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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고베 사진 더 보여주실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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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오!! 철 다루는 사나이! 이셨군요.
    신입 시절에 생긴 ‘동경’을 직접 눈으로 몸으로 보고 느끼고 오셨네요. 걷는거 좋아하는 저같은 사람에게 고베는 무척 매력적인 도시인거 같습니다.

    주아비님 덕분에 저도 동경이 생겨버렸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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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츠카모토 신야의 철남은 보신거죠? ㄷ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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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뭔가 더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의 글과 사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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