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개무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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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16 새벽, 지묵게스트하우스, 여장을 풀기도전에 둘러 앉아 차곡차곡…새벽이 하얗게 새도록 차곡차곡^^]

다시 운남! 꼬박 2년만이다. 그러니까 그 때 당주가 차 친구들을 초대했던 때가 2015년 1월 이었으니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그리움이 짙을수록 시간은 느리고 크게 느껴지는 까닭에 공사다망했던 지난 시간들이 아득하기만 하다. 작년 이맘때쯤에도 그랬다. 어렵게 비행기 표를 구해놓고도 생활에 묶여 떠나지 못했다. 그리움만 켜켜이 쌓였다.

해마다 서너 번쯤은 이런 일 저런 일로 중국 땅을 밟으면서도 차산은 언제나 그리운 동경이다. 좋고 싫은 것에 몇 마디 변죽정도 가져다 붙일 수야 있을 테지만 끌림이란 건 더 깊은 곳에서 울리는 공명인 까닭에 이유랍시고 붙일 사족 따위는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게 ‘피안’이거나 그런 어떤 곳, 운남은 그런 곳이다.

2016. 12. 22 12:13  “피울아! 한번 와야겠다…폼 나게 잔치한번 할란다…까짓것 뭐 있어! 폼 나게 노는 거지…니가 한 꼭지 해라…응 그랴~~~”

당주에게서 온 전화다. 일 년 내내 전화한통 드문 양반과 반시간여 통화 했다. 자운청조로 옮긴 지묵당, 공사이야기와 오프닝, 국제차우회 소식을 전하면서 청한 당주의 부름은 꽉 찬 그리움을 터뜨리기에 충분했다.

2017. 1.11 14:09 “형님. 힘들더라도 일찍 말씀드리는게 나을 듯하여…목하 고민 했습니다. 새해 들어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운남 여행은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말씀을 드려야 다른 준비를 하실 듯 하여 면구함을 무릅쓰고 양해를 구합니다.”

안타깝지만 이번에도 포기해야 할 모양이다. 당주께 양해를 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벨이 울린다. 죽천향님이다. 마치 아신 듯.

“피 선생! 운남갑시다.”
“아니 선생님! 알고 전화하신 겁니까?”
“응?”
“방금 지묵님께 못 간다고 문자 보내던 참입니다.”
“그래! 그러지 말고 웬만하면 갑시다. 같이 가야 재미있지.”
“아니 그런게 아니라…”

함께 가자신다.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벨이 울렸다. 당주다.

“왜! 무슨 일이 생겼나?”
“그게 아니라…”
“웬만하면 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무지 가능하지 않을 것 같던 일이 그 사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방법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입으로는 곤란하다는 말을 쏟으면서 머릿속엔 이미 비자와 항공권 걱정을 하고 있었다. 며칠 다녀온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어렵게 가는 만큼 뽕이나 뽑고 오자. 선택이 어렵지 결정되고 나면 실행은 일사천리다.

2017. 2. 16 02:30 곤명에 닿았다. 트랩을 내려서면서 길고 깊게 들이마셨다. 여전히 깨끗하고 시원하구나. 이 새벽에 직접 마중나온 당주의 표정이 환하다고 생각했다. 연착이었으니 상당시간 기다렸을 것이다. 오후부터 벌써 세 번째 나오는 마중이라고 했다. 기분 좋은 알코올 냄새가 났다. 구름의 남쪽에서 하얗게 새벽을 맞은 우리는 모두 감개무량이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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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운남과 같은 곳은 한번 친해져도 나쁘지 않을 듯 싶습니다.
    한국에서 비교적(?) 가깝기도 한듯 싶구요.

    가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을 너무 멀리 두는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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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번 겨울 운남여행기의 시작이군요.
    기대가 많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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