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 거지.


2017. 2. 16

여행이 주는 여유 덕분인지 두어시간 눈을 붙였을 뿐인데 개운하다. 눈을 비비면서 포트에 전기를 넣었다. 물이 익을 동안 집(or 게스트 하우스) 구경이나 하자. 저택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삼층이 한 덩어리다. 대리석과 옥과 나무와 흙으로 가꿔놓은 보금자리는 은근하면서도 가볍지 않다. 이층은 주인 내외가 쓰고 일층은 어르신이 쓴다. 삼층은 오늘처럼 객들이 차지하게 될 모양이다. 베란다를 개조해 놓은 쪽으로 하늘이 거실까지 쏟아진다. 난방에 익숙한 몸은 햇빛을 만나자 저절로 해바라기가 된다. 새벽 한기를 차로 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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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귀에 맛집스런 식당들이 몇 집 늘어서 있다. 이른 아침부터 점심까지만 장사 하는 것 같다. 늦은 오후가 되면 문이 닫혀있다. 이런 것을 보면서 24시간 벌어야하는 집중과 효율화가 정작 합당한 그러니까 ‘처음부터 옳은’것인지 되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차실로 안내하시겠다며 어르신이 앞장서신다. 차가운 아침이다. 이곳에 오면 희안하다 싶은 것 중에 하나가 바람이 불거나 기온이 내려가면 뼈가 시리다는 것이다. 살에 닿는 바람이 낯설다. 동네어귀엔 만두와 미시엔 따위를 파는 식당들이 늘어섰다. 그 중 한집에 들어 뜨끈한 미시엔으로 고단한 속을 달랬다. 국수 한 그릇은 이렇듯 푸짐해서 푸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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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은 식당을 안내하고 옆테이블에서 따로 드셨다. 배려였을 것인데 같이 드시자고 몇번이나 강권했음에도 합석하려하지 않으셨다. 중국인들의 아침문화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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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반긴다. 현관을 넘어 들어서면 긴 회랑을 지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연결된다. 지묵당 본사]

걸어서 십여 분, 자운청조 안쪽 물가에 지묵당 편액이 높게 걸렸다. 으리으리하다. 긴 시간 공을 들인 공간인 만큼 기대가 없지 않았으나 이렇게나 큰 공간이 필요한가 싶을 만큼 웅장하다. 1층은 접객공간과 전시장이다. 매장을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를 타면 7층으로 연결된다. 한 층을 통으로 사용한다. 한식, 중식, 일식 차실을 따로 꾸며 놓았으며 상당한 규모의 교육장도 갖추어져 있다. 곳곳에 커다란 다탁이 놓여 있으며, 중앙 로비는 속이 시원할 만큼 트인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맹해에서 직접 흙을 가져다 발랐다는 황토벽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높은 천정 아래로 거대한 돌기둥 조각을 가져다 놓아 공간의 육중함을 더했다. 한국적 소품들로 여백을 채운 것은 당주의 안목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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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맞아 준 리리. 터줏대감 리리는 창업때부터 근무한 가장 고참이다. 10여년 한결 같은 친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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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안드는게 있는지 외주를 준 업체 책임자를 불러 나무랐다. 저 녀석 열라 깨지고…]

건물 밖에선 모래부터 있을 행사준비로 부산하다. 커다란 무대가 연못위에 만들어지고 있으며 천막과 테이블 따위의 구조물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들의 일하는 방식은 여전히 사람이다. 흔해서 귀한 것은 없다지만 아직까지는 사람 손을 빌리는 것이 경제적인 모양이다. 일의 속도가 더뎌 보이지만 어떻게든 일정에 맞춰낸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답답하다고 재촉해서 될 것도 아니다. 일의 규모로 보아하니 행사규모가 장난 아닌 모양이다.

“아~~이놈들 일하는 것 보면 징해”
“ㅎㅎㅎ 맘에 안 드는 일 있어요?”
“아~~저놈들이 입간판을 저렇게 만들어 놨잖아. 바람이 불면 저게 붙어 있는가?”
“그렇다고 지금 와서 어쩝니까?”
“새로 하라고 했어!”
“지금해서 내일까지 돼요?”
“안되는 게 어딨어! 하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 거지. 기왕에 하는 거 폼 나게 해야 할 거 아녀.”
“…”
“아~~하면 제대로 해야지. 통으로 더 크게 제대로 만들어 세우라고 했어.”
“그게 내일까지 된데요?”
“보라고 붙혀 놓은 거면 눈에 보이게 붙여야 될 거 아녀!
(다음 날 저녁 내 키만 하던 입간판은 컨테이너 크기로 다시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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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에서 온 백족꾸냥 ‘송문’이라는 이 친구는 대학에서 무역을 전공했다. 차가 좋아서 차예를 한다고 했는데 까부잡잡한 피부에 기품이 있는 미녀 차예사였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행사까지는 아직 이틀이나 남았는데 너른 차실은 이미 손님들로 인산인해다. 전국에서 초대된 손님들이 차곡차곡 도착중이다. 이렇게 미리 도착한 손님들은 낮에 잠시 개인적인 볼일을 보기도 하지만 사업적인 이야기도 나누고 일찍부터 잔치의 전주를 즐긴다. 도장 찍듯 다녀가는 우리네 풍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우리도 이랬던 적이 있었다. 잔치가 열리기 여러 날 전부터 방방곡곡에서 친지들이 모였고 종일토록 먹고 마시고 떠들고 놀았다. 잔치는 잔치가 끝나도 며칠간 이어졌다. 대륙엔 아직까지 이런 모습이 고스란히 남았다. 퇴행적인 것인지 대륙적 풍모인지 가늠할 수 없으나 이들의 시계는 적어도 우리보다는 길고 느리게 흐른다. 잃어버린 향수에 대한 그리움은 반가움을 넘어 급기야 부러움으로 번졌다. 빼곡하게 모여 앉아 차 판을 벌이던 사람들은 늦은 오후에 잠시 느슨해지더니 해가 넘어가자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당주는 술과 음식을 권하고 초대된 객은 노래로 화답했다. 이렇게 축제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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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저녁은 바쿠스의 시간이다. 식사시간 그대로 축제, 본 게임을 위한 전주이거나 예열이거나.]

.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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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시식과 구매가 동시에 가능할 수도 있을런가요?

    앞으로 읽을 내용들도 궁금해집니다.

    Liked by 1명

    • 뭘 구매할런지는 몰라도 구매는 늘 진리죠^^
      중국차와 장남감 관련해서는 그레이드별로 취미, 구매, 공부, 개업 상담까지 가능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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