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egu


아이들이 다닌 초등학교 뒷편으로 옛 마을이 한 블록 정도 남았다. 한 사람 겨우 지나 다닐 정도의 골목이 생긴대로 나 있는데 온기라고는 느끼기 힘든 철거촌 느낌이 난다. 어떤 집 앞에는 판자나 박스 따위가 쌓여 있고 또 어떤 집 앞에는 리어커와 낡은 스쿠터가 서 있는데 근래에 움직인 흔적은 없다. 연탄재가 차곡차곡 모인 집도 있고 그렇게 모아 놓은 연탄재가 허물어져 난장판이 된 집도 있다. 발걸음을 죽이면서 사박사박 걷다보면 간혹 가래 끓는 소리가 창너머로 건너 오지만 생력을 느끼기는 어렵다. 때때로 만나는 길고양이가 주인인냥 뚫어져라 쳐다 볼 뿐이다. 매마른 이 곳에 며칠동안 젊은 무리가 다녀 갔다고 했다. 길가에 있는 담벼락 몇 곳이 알록달록 색을 입었다. 학교에서 인접한 몇 집은 헐려서 원룸형 건물이 몇 채 들어섰는데 남루하기는 매 한가지다. 소문엔 어디서 전부 수용했다고도 하고 콧구녕 만한 이곳을 수용해서 뭐 할게 있다고 사들이겠냐며 헛 소문이라고도 했다. 근래 허물어진 담벼락이 부쩍 늘어 났고 대낮에도 걸어 잠긴 대문도 많아졌다. 갈비뼈 마냥 서까래를 드러내고 나뒹구는 집들이 늘어나면서 기괴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사람들 눈을 마주치기 어려운 곳이라 발걸음이 자주 오는 곳은 아닌데 더 늦기 전에 기록을 해야 할 것 같다.

2016. 3월 ~ 6월 / 대구 복현동
Ricoh GR

카테고리:Essay, Gallery태그:, , , ,

1개의 댓글

  1. 칼라풀 대구가 아주 열정적인 색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대프리카가 쿠바도 품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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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흑백이 아닌 사진을 보니 뭔가 좀 어색하기는 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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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첫번째 사진 이미지 묘하네요.
    칼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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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GR의 색도 참 오묘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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