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는 이미지가 아니다.


일년에 겨우 두어번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작업실은 이속에 독락의 성소입니다. 허접합니다. 덩그러니 확대기에 수도시설은 문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에어컨도 없고 보일러가 고장이라 여름이나 겨울엔 인화작업을 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이 작업실을 이용하기에 ‘딱’인거죠….정수기 물을 빼면 딱 20도! 현상하고 인화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추억은 인화지에 노광될 때 비로소 살아나 온전히 추억이 됩니다. 컴퓨터 하드에 또는 스마트폰 사진함에 보관된 파일들이 이미지라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이렇게 꼭 아날로그 작업이어야 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잠자고 있는 파일들을 깨워 종이에 옮겨보면 좋겠습니다. 물질만이 전해 줄 수 있는 느낌이 있습니다. 모니터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그런 것 말이죠.

jpg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냥 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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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암실입니다. 싸구려 테이블을 바꿔야 겠다고 생각합니다만 행동에 옮겨지지가 않네요. 게으름이 천성이라 안타깝기가 국회의사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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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L7452 흑백전용 확대기를 사용합니다. 미국으로 사진유학 간 지인이 쓰던 것인데 강원도에서 데려왔습니다. 벌써 강산이 한번쯤은 변한 것 같은데요. 4×5 시트 필름까지 작업할 수 있습니다. 아주 깔끔한 확대기 입니다. 타이머랑 이젤 등 악세사리들도 모두 제치들이라 나름 만족스런 조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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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약품을 준비합니다. 현상액, 정지액, 정착액, 1차수세, 테스트 용지 버릴 여분의 바트까지…스텐 싱크를 주문해서 수도시설을 할까 싶기도 한데 배수문제도 있고 공사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아직은 그냥 두고 있습니다만. 이집에 계속 살겠다는 확신이 서면 공사를 해야겠어요. 정지액을 담은 바트는 덮어둡니다. 현상이나 인화를 해 보신 분들은 이유를 아실 듯 한데요. 나름 저만의 노하우라고도 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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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이제 인화할 네거티브를 골라야죠. 이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라이트박스나 밀착해 놓은 것이 있으면 쉽게 선택 할 수 있을테지만 번거럽고 또 그렇게 치밀하지 않은 사람이라 백열등으로 족합니다. 한 컷 한 컷 들여다 보는 재미는…뭐랄까요. 보물상자에 쌓아둔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는 그런 느낌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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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한 네거티브를 케리어에 물려서 확대기에 겁니다. 두근 반 세근 반…글을 쓰는 지금, 생각만으로도 즐겁네요. 달깍…케리어를 확대기에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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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등을 제외한 조명을 모두 끕니다. 상이 맺히네요. 핀을 맞춥니다. 이 순간은 늘 짜릿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사진 찍을 때 보다 이때가 기분이 더 좋습니다. 테스트 인화지를 올려서 노광시간을 측정합니다. 2초 간격을 두기도 하고 3초 간격을 두기도 하고 화이버 베이스 인화지인 경우는 노광시간을 훨씬 더 줘야 합니다. 원고가 좋으면 대부분 1차 테스트로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컨디션이 꽝이거나 원고가 거친 것은 한번쯤 테스트를 더 해서 데이터를 얻습니다. 이제 인화지를 이젤에 꼼꼼히 물리고 타이머를 셋팅합니다. 한번에 다 주지 않고 잘라서 여러번…이 때 닷징, 버닝을 열심히 합니다. 저는 주로 2호반, 4호반 필터를 주로 사용하는데요. 가끔 0호나 5호 필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작업한지 오래 되서 감각도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만 대략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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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 정지, 정착은 암실에서 이루어 집니다. 1차 수세를 마치고 2차 수세를 위해 암실밖 싱크대로 왔습니다. 노광이 적당합니다. 맘에 들어요. 수온이 작업하기에 ‘딱’입니다. 게다가 맘에 드는 인화물을 보는 것 만큼 기분좋은 일도 드물겁니다. 흐르는 물에 꼼꼼히 씯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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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의 인화물이 완성되었네요. 이제 말리면 됩니다. RC인화지 전용 건조기를 쓰기도 하고 널어서 빨래처럼 말리기도 하는데 저는 헤어드라이기로 말립니다.^^

오랜만에 작업실 청소라도 좀 해야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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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아아 마지막으로 암실에서 뽑아본지 10년.. 사진만 봐도 다시 두근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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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역시 인화가 최곱니다.
    오래전에 딱 세번 인화해보고는 언젠가 다시 하리라 맘 먹고 보관하던 확대기를
    6년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오면서 도저히 공간이 안나와서 결국 헐값에 다 처분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하는지도 기억이 안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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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참 맘에 와닿는 글입니다. 작업실도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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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글을 읽으며 확대기를 재가동하겠다는 생각이 불끈불끈 납니다만,,, ㅎ
    게으름에 영 다시 시작하기 어렵네요..
    jpg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냥 파일입니다.,, 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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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인화물 스캔도 좀 보여주세요.. 그것도 쉽지 않던데 ㄷ ㄷ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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