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많은 이들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에는 사막의 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별이 쏟아지는 하늘과 바람 소리마저 잦아드는 고요한 시간은 꽤 낭만적인 얘기겠죠. 개인적으로도 언젠가 한번은 꼭 해보고 싶던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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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오기 이틀 전, 베이징(北京)으로 떠난 1, 2조를 제외한 단원들은 사막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막 기지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게 된 거죠.

시내의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아침 일찍 사막기지에 도착했습니다. 인근을 함께 정리한 후 단원들은 다시 나무를 심으러 갔습니다. 잠시 기지에 머물렀다가 카메라를 챙겨 사막 마을과 평원의 풍경을 담으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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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 바로 앞에서 양떼를 만났습니다. 물어보니, 곽노인의 양들이라고 했습니다. 곽노인은 사막화로 인해 마을 주민들이 떠났을 때에도 홀로 남아 폐허가 된 마을을 지켰던 분입니다. 이제는 돌아온 주민들과 함께 지내고 계시지만, 사막의 미세먼지는 곽노인의 폐를 망가뜨렸다고 합니다. 폐병으로 오래 살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한국으로 모셔와서라도 치료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데, 여러모로 난관이 많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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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서 촬영 중이던 김포토를 불러서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습니다. 셔터를 누르며, 이 사진보다 더 오래오래 곽노인이 건재하기를, 이날의 기억이 지속되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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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심어진 나무 사이를 걸어 마을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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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30여 가구가 살던 마을은 생태계의 복원과 함께 살아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숙박업과 목축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아직도 돌아와야 할 사람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사막 마을을 지나쳐 평원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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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으로 둘러싸여 분지처럼 보이는 평원 속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수백년 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이곳을 지켰을 나무와 평원의 풀들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평원을 걸으면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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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과 사막의 경계에서 커다란 그늘을 만들고 있는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주변의 나무들에 비해도 훨씬 큰 나무의 풍경에 끌리듯 다가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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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보니, 나무의 커다란 그늘 아래 사람들이 쉬어간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역시 그렇구나, 큰 나무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그런 역할을 하나 봅니다. 발리(Bali)에서 만났던 반얀(Banyan)들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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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마치고 기지에 도착할 즈음 모래폭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사막 트래킹 날에도 모래바람을 맞았지만, 본격적인 모래폭풍은 처음이었습니다. 불과 몇 미터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불어오는 폭풍을 피해 기지에 머물렀습니다. 이 바람을 타고 황사와 미세먼지가 한국으로 날아간다고 생각하니 아찔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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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여 불던 폭풍이 잦아들고 하늘이 말쑥하게 갰습니다. 단원들이 캠핑을 준비하는 동안 사막의 일몰을 보러 가까운 모래언덕 위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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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너무 맑은 것이 문제입니다. 많은 분들의 짐작과 달리, 드라마틱한 일몰은 적당히 흐린날 – 구름이 많이 낀 날 주로 나타납니다. 이렇게 맑은 날은 오히려 밋밋한 얼굴의 일몰을 마주하게 됩니다. 다시 언제 보게될 지 모르는 사막에서의 일몰을, 조금은 체념한 마음으로 마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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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 사막을 걸어 단원들이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왁자지껄, 다들 흥겨운 분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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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단원들과 잔을 기울이며 사막에서의 밤을 보냈습니다. (쏟아지는 별 사진이 없는 것은, 너무도 맑은 하늘 덕에 달빛이 너무 강했고, 그래서 하늘이 검정색보다는 오히려 파란색에 가까웠고, 그래서 별은 거의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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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잠깐 눈을 붙이려 들어간 텐트에서는 거의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옷을 껴입고 핫팩을 붙이고 침낭에 들어갔지만 추위로 온몸이 떨려왔습니다. 열대지방에서는 영상의 기온에 동사한다는 얘기가 이해됐습니다. 문제는 온도차인 것 같았습니다. 또, 비싼 침낭이 왜 비싼지도 알게되었습니다. 할인마트에서 파는 저가 침낭을 사간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어쨌든, 빠르게 텐트를 접고 사막을 떠날 채비를 서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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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출발하기 전 찾아 온 곽노인의 양떼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습니다. 잘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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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녀석이 빤히 눈을 마주쳐와서 얼떨결에 손을 흔들었습니다.

다시 인사를 건넸습니다. 할아버지를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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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 들러 다함께 단장을 하고 마지막 일정이 기다리는 내몽고과학기술대학교(内蒙古科技大学)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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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을 잠깐 돌아보고 운동장으로 향했습니다. 내몽고 대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몽고식 환영인사를 받고 전통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이어지는 순서는 (아마도) 중국식 단체 게임인 것 같았습니다. 공 전달하기, 신문지 궤도열차 게임을 보면서 역시 공산주의의 영향인가, 협동심을 기르기 위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꽤나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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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경쟁 게임인 피구를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이 끝났습니다.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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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터우(Bāotóu)역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기차를 타러 갔습니다. 아쉽지만 밝은 표정으로 함께한 시간들을 남기려는 단원들을 지켜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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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몽고에서의 마지막 사진을 남겼습니다.

베이징에 도착하면, 함께 했던 중국단원들 – 그 중 대부분은 중국으로 유학을 떠난 한국학생들입니다 – 과도 작별입니다. 기차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나면,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기차에서 함께 잔을 기울이며 이백(李白)의 송우인(送友人)을 떠올렸습니다.

靑山橫北郭 푸른 산은 성 밖 북쪽 성곽을 가로지르고
白水繞東城 맑은 물은 동쪽 성을 휘돌며 흘러간다
此地一爲別 이곳이 바로 이별하는 곳
孤蓬萬里征 그대는 바람에 흩날리는 마른 쑥처럼 멀리 떠나가는구나
浮雲游子意 떠가는 구름은 정처 없이 떠나는 그대의 마음
落日故人情 지는 해는 오랜 친구인 나의 정인 것을
揮手自玆去 손을 흔들며 이곳을 떠나가니
蕭蕭班馬鳴 그대 태운 말도 쓸쓸히 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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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재회한 1, 2조와 함께 귀국장에서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시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이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단원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함께 할 인연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인연의 땀과 눈물이 도도한 강물이 되어 사막에 흐를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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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단원들이 입은 녹색조끼는 그야말로 희망의 색입니다.
    사막 한가운데 고마운 그늘을 만들어주는 일과 녹색조끼의 물결이 사막을 채우는 일은 한치의 어긋남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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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는 사람도 있고 막….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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