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행, 경주 #1


경주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면 최근에 봤던 영화 “경주”가 있고, 그 이전에는 영화 “생활의 발견” .

그러고 보니 십수년 전에 두어 번 간 기억이 생각난다.

그리고 불국사는 군사정권이 서두르게해서 제대로된 고증없이 날림으로 만든 거라는 기사 정도.

신격화된 역사는 물론, TV 예능 프로그램 대한 큰 감흥이 없는 나는, 모 TV 프로그램에 경주가 나왔다는 말에도 시큰둥해서, 이번에도 별 생각없이 섭씨 38도를 기록하고 있는 경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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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IC 표지판이 나오자 운전대를 쥔 일행이 갑자기 포항으로 들어섰다.

“점심시간도 놓쳤는데 포항 들러서 물회나 먹고 가자”

운전대를 잡은 친구는 포항지점에 오래 계신 지인이 추천한 북구 항구쪽 새포항물회로 간다고 했다.

‘올해초 내가 포항을 갔을때 포항사는 분들이 물회는 이곳이 최고라며 데려간 특미물회와는 이름이 다르지 않은가?

평소 많은 독서량과 사회 전반에 대한 다양한 관심사로 알쓸신잡의 대명사로 통하는 이 친구.

하지만 나는 살짝 불안해졌다. 아니 이번에는 그대로 따르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급한 마음에 SNS로 포항에 사시는 분들께 의견을 물었다.

“새포항물회 맛없음, 특미물회 맛있음”

답변은 간결했다.

그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분으로부터 답변이 하나 달렸다. 사야님이었다.

“나는 칠포 흥해 오도리 물회가 맛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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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로 들어갈 것 없이 오도리로 왔다.

처음엔 오도르인줄 알고 물회에 오도르를 넣어주나 했지만, 지명이 오로리란다.

북구 칠포 흥해읍 오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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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추장이 아니라 직접 담근 고추장을 내어놓는 포항식 물회.

선장들이 직접 잡아올린 회의 감미로운 식감은 물론, 직접 담근 장의 조화가 더위에 지쳐 늘어진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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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는 반찬 중에 나온 방풍나물의 향이 좋았다.

풍을 예방한다고 방풍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단다.

방풍나물에는 육지에서 나는 육방풍과, 해안가에서 나는 해방풍이 있는데, 해방풍이 특히 효능이 좋다고 한다. 자연산 해방풍은 거의 사라져서 요즘에는 해안가에서도 재배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육방풍의 효능에 비해 효능이 월등하다고 한다…는 선장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장님, 해방풍 한 접시만 더 주세요”

철근을 씹어 먹어도 아무렇지 않을 나이라는 말을 듣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몸에 좋다면 개똥이라도 주워서 먹을 나이라는 말이 익숙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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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자리에는 연세 지긋한 노인분들이 섭씨 38도의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풍기 하나 없는 자리에서 물회에 반주를 하고 계셨다.

옆 동네에서 과수원을 하고 계신 분들이라고 했다. 한눈에 봐도 젊은 시절 한 멋 부리고 다니셨다는걸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끼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조금 있으면 저 다른 동네로 가야할 사람인데 사진은 뭐하러”

“이렇게 맛난거 많이 드시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지내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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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시 반에 출어해서 고기를 가져온다는 정태화 선장.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지는 15년 째고, 통산 30년 째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는데.

예전에 유명한 잡지에서 나왔길래 성대하게 대접했더니, 그 기사보고 온 손님은 딱 한 팀 있었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다음에 근처로 지나면 꼭 들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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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게 드시는 어르신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선장의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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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님이 이곳을 추천한 이유는 딱히 물회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른 하나는 폐허가 된 스튜디오와 어울어진 바다의 풍경이었는데.

시간은 또 그렇게 지나서 골격은 더욱 앙상해졌고, 그 앞쪽은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있어서 시야를 가리니 기대했던 풍경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무엇보다도 섭씨 38도 바깥기온은 5분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이제 경주로…

 

 

 

 

<다음에 계속…>

 

 

 

 

 

 

 

카테고리:Essay, uncategorized태그:, ,

1개의 댓글

  1. 이 거.
    끊는 솜씨가 주말드라마 못지 않네요. ㄷㄷㄷ

    Liked by 2 people

  2. 얼른 불타는 경주이야기로 이오 붙여야….
    깔끔한 오도리 박미횟집 이야기 멋집니다.

    Liked by 1명

  3. 그러니까 박미횟집 가라고요?
    ㅎㅎㅎ

    Liked by 1명

  4. 20분이면 가는 곳이네요. 박미횟집 저장했습니다.
    올 여름 가기전에 숙성된 고추장에 얼음물 넣고 휘휘 저어 먹는 오리지날 물회 한 그릇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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