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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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Portugal)에서의 첫 날, 리스보아(Lisboa) 알파마(Alfama) 지구에 들렀습니다.

전망대 앞 테라스에 자리 잡고 맥주를 마시는데, 뒤쪽에서 음악이 들려왔습니다. 뮤지션들이 버스킹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레게, 그 다음은 포크, 순서가 돌아가고 한 뮤지션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포르투갈에 오기 전 파두(Fado)를 들어야 한다는 글을 여기저기서 봤었습니다. 그래서 파두 클럽을 가볼까 생각했었고,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가 2년 간 거처하며 공연했다는 곳도 찾아냈습니다. 그런 파두를 갑자기, 무방비상태로 거리에서 만난 것 같았습니다.

처연한 바이올린과 기타 선율에 맞춰 심장을 흔드는 목소리였습니다. “어쩌자고 노래를 저렇게 부르나…” 탄식이 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어느새 파란눈의 아가씨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진한 에스프레소 향기와 음악, 해지는 테라스와 눈물이 어우러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두번째 곡이 시작되었을 때, 기타 케이스에 놓인 씨디를 발견했습니다. 서로 다른 자켓의 두 장을 사고, 한쪽 무릎을 꿇고 카메라를 보여주며 씽긋 웃었습니다. 마주쳐오는 눈빛이 승낙의 의미라 읽혔습니다. 한 컷을 담고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다시 목소리에 취해 흔들리는데 누군가 말을 건네왔습니다. 돌아보니 처음 보는 남자가 씨디 한 장을 들고 있었습니다. “이 앨범에서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걱정 말아요. 이건 선물입니다.” 그래서 씨디가 세 장이 되었습니다.

포르투갈에서의 첫 밤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1개의 댓글

  1. 여행가서까지 글을 올리다니.
    신경쓰지말고 편안히 즐기다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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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너무 멋진 경험입니다. 넘 부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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