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이


2017. 2. 23 / 운차원, 맹해지묵당차창

운전을 맡아주던 꺽다리가 사라졌다. 저 볼일이 있을 것이다. 타고 다니던 차도 상태가 장난 아니니 고치기도 해야 할 것이다. 육대차산에서 뽕을 뽑지 못한 아쉬움과 대형버스로 집단관광(?)을 해야 한다는 안타까움이 뒷덜미를 잡아채는 아침에 맹해로 간다.

2년 만에 맹해는 시골도시 틀을 완전히 벗어 던진 모습이다. 도시로 이어진 도로나 지어지는 건물들의 규모는 산업도시의 발전을 보는 듯하다. 황금 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서는 마천루를 보면서 나는 늘 퇴행적 희망을 품었다. 오래된 모든 것이 전통이란 이름으로 미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지만 ‘그때 그래서 더 좋았는데…’라고 추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정도는 여행자의 몫이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맹해는 지금 21세기에 부활하는 총차점의 영광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 더불어 그들에게 다시금 개토귀류의 슬픈 역사가 재생되지 않길 바랄뿐이다. 황금은 옹정제의 권능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보이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맹해’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설레임이다. ‘운남중국다엽무역주식유한공사(운남중차공사)’는 일본과의 전쟁 통에 세워졌다. 다른 전선과는 달리 아직 운남은 전장의 상흔에 오염되지 않았던 탓에 가능한 일이었다. 풍부한 차 자원과 지리적 장점, 여기에 전쟁이라는 특수가 더해져 맹해는 삽시간에 보이차 가공과 보급 기지로서 최고의 지위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운남중차공사에서 파견된 범화균이란 인사는 불해차창을 세우고 차의 운송과 판매를 전담할 조합을 만들었다. 국민당 정부를 뒷배로 불해차창은 아직 공장을 올리지도 않은 채 이미 엄청난 양의 차를 전매하여 유통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 불해차창에서는 차가 한 톨도 생산되지 않았다. 일본의 공습이 맹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범화균은 직원들을 데리고 맹해에서 철수했다. 그는 살아생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가 세운 차창은 ‘맹해차창’이 되었다. 지난 세월동안 맹해차창은 최고, 최대의 차창으로 보이차의 역사가 되었다.

 

버스 뒷자리에 늘어져 뒹굴 거리는 사이 ‘운차원’에 도착했다. 맹해에 다녀가는 차꾼이라면 ‘맹해차장’과 ‘운차원’은 한번쯤(만) 다녀 가야하는 곳이다. 운차원에서는 신식다원의 원형과 다양한 품종의 차나무를 관찰할 수 있다.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의 거대한 땅에 조성된 다원과 연결공간에 조성된 역사관, 체험관 따위를 둘러보는 것은 마치 민속박물관에 들러 전통을 공부하는 효율을 누리는 것과 같다. 깔끔하게 꾸며진 쉴 곳과 먹을 것이 있고 전기차를 탄다거나 말을 탄다거나 하는  놀 꺼리도 있다. 굽이굽이 첩첩산중 다니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차공부 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렇게 말하지만 필자는 반듯하게 조성된 이 따위 공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차까지 타면서 금싸라기 같은 하루를 죽이고 있는 것 같아 맘은 바쁘기만하다.

다시 지묵당맹해차창에 왔다. 차창입구에 있던 스레트 지붕의 허름한 구판장은 허물어지고 커다란 창고건물이 들어섰다. 차창마을 젊은 친구 두 녀석이 합작한 것이라고 했다. 그 옆에 태족 전통가옥을 짓고 번듯한 차실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녀석들 타고 다니는 차도 근사하게 바뀌어 있었다. 불과 2년 만에 바뀐 모습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차창 식구들은 그대로다. 이곳에 그냥 며칠 눌러 앉았으면 좋으련만.

징홍으로 돌아왔다. 회소에 들러 꺽다리와 차를 마셨다. 여전히 검붉은 잇몸을 시원하게 드러내며 웃는다. 이 친구에게 고자질 하듯 하루를 투덜거렸다. 좋은 차를 낼 테니 기분전환 하라는데 은근히 차 자랑을 시작할 모양이다. 훌륭한 차였지만 짐짓 차품을 말하지 않고 뭉그적거렸더니 먼저 안달이 나서 호들갑이다. 만전 가을차라고 했다. 단주차 5키로 구했다는데 세상을 다 얻은 표정이다. 대상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것으로 지극히 아름답다.

바나나 잎을 깔고 뜨거운 저녁을 먹었다. 마시지도 않았는데 겨드랑이에 바람이 솔솔 일어난다고 했던가(七椀喫不得也唯覺兩腋習習淸風生). 옛말 그르지 않다더니 노동盧仝선인의 선견지명이 탁월하다. 고기안주에 뜨거운 빠이주 일곱잔이면 신선이라도 되겠다. 흠뻑 취해 어제 그 호텔에서 쓰러졌다.

 

 

… 이어서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 , ,

1개의 댓글

  1. 운남과 보이차에 대한 업데이트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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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멋과 맛을 아는 사람들이군요. 넓은 땅떵어리와 엄청난 인구만큼이나 다양하고 깊은 중국의 문화가 부럽기도 하고 저리 돌아다니시는 형님도 부럽고 그렇네유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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