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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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항구 포르투(Porto)에서의 마지막 밤, 히베이라(Ribeira)지구 뒷골목으로 농어(Seabass)를 먹으러 갔습니다. Terbana Dos Mercardores는 모노클(Monocle Restaurant Awards 2017) 수상에 빛나는 식당으로, 전날 사람이 너무 많아 포기했던 곳입니다.

오늘은 실패하지 않겠다, 오픈 시간에 맞춰 달려갔지만 이미 식당 앞은 만원이었습니다. 여덟팀이 줄을 서 있고, 입구의 웨이터와 뭔가 얘기를 나누더니 일부는 들어가고 일부는 발길을 돌렸습니다. 차례가 되어 물어보니, 이미 예약은 다 찼고(정확히는 5일 후까지 예약이 다 찼고) 자리가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안쪽을 보니 테이블이 여섯개, 아주 작은 식당이었습니다.

“내가 여기서 기다린다면 자리를 얻을 기회가 생길까요?”
“장담은 못하지만 그럴수도 있겠죠. 하지만 한시간 반 정도는 기다려봐야 할 거에요.”
“좋아요. 기다려보죠. 어디서 기다리면 될까요?”
“이 의자에 앉으면 되겠네요.”

식당 앞에 놓인 작은 테이블 앞에 두개의 의자가 있었습니다. 한시간 반 쯤이야 충분히 기다릴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40분 쯤 지났을까, 웨이터가 다가왔습니다. “자리로 안내하죠. 예약한 분이 오지 않았네요.” 기꺼운 마음에 안쪽 자리에 앉았습니다.

“뭘로 주문하시겠어요?”
“농어요. 문어도요. 조개찜도 좋겠네요.”
“완벽하군요! 화이트와인이 필요하겠죠?”
“그렇죠! 가장 드라이한 걸로 부탁해요.”

풀냄새가 나는 신선한 올리브오일과 함께 빵이 나왔습니다. 잔이 채워지고 건배를 하는 동안 조개찜이 나왔습니다. 포르투갈에 와서 먹는, 가장 덜 짜면서(포르트갈 음식은 전반적으로 짠 편이었습니다) 향이 풍부한 요리였습니다. 남김없이 먹어치우자 접시가 교체되고 농어가 나왔습니다. 농어는 달궈진 팬 위에 굵은 소금으로 덮여 있었고 불이 붙어 있었습니다. 웨이터가 소금을 뒤집어 불을 끄고 빵칼로 살을 발라 접시에 덜어줬습니다. 삶은 감자와 브로콜리를 함께 플레이팅하더니 달군 올리브오일을 끼얹어줬습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맛이었습니다. 부드러운 생선살은 바다향 외에는 그 어떤 잡향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감자와 브로콜리도 완벽하게 익혀진 상태였습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자 웨이터가 물었습니다.

“맘에 드시나요?”
“완벽하군요.”

미소가 돌아왔습니다.

세번째 요리는 문어볶음밥이었습니다. 조금도 질기지 않은, 크게 썬 문어살이 얹어진, 우리식 볶음밥과 무척 흡사한 맛이었습니다. 차이는 문어를 조리하는 방식인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익히면 이렇게 부드럽고 풍부한 맛이 날까 궁금해졌습니다.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접시를 바닥까지 싹싹 긁었습니다.

시간은 이미 9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식당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잔을 서둘러 비웠습니다. 이런 행복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계산을 하고 자리를 뜨면서 웨이터에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맛있는 요리 감사합니다. 멋진 시간이었어요.”
“모두 주방의 스탭들 덕분이죠.”

주방쪽으로 향하는 손길을 따라가니, 요리사들이 이쪽을 보며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인사를 건네자, 활짝 웃음이 되돌아왔습니다.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았습니다.

여행은 그 자체로 선물이지만, 여행이 특별한 선물을 건네는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포르투갈 여행에서 만난 가장 행복한 장면이 영원히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카테고리:Drifting, Eat태그:, , , , , , , , ,

1개의 댓글

  1. 뿔썅한 농어와 문어 그리고 조개들아~ 흐릅~ 츱~!

    더불어 드라이한 포르투칼 화이트 와인도 꿀맛 일꺼 같습니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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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유명한 건 정어리와 대구, 문어라는데 저 식당을 포함한 몇몇 식당들은 농어를 꽤 잘 요리해줬어요.
      (그라사의 번화가에서 들른 식당에서는 마치 우리가 삼치를 구워먹듯이 그렇게 해주더군요.)

      포트와인도 훌륭하지만 도우루산 화이트와인도 아주 훌륭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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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쪽 동네에서는 문어가 징그러워 잘 먹지 않는다고 들었던것 같은데 포르투칼에서는 아주 맛나게 요리해서 먹나보군요.
    식도락,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죠. 다만 저같이 입 짧은 사람은 그 즐거움의 반에 반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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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어를 조금 숙성해서 삶은 다음(혹은 삶아서 숙성한 다음) 구워내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을 것 같아서 못 물어봤지만요.
      문어 요리가 꽤 일반적이고, 가장 유명한 것은 볶음밥 위에 혹은 감자와 함께 문어를 통으로 구워낸 요리였던 것 같아요.

      포르투갈의 음식들은 우리 입맛과 꽤 잘 맞는 편이었어요.
      조금 짠 듯하기도 했지만 (암염의 영향이라고 하더군요.) 식당을 잘 고르면 덜 짠 곳도 있었구요.
      아마 잘 드실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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