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한 추억 in 불가리아


사진은 실재의 재현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실재가 마치 현실이 아닌 것처럼 미스터리하게 만들기도 한다.

2006년 가을, 불가리아의 소도시 이흐티만.

곧 비가 내릴 듯 우중충한 날씨에 목적지 없이 동네를 거닐다 만난 풍경이 떠 올랐다.

이 작은 도시에 서커스라.

어렸을 때 대전에서 보았던 서커스단이 생각났다. 그때 코끼리 등에 올라타고 폴라로이드 사진도 찍었었는데.

아마도 관객을 모으기 위해 동네 퍼레이드라도 하지 않았을까 싶은 낡은 노란색의 서커스 차량은 묘하게 흐린 날씨와 동네의 분위기에 녹아들어 있었다.

삼삼오오 어른들 손을 잡고 입장하는 동네 꼬마들을 보며 입구를 지키고 있던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여기 진짜로 코끼리도 있어요?”

“코끼리는 없지만 브리짓 바르도는 있단다.”

……. 브리짓 바르도라. 도대체 왜 그런 대답이 나왔을까 싶다. 한 시대를 풍미한 금발의 미녀 배우, 이 곳에 오다 정도의 느낌이랄까.

가끔씩 이 사진을 생각하며 추억을 되새기다 보면 마치 그 시간과 대화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 마냥 몽환적인 느낌이다.

내가 정말 그곳에 있었던 것일까.

내가 그이와 나누었던 이야기의 추억은 과연 진실을 말하고 있을까.

아마도 사진의 추억이란 이처럼 실재와 몽상을 넘나 들어서 더 즐거운 것이 아닐까.

471163

Ihtiman, Bulgaria. / Fall, 2006. / Pentax *ist D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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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사진은 기억(추억)을 지배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 한장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는 것 역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Liked by 1명

  2. 말씀하시는 바와 같이 때론 사진 한장이 기억의 백업 포인트가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들여다보면 그 기억의 장소로 순식간에 이동하여 당시의 날씨와 주위사람들 도시의 냄새와 바닥의 질감까지 느낄 수 있더라구요.
    물론 그러한 총체적인 느낌은 다분히 주관적인 해석의 결과들이겠지만 말입니다.
    바위풀님의 추억여행에 동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Liked by 1명

    • 말씀 감사합니다. 사진이든 기억이든 결국 주관적인 해석이라는 것에 참 동의합니다. 개인적으로 존 버거님의 에 나온 “남들의 주관이란 똑같은 외부적 사실들에 대해서 단순히 내부적인 태도만이 다른 걸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그 중심부에 놓여져 있는 사실들의 별자리 자체가 다른 것이다.”라는 말을 늘 감명 깊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억과 경험이란 참으로 주관적일 수 밖에 없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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