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보아


리스보아(Lisboa)에서의 첫 아침입니다.

전날 새벽에 도착한데다 시차적응도 못한 상황이라 아침부터 눈꺼풀이 무거웠습니다.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레일라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날 오후에 도착한 레일라는 아침부터 돌아다니고 있는 듯 했습니다. 메신저로 약속 장소를 정하고 서둘러 호텔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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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탈까 하다가, 호텔 바로 앞의 지하철역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무래도 대중교통이 흥미롭습니다. 나라마다 제법 다르고 사람들의 표정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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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권판매기와 한바탕 씨름을 한 뒤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티켓을 산 다음에 편도, 왕복, 정액, 정기로 구분된 요금제에 따라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역명은 낯설고 노선은 모르겠고 표지판은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해 멘붕에 빠졌지만, 다행히 많이 헤매지는 않았습니다. 유럽에 오면 만나는 자유분방한 열차 분위기가 반가웠습니다. 적당히 서거나 앉은 사람들이 여유있는 표정으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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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쳤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열차가 출발하고 있었습니다. 놀라서 가이드북을 보니, 다행히 목적지가 두 역 사이의 중간이었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음 역에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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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을 나서자, 갑자기 눈앞이 환하게 밝아왔습니다. 처음 만나는 밝기의 빛에 눈이 부셨습니다. 와, 이 햇볕속에 잠시만 서있으면 구워지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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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코메르시우광장(Praça do Comércio)이 있었습니다. 크다, 생각하며 약속장소인 개선문으로 향했습니다. 개선문 아래에 레일라와 영국에서 일한다는 선배가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선배는 오늘 영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포르투갈로 떠나는 1박 2일 주말여행이라…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체코에는 주말여행을 온 독일인들이 많았었습니다. 유럽에 살면 이런건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선배의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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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걸으면서도 끊임 없이 두리번거렸습니다. 사방으로 뻗은 트램(Tram) 선로 위로는 전선이 거미줄처럼 나있었습니다. 교차로에 서서 또 한참 두리번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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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상징이 되어버린 사디나(sardiña)는 장식 소재도로 많이 쓰이는 것 같았습니다. 쿠션을 하나 사볼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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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나무 그늘에는 노천카페가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거리자 식사를 하던 할아버지가 윙크를 해왔습니다. 무뚝뚝하다던 가이드북의 설명과는 다른 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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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아웃 마켓(TimeOut Market Lisboa)에 도착했습니다. 일종의 푸드코트인데, 크고 작은 식당들의 다양한 메뉴에 놀라고, 사람이 정말 많아서 놀라고, 비둘기들이 건물 안을 날아다녀서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음식이 수준급인게 가장 놀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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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라우(Bacalhau) 요리와 샌드위치, 맥주와 와인으로 점심을 즐겼습니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오래 앉아있기 힘들었습니다. 무척 시끄러운데다 동시에 여러나라 말을 들으니 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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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짐을 챙기러 레일라의 아파트로 향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호시우 광장(Praça do Rossio)을 가자고 하니, 노老기사님은 “루씨우”라고 고쳐줬습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어를 쓰는데, 사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스페인어로 말을 거는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었습니다. 무엇보다 두 나라 말이 서로 다르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관계는 우리와 일본의 관계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호시우는 스페인식 발음인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시뇰”이라고 아저씨들을 불렀던 것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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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마지구(Alfama)로 이어지는 골목을 이리저리 지나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창문을 여니 리스보아 시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예쁘다, 그대로 창가에 서서 대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습니다.

레일라가 선배를 배웅하러 간 동안 잠시 쉬다가 혼자 산책을 나섰습니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와이프와 레일라는 좀 더 쉬겠다고 해서 저녁이 되기 전에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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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아래에서 흑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길가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월로프어(Wolof)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옷차림도 아프리카인들 같았습니다.

나무그늘 아래 쉬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꾸벅 목례를 하고 지나쳤습니다. 미소가 돌아왔습니다. 앞서가는 아주머니의 옷색깔에 감탄하며 잠시 따라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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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씨우 광장에서 또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한 젊은이가 다가왔습니다. “Drungs?” 손바닥을 펴서 보여주는데, 영화에서나 봤던 백색가루였습니다. 이런 경험도 하는구나, 손을 흔들어 거절하고 길을 재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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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보아의 상징 노란 트램을 만났습니다. 프라하(Prague)의 트램과 달리, 리스보아의 트램은 무척 낡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빈티지한 모습에 무척 마음이 끌렸지만, 나중에 타야지, 인사를 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나저나 28번 트램의 정류장은 어디일까, 계속 두리번거렸습니다. (28번 트램은 알파마지구를 오가는 가장 유명한 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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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르시우 광장 근처에서 빨간 트램도 만났습니다. 프라하의 트램도 이렇게 낡은 것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빈티지한 도시에는 아무래도 빈티지한게 더 어울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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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을 지나 타구스강(Tagus)까지 나아갔습니다. 수평선까지 보일 것 같은 큰 강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이 강을 따라가면 대서양입니다.

강가에서 편히 쉬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강을 따라 거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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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풍경을 만났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려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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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선착장 부근에 선 간이 시장을 잠시 구경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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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되짚어 오다, 통조림 전문점으로 보이는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형형색색으로 장식된 가게에서는 숫자가 새겨진 사디나 통조림을 팔고 있었습니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숫자는 연도를 상징한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출생년도와 그 해의 연도가 새겨진 통조림을 사간다고 했습니다. 리스보아에 방문했던 해를 기억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멋진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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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씨우 광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닥을 가득채운 칼사다 포르투게사(Calcada Portugesa)의 문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두가지 색의 조약돌로 만들어진 문양은 착시에 의해 높낮이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칼사다 포르투게사는 때로는 파도로, 때로는 꽃밭으로 보인다고 했었습니다. 저는 파도 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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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낮아지는 빛을 보며 레일라의 아파트로 돌아갔습니다. 쉬고 있던 와이프와 레일라를 깨워 늦은 오후 산책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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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씨우 광장 가장자리에서 진지냐(Ginjinha)를 마셨습니다. 진지냐는 주로 식전주로 마시는, 달고 독한 포르투갈 술입니다. 한 잔을 털어넣으니 입안 가득 버찌향이 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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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루씨우 역을 구경하고 마트에 들러 과일을 샀습니다. 납작한 복숭아와 자두가 무척이나 향기롭고 달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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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고 알파마 지구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궁금해하던 28번 트램을 만나 손을 흔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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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앞 테라스에서 맥주와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일몰을 기다렸습니다. 어스름 사이로 달이 떠오르는 모습이 근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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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앞은 거리 뮤지션들의 공연장인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레게, 그 다음은 포크, 순서가 돌아가고 한 뮤지션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포르투갈에 오기 전 파두(Fado)를 들어야 한다는 글을 여기저기서 봤었습니다. 그래서 파두 클럽을 가볼까 생각했었고,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가 2년 간 공연했다는 곳도 찾아냈습니다. 그런 파두를 갑자기, 무방비상태로 거리에서 만난 것 같았습니다.

처연한 바이올린과 기타 선율에 맞춰 심장을 흔드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쩌자고 노래를 저렇게 부르나…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옆자리의 눈이 파란 아가씨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진한 에스프레소 향기와 음악, 해지는 테라스와 눈물이 어우러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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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두워지고 흔들리는 불빛 아래 책을 읽던 아가씨도 책을 덮고 일어났습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인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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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를 끓여 준 가게 여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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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골목 아래를 내려다보다 타구스 강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강 위로 떨어지는 달빛이 한참동안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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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노란 트램에 손을 흔들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 to be continued

 

카테고리:Drifting, Eat태그:, , , , , , , , , ,

1개의 댓글

  1.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이 서로 안 좋아한 다는 것을 첨 알았습니다.
    (것두 우리와 일본 수준 만큼 일 줄은~ 나중에 가게 되면 잘 이용해 볼 수 있을듯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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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풍경이 눈에 익어 헤어려보니, 제가 다녀온 게 9년전이라 참 안변했구나 싶어 놀랐습니다. 그땐 트램이 좀더 오래된 느낌이긴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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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마카오에서 보았던 물결무늬(저도 파도처럼 보이네요) 조약돌 바닥이름이 ‘칼사다 포르투게사’였네요.
    포르투기즈들이 자기네 고향에서 마을을 짓는 방식 그대로 동쪽의 작은 섬에 식민지를 건설했던 거구요.
    유자청을 연상시키는 페일옐로우가 너무나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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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가 무척이나 빈티지하고 소박했습니다. 스페인과는 비슷하지만 많이 다르다는 얘기도 이해가 갔구요.
      마카오는 가본 적 없는데,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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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지노와 호텔체인들이 들어서 있는 코타이 지역이 아닌 마카오반도나 콜로안지역은 잘 관리되지 않고 오래되어 낡은 포르투칼 테마파크에 중국인들이 살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마카오 대표 관광음식 중 하나가 바칼라우튀김 같은 포르투갈 음식이더군요. 마카오 가셔서 포르투갈이랑 비교해보시는 것도 재미질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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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있네요. 바칼라우튀김이라니ㅋㅋ 진짜 한번 가볼까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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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어느 곳 하나 무심히 눈길을 지나치기 힘든 곳이네요. 포르투칼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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