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명. 그 깊은 밤!


2017. 2. 26 곤명으로

사위가 조용하다. 가라앉은 공기가 적막함을 더했다. 좁은 침대공간에서 뒤척이다가 창에 얼굴이 닿았는데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온기가 없는 것을 보니 버스는 제법 긴 시간 움직이지 않은 모양이다. 야간 운행시 정해진 시간이 되면 운행이 금지되고 기사들이 쉬어야 한다던 말이 생각났다. 버스안에 사람들이 하나 둘 뒤척이기 시작한다. 정신은 깨어났는데 눈은 떨어지지 않았다. 아랫배에 가득찬 액체를 비우고 싶지만 몸도 쉬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물 먹은 솜뭉치마냥 무겁다. 떫은 감을 세 개쯤 씹고 있는 듯 텁텁한 입도 헹구고 싶고 냉수에 머리도 빨았으면 좋겠다. 젖은 창을 발로 문질렀다. 얼마나 왔을까? 주위를 살폈다. 자욱하게 내려 앉은 안개가 지척을 분간하기 어렵지만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아뿔싸! 차에서 내려보니 단지 정차중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까딱 했으면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 바로 앞에서 커다란 트레일러가 허리를 접고 도로를 막고 있었다. 지난 밤에 일어난 사고였다. 다행인 것은 바로 앞에서 일어난 일이란 것이고 더욱 다행인 것은 사고 여파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시야가 닿는 끝까지 차들이 늘어섰다. 얼마나 막혀있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고속도로를 걷거나 쉬거나 볼일을 보거나 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보내는 사이 날이 밝았다. 이윽고 공안들이 왔고 또 한참을 수석거리다가 아침이 익어서야 길이 열렸다. 밤새 달려왔건만 아직 반도 못 온 모양이다. 눅눅한 길을 달리던 버스는 얼마가지 못하고 다시 정차하고 말았다. 이번엔 무장한 군인들이다. 검속이 만만치 않은 코스인데다 곤명터미널 칼부림 사건 이후 검속이 강화 되었다고 했다. 외국인들만 잔뜩 탄 침대버스가 뜬금없이 새벽을 달리는 상황이 그들을 긴장하게 했을까! 당주와 건군이 긴 시간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했고 거둬간 여권을 한동안 뒤적거렸다. 사진을 찍으려다 그 중 한 녀석과 눈이 마주쳤는데 위협적이었다. 야리는 폼새가 찍지 말라는 거다. 그렇다고 안 찍을 수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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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렇게 가다가는 돌아갈 비행기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 같다. 떠나올 때도 쉽지 않더니 돌아가는 것도 만만치가 않네.

“피 선생! 같이 며칠 더 있다 갑시다.”
당주도 거들었다.
“일찍 가면 뭐 할 거 있어? 기왕 이렇게 된 거 어쩔거여!”

일정을 조율해 보지만 결국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건군에게 비행기 스케줄 조정을 부탁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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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출발한 버스는 오후 1시가 지나서 곤명에 닿았다. 공항난민 신세로부터 꼬박 하루만이다. 일행들도 모두 잘 견뎠다. 뜨거운 물에 샤워부터 했다. 긴 하루였다.

늦은 점심을 먹고 일행은 차 시장 관광을 떠났다. 이런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지난 차우회 때 개발해 둔 차도구점을 소개했다. 죽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곳이었는데 인연과 질, 가격 모두 괜찮은 곳이었다. 몇 대의 승합차에 나눠 탄 일행은 지묵당 직원의 안배를 받으며 떠났다. 불현듯 찾아 온 고요와 평화가 주는 안도감이라니. 이럴 때는 차를 마셔야 한다. 차와 함께 삼매에 있을 무렵 반가운 손님이 래방 했다. 곡강을 만나는 건 처음이다. 감로 같은 술과 벗이 함께 있으니 놀기 좋은 밤이다. 늦은 밤토록 먹고 마셨다. 이날 밤 곤명은 몹시 추웠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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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부스스한 눈을 비비고 일어서시면~ 외국인인 한국사람들도 현지인 같아 보입니다. ^^;

    Liked by 1명

    • 몇 번 공안들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무장한 녀석들이 여권 가져가고 짐 다 꺼내고 풀어서 뒤지는거랑 … 강도 만난 느낌이 들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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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사진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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