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코 고는 모습 – 아이의 마음, 엄마의 마음


아침 7시쯤 느지막이 눈을 뜬 큰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녹색 이불을 칭칭 싸매고 거실로 나갔다가 살짝 울먹이는 목소리로 돌아와 말을 꺼냈다.

“아빠, 엄마가 새벽에 나갔을 때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 아침 일찍 회사 갔나 봐. 힝.”

아마 새벽에 잠시 눈을 떴다가 거실에 나와 자고 있는 엄마를 본 후 다시 자기 침대에서 잔 것일 테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엄마가 보고 싶다 칭얼댔던 둘째는 엄마가 없다는 오빠의 말에 살짝 울음을 터트린다.

근무 중인 회사 회장님, 사장님의 쌍끌이 방문으로 바쁜 짝꿍은 새벽같이 출근하였다가 자정이 넘어 퇴근하는 생활에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이번 주는 엄마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이 요원한 일이다.

2015년 초였던가, 내가 1년 여간의 베를린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야근과 다음 날 일찍 출근해야 할 일이 겹치면서 밤늦은 시간 집에 들어갔다가, 아이들이 깨기 전에 집을 나와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전까진 이런 식으로 아이들을 못 보고 지나간 적이 없어서인지 그날은 기분이 참 묘했었다. 아, 이런 게 말로만 듣던 한국 직장 남자의 생활인가라는 생각도 들고 여하튼 그땐 종일 마음 한편이 살짝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서로를 보고 싶은 마음이야, 부모든 아이이든 똑같을 터인데, 울음으로 제 감정을 내어 놓을 수 있는 아이와 달리 내색을 하지 못하는 부모 마음이 아무래도 더 답답한 듯도 하다.

그렇게 오늘 아침 살짝 무거워졌던 나와 짝꿍의 마음을 달래 준 것은 큰 아이의 반전 대사였다.

“아빠. 그런데 새벽에 나왔을 때 엄마가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어.”

“그으래? 우리 엄마 나중에 만나면 얘기하고 놀려 주자!”

‘좋아’라고 대답하는 큰 아이는 엄마가 발뺌을 못 하게(??) 증거 그림을 그려서 들이민다. 그리고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잠시인 아이들은 다행히도 아침 간식과 놀이의 세계로 빠져 들며 또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였다.

… 17년 9월의 화요일, 어린이집 휴일이었던 하루를 시작하며 일어난 일상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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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이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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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짝꿍께서 얼마나 피곤하시면 코까지 골면서 골아떨어지셨을까요?
    국민학교 졸업이후 거진 처음 듣는 말인거 같아요. 짝꿍 ^^
    정겹고도 사랑이 느껴지는 단어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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