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에


아침 일찍 차를 꺼내 레일라를 태우러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포르투갈의 남부 내륙 도시들과 바닷가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왕복 600km 정도 운전을 해야 하니 제법 긴 하루가 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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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다리(Ponte 25 de Abril)를 건너 처음 찾아간 곳은 구세주 그리스도상(Santuário Nacional de Cristo Rei)입니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에 있는 구세주 그리스도상(Cristo Redentor)과는 형제 정도로 볼 수 있는데, 브라질이 원조고 이쪽이 나중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크기도 브라질 쪽이 30m로 이쪽(26m)보다 큽니다. 브라질이 식민지였던 것을 생각하면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어쨌든 두 상은 마주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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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원으로 조성된 공간에서는 4월 25일 다리가 내려다보였습니다. 타구스(Tagus)강 위에 놓여 리스보아(Lisboa)와 포르투갈의 남부를 연결하는 다리는 1966년 건립되었는데, 카네이션 혁명(Revolução dos Cravos)이후 독재자 살라자르(António de Oliveira Salazar)의 이름을 버리고 혁명일인 4월 25일을 기념하는 이름으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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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리스보아의 언덕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알파마(Alfama)지구도 보였습니다. 그저께 밤에는 저쪽에 앉아서 이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벌써부터 그리운 마음이 들어 큰일이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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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는 구세주 그리스도상 외에 거대한 십자가, 성모마리아,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형상화한 조각들이 강변을 따라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잠시 머물며 그리스도를 올려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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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 보니 피를 형상화한 조각이 보였습니다. 다가가보니 순례자들의 이름으로 보이는 명단이 새겨져있었습니다. 조금은 무거워진 마음으로 길을 재촉했습니다.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지만, 신념에 의해 스스로를 바친 분들 앞에서는 겸허해질 수 밖에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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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한참을 달렸습니다. 두번째 방문지인 에보라(Évora)는 150km 떨어진 도시였는데, 본래 포르투갈의 수도였고 오래된 중세도시라는 것 외에는 자세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잘못 찾아가면 어쩌나, 기대했던 풍경은 맞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시간 반 이상 고속도로를 달려 에보라 입구에 도착했을 때, 도시로부터 빠져나와 어디론가 향하는 수도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진 좀 찍고 가자, 레일라의 제안에 차를 대고 잠시 거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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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래된 수도교였습니다. 이탈리아에 있다는 로마시대의 거대한 수도교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대로 남아있는 비바람과 시간의 흔적만으로도 충분히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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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아 도시를 둘러싼 성벽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외곽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서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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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전반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습니다. 중세도시라고 하기에는 건물들이 깨끗하고 현대적이어서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바로 찾아온 것은 맞나. 공원 한쪽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노인을 바라보다 지랄두 광장(Praça do Giraldo)을 향해 골목 안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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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안은 리스보아에서 처음 만났던 흰색과 노란색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낡은 골목과 최근 칠한 듯한 벽을 따라 화사한 색들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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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빠져나오자 길이 크게 넓어지며 번화가가 나타났습니다. 에보라의 중심가에 가까이 온 것 같았습니다. 여전히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활기가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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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전쟁 영웅 지랄두(Geraldo Geraldes)의 이름을 딴 광장은 때로는 권력 암투의 장으로, 때로는 종교재판의 장으로 화했다고 합니다. 셀 수 없는 사람들의 피가 흘렀고, 마녀로 몰린 여성들은 이곳에서 불에 태워졌답니다. 광장을 바라보며 서 있는 상 안토니우 교회(Igreja de Santo Antonio)의 육중한 건물이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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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워지려는 머리를 흔들고 대성당(Sé Cathedral)으로 이어지는 골목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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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대성당을 한바퀴 빙 돌았습니다. 와이프와 함께 서둘러 뛰다걷다했지만, 레일라와의 약속시간은 지나버리고 말았습니다. (각자 돌아다니다 대성당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습니다.)

걱정과 달리 느긋한 표정으로 쉬고 있는 레일라를 만나 양해를 구하고 에보라 로마 신전(Templo Romano Évora)을 보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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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린트(Corinth)양식의 기둥이 인상적인 에보라 로마 신전은 2세기 경 전쟁의 신 다이아나(Diana)에 바치기 위해 지었다고 합니다. 조금 더 컸으면 좋았겠다 생각하며 언덕쪽으로 나 있는 정원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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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들을 구경하고 언덕 위에서 에보라 시내를 내려다봤습니다. 옅은 노란색과 벽돌색이 인상적이었는데, 깨끗하게 칠해진 벽 때문인지 낡은 도시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이 도시가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왔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줬습니다. 도시의 풍경을 한참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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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으로 돌아가 레일라와 함께 상 프란시스쿠 성당(Igreja de São Francisco)으로 향했습니다. 에보라 특산이라는 코르크(Cork) 기념품들을 구경하며 느긋하게 걸어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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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은총의 성당(Igreja da Graça)에 들렀습니다. 굳게 닫혀 있는 성당 문앞을 서성였습니다. 사진으로만 본 마카우(Macao)의 성 바울 성당(Ruínas de São Paulo)이 떠올랐습니다. 폭이 무척 좁은 종탑을 올려다보다 길을 재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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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상 프란시스쿠 성당에 도착했습니다. 15세기에 건립된 성당은 그 규모도 압도적이지만, 뼈로 지어진 예배당(Capela dos Ossos)으로 유명합니다. 포르투갈에 오면서 꼭 들러보고 싶던 곳이었습니다.

와이프와 레일라는 들어가지 않으려 작심한 것 같았습니다. 성당 앞의 식당에 자리잡고, 잘 다녀오라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조금 더 집중하는 것도 좋겠지, 혼자 성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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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2층 테라스에서 에보라 시내를 내려다봤습니다. 멀리 대성당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에보라 로마 신전의 뒷편에서 보는 풍경보다 좀 더 아기자기해보이는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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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에서 가져온 수집품들로 가득찬 복도를 지나, 마침내 뼈 예배당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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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의 건립은 17세기였다고 합니다. 묘지가 가득차 시신의 처리가 곤란해지자, 수도사들의 뼈를 모아 예배당을 만들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약 5천개의 뼈로 가득찬 예배당 입구에는 “우리는 이곳에 묻혔으며 너의 뼈를 기다리고 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수도사들은 이곳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명상에 빠졌다고 합니다.

숨이 막힐듯한 압도적인 풍경 속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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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로 이뤄진 벽은 가까이 갈 수 없도록 되어 있었지만, 예배당 입구에 손 하나가 들어갈 수 있는 틈으로 해골이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잠시 바라보다 용기를 내어 머리에 손 끝을 대보았습니다. 차가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해골은 미지근한 온기를 전해왔습니다. 어쩔 줄 모르다 잠시 눈을 감고 안식을 기원했습니다.

편안히 잠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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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을 나와 와이프와 레일라가 기다리고 있는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단지 식당인 줄 알았는데, 들어가보니 식당이자 식료품점이자 마트 역할을 하는 곳 같았습니다. 에보라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깨끗한 옷을 차려입고 식사를 즐기고 있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자, 이 식당의 주인아저씨에게 난생 처음 ‘아이스 커피’를 가르쳐줬다며 레일라가 미지근한 커피를 건네왔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커피에 얼음을 넣어 먹는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유쾌하게 웃으며 음료를 더 주문하고 식사를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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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칼라우(Bacalau)였습니다. 리스보아에서 먹었던 것보다는 조금 짜고 질긴 맛이었는데, 무척이나 소박한 것이 이쪽이 원형에 가깝지 않나 생각되었습니다. 함께 나온 채소와 계란까지 싹싹 먹어치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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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POS)로 계산하는 주인아저씨를 흥미롭게 바라보다 식당을 나섰습니다. 잘 먹었다는 인사에 손을 흔들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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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길어지는 시간, 골목길을 되짚어 차로 향했습니다.

… to be continued

 

카테고리:Drifting, Eat태그:, , , , , , , ,

1개의 댓글

  1. 옆으로 나란히~를 하고 계신 예수님 보고~ 브라질과 포루투칼의 관계를 확실히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브라질에 가서~ 아미고스 찾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뻔 했지 말입니다. ㄷㄷ)

    그리고 손을 많이 탄듯한 건물과 일상적 포루투칼은~ 지속적인 힐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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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포르투갈의 전쟁 영웅 지랄두. 이름 참 좋네요.
    해골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만
    의미부여가 관건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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