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플라잉 키스 – 세 살 인생 고군분투기.


등원 첫째 날. 아빠가 어린이집에 가자고 해서 오긴 왔는데 잘 모르겠다. 선생님들이 하는 말도 하나도 모르겠고. 그런데 아빠가 자꾸 이것저것 장난감을 가지고 놀자고 해서 일단 의자에 앉았다. 플레이도우로 우리가 좋아하는 귀신을 만들자고? 머리카락은 어떻게 하지? 어??? 어어??? 그런데 아빠가 어디 갔지? 분명히 같이 있는다고 했는데??? 으앙~~~

둘째 날. 아빠가 어제 나를 떼어 놓고 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오늘은 같이 있겠다고 약속해 주었으니 안심이다. 어제 우느라 많이 못한 만들기를 한번 다시 해 볼까? 아빠, 이건 어떻게 하지? 어??? 어어??? 그런데 아빠가 또 없어졌다! 아빠~!!! 나도 모르게 목 놓아 울음이 터진다. (난 아빠가 복도에서 보고 있다는 건 몰랐다.)

토요일, 일요일을 아빠, 엄마, 오빠와 보내고 다시 월요일이다. 눈을 뜨자마자 드는 생각은 ‘아, 어린이집 가기 싫다’… 아빠한테 울먹이는 소리로 계속 얘기도 하고 떼도 쓰지만 잘 안 들어준다. 일단 아빠가 과자를 주었으니 유모차에 앉기나 해 보자. 어라? 과자 먹으면서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어린이집이다. 아, 정말 싫다. 오늘은 선생님이 억지로 떼어 놓을 때까지 눈물, 콧물 흘리면서 아빠를 꼭 붙잡고 있었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 교실에 들어갈 때까지 ‘아빠, 오늘 오래 같이 있자’라고 계속 다짐을 받았다. 그래도 마음 한편이 조금은 불안하다. 오늘도 아빠가 교실을 나설 때 선생님이 날 억지로 붙잡았다. 놔~! 왜 그러는 거야~! 아빠~~~, 가지 마~~~! 으앙…

이제 ‘아빠, 같이 있자’라는 말은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안다. 대신 아빠가 언제 데리러 올지 계속 물어봤다. 아빠가 일찍 오겠단다. 두시 삼십 분에 오겠다고 한다. 난 두시 삼십오 분에 오라고 말했다. 더 빨리 아빠를 만나고 싶으니까. 아빠가 의자에 앉혀 주었는데 계속 눈물이 난다. 하지만 이젠 선생님들이 떼어 놓지 않아도 아빠를 보낼 수 있다. 오늘은 아빠에게 내 눈물, 콧물 범벅인 플라잉 키스를 날려 주었다.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면 선생님들이 자꾸 말을 거는 것이 싫다. 그래도 이젠 아주 조금 인사는 할 수 있다. 하이, 굿모닝. 하지만 나한테 더 말은 안 걸었으면 좋겠다. 에잇, 아빠 품 속으로 숨어야지. 눈도 감아 버려야겠다. 난 아빠랑 있는 게 더 좋으니까.

지난주 아침에는 처음으로 아빠 손을 놓고 친구들과 함께 줄을 섰다. 이상하게 아빠 손을 안 잡고 있는데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계단을 올라가는 나를 보며 손을 흔드는 아빠에게 씩씩하게 안녕과 플라잉 키스를 보내 주었다. ‘아, 또 힘든 하루의 시작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 이제 세 살 인생 나흘째인 둘째 아이의 머릿속에서 바라본 어린이집 적응 고군분투기.

지난 8월, 서울을 떠나기 며칠 전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간 적이 있다.

“아빠, 나 지금 나가야 돼? 저거 조금 더 하면 안 돼?”

“아빠, 나 체육 선생님 보고 가면 안 돼?”

“어? 그, 그래.”

당연히 반겨줄 거라 기대했던 것과 달리 큰 아이, 작은 아이 모두에게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소문으로만 듣던, 엄마, 아빠보다 더 좋다는 어린이집 생활인가 싶어 기특했다. 물론 내가 무언가 ‘후순위 대출’쯤 된 것 같은 묘한 기분은 피할 수 없었지만…

작은 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큰 아이도 가끔씩 몰래 눈물을 훔치는 미국 어린이집 생활에 둘 다 생각보다 너무 잘, 그리고 씩씩하게 다녀주어 아빠 입장에서는 고맙기만 하다. 이렇게 천천히 지내다 보면 서울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빠, 나 더 놀다 갈래. 애프터 스쿨 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날도 오겠지라고 바란다면 너무 빠른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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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플라잉 키스. / NYC. / Sep. 2017. / iPhone 6 (Instant filt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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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아이가 고군분투 하는 것 같습니다.
    금방 단단해 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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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따 데리러 온다고 말 안하고 가세요? ㄷ ㄷ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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