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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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량시장(Mercado do Bolhão)의 전리품을 호텔방에 가져다두고, 와이너리 투어를 나섰습니다. 어제의 퍼레이라(Ferreira) 만으로는 아무래도 아쉬워, 두어군데는 더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우루(Douro)강의 부두에는 수영복 차림의 청년들이 발을 담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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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익숙해진 히베이라(Ribeira)지구의 파스텔톤 건물들 사이를 걸어 동 루이스 1세 다리(Ponte Luís I)로 향했습니다. 오늘도 다리 위에는 점프를 시도하는 청년들이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었습니다.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길을 재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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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노바 지 가이아(villa nova de gaia)의 언덕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습니다. 등 뒤로 도우루강과 히베이라지구가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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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하나를 넘어 테일러(Taylor’s Port)에 도착했습니다.

1692년 설립된 테일러는 포르투에서 가장 오래된 포트와인 와이너리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와이너리입니다. ‘올해의 포트와인’을 수 차례 수상했고,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최상급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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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투어 프로그램은 퍼레이라와 사뭇 달랐습니다. 퍼레이라가 투어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약 40분 정도의 코스를 도는 식이라면, 테일러는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형태였습니다. 투어 코스의 규모도 퍼레이라보다 훨씬 크고, 다양한 자료들과 설명도 풍부해서 꼼꼼히 보려면 서너시간은 걸릴 것 같았습니다. 와인의 향기가 물씬 나는 오크통 사이를 헤매는 경험은 똑같이 황홀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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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통으로 가득한 셀러를 걸어 4만 리터의 와인이 들어있다는, 거대한 오크통 앞에 섰습니다. 뭔가 아스트랄한 기분이 들어 멍하니 통만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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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를 마치고 뒷뜰로 향했습니다. 두 종류의 와인을 든 소믈리에가 어색한 프랑스어 억양을 섞어가며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술만 달라고 하기에는 염치가 없는 것 같아, 설명을 한참 듣고 잔을 건네 받았습니다. 칩 드라이(Chip Dry)의 품질은 꽤나 만족스러웠습니다. 두 잔을 마시고, 판매처에 들러 빈티지를 구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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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를 떠나 강가로 향했습니다. 무슨 의미일까, 건물의 귀퉁이에 장식된 토끼를 보다가 샌드맨(Sandeman)의 라운지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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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라 투어에서도, 또 테일러에서도 브랑코(Branco)는 칵테일로 마시면 좋다고 했었습니다. 그 맛이 궁금해서 또다른 명문 와이너리인 샌드맨으로 향한 것입니다.

토닉워터와 라임 정도를 더하고 가벼운 스터로 향을 올린 듯한 브랑코 칵테일은 꽤나 맛이 좋았습니다. 레몬그라스와 설탕을 더해 복잡한 맛으로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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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에 잠시 앉아서 도우루강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포르투 크루즈(Porto Cruz) 의  전시장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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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라가 어디선가 받아온 시음권을 내밀고 토니(Tawny)를 한잔씩 마셨습니다. 다른 와이너리들이 전통과 품격을 강조한다면, 이곳은 젊고 트렌디한 분위기로 조성된 공간이었습니다. 흡사 고급차 전시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와인 역시 가볍고 드라이한 풍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젊다는 것은 무겁지 않다는 뜻인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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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사이 네 잔을 마신 덕에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와인과 달리 20도가 넘는 포트와인은 위험한 술인 것 같았습니다. 달콤한 맛과 높은 도수라니, 방심하다가는 뻗어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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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깰 겸, 골목 사이를 걸어 천천히 언덕 위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오늘도 일몰을 보며 어제 구입한 와인을 마시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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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안에서 로얄 오포르투(Royal Oporto)의 전시장을 만났습니다. 들를까, 잠시 생각했지만 머리를 흔들어 떨쳐버리고 길을 재촉했습니다. 더 마셨다가는 공원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몇 병이고 마시게 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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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공원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평화로운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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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면, 삶을 무척 사랑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데, 왜 이런 장면을 보는 것 조차 그렇게 힘든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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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라의 브랑코를 꺼냈습니다. 만원도 하지 않지만, 가격이 무색할 정도로 훌륭한 와인입니다. 포르투갈에 와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와인으로 얼마나 폭리를 취하는지 알게된다는 말이 납득이 갔습니다. 이 맛과 이 순간이 꽤나 그리워질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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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루강 너머로 해지는 풍경에 취해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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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루이스 1세 다리(Ponte Luís I)를 건너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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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만원도 안하는 와인이라~ 물론 저는 몇주 넘도록 마실듯 싶지만~
    목을 타고 흐르는 감칠맛이 느껴질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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