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 없이 걷기 in 뉴욕


처음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났던 이십 대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의 기술은 ‘정처 없이 걷기’이다.

한 지점에서 시작해 대략의 큰 방향성을 정한 후에 이 길, 저 길,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며 걷는 것. 어떨 땐 원하는 곳에 닿을 수도, 또 때로는 전혀 의도치 않았던 곳에 도착할 수도 있는, 특별한 목적을 갖지 않는 발걸음의 궤적 만들기.

몇 년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떠난 여행이 드물었기에 그럴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곳 뉴욕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일상의 루틴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매일의 일상 중 아주 잠시라도 짬을 내어 산책을 나간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어디가 어디인지 맹했지만, 몇 번 다녀보니 이제 이곳의 거리가 어느 정도 눈에 익는다. 기본적으로 대략의 남북과 동서를 가로지르는 Avenue와 Street의 단순한 블록 구조라서 공원, 터널 등등에 막혀 길이 사라지는 일부 변주를 제외하면 뉴욕 지리는 익히기 어려운 편이 아니다.

산책이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시간은 아침 아홉 시부터 정오 사이이다. 시간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산책은 역광을 피하기 위해 남에서 북, 또는 동에서 서로 길을 따라 걷는다.

7번가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가다 보면 타임스 스퀘어를 지나 센트럴파크의 끝자락에 도달한다. 콜럼버스 서클을 지나 링컨 센터와 자연사 박물관을 지나쳐 센트럴파크의 서쪽 윗자락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재클렌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를 만난다. 공원의 반대쪽 동편 자락 5번가는 Museum Mile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거대하기 그지없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뿐만 아니라 구겐하임, 노이에, 메트로폴리탄 분관 등 여러 미술관,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유명한 돌진하는 황소상에서 시작하는 브로드웨이는  직선으로 올라오던 길이 유니온 스퀘어를 지나며 혼자 삐딱선을 타기 시작한다. 그렇게 꺾여나간 길은 차례로 5번가, 6번가, 7번가를 교차해 가면서 맨해튼 끝자락의 메트로폴리탄 클로이스터스 분관을 지나 도시를 빠져나간다.

없는 줄만 알았던, 숨어있는 4번가, 1번가보다 동쪽에 이스트강을 마주하며 있는 Alphabet Avenues. 우연히 마주치는 길의 변주들은 산책에서 만나는 소소한 기쁨들 중 하나다.

처음 왔을 땐 이곳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비록 많이 찍지는 못했어도 지난 몇 달 간을 정리하다 보니 대략의 감이 잡히는 것도 같다. 내가 좋아하고 즐겨 담는 풍경의 느낌은 이곳이라고 서울과 크게 다를 리 없다.

일 년 계획의 맨해튼 살이 중 벌써 넉 달이 지났다. 남은 시간은 아마도 지금까지 보다 더 빨리 지나갈 것이다. 그 시간이 헛되이 지나가지 않도록 조금 더 많이 보고, 느끼고, 담아야겠다. 언젠가 뒤돌아보면 분명히 그리워질 시간일 테니까…

NYC.

Sep.-Dec. 2017.

All photographed by X-Pro2 + Color Skopar 2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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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go-round / Coney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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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lasses / High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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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elberg / Near Times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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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 / Wall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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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 Near Union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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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s / Brook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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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ge / Brooky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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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 & West / Broad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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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 / Manhat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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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ia’s Secret / 6th 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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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xi / 7th 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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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 stop / 5th 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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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destrian / 5th 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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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g / Grand Central Term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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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t Iron / Broad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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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zza / 7th 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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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ackler Wing / The 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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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 E 20th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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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ire State Building / Lexington 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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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 concourse / Grand Central Term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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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walk / 5th Ave.

카테고리:Essay, Gallery태그:, , , , , , ,

1개의 댓글

  1. 뉴욕 거리와 뉴요커의 일상풍경 잘 감상했습니다.
    도시의 밀도, 빠른 속도와 함께
    만남과 발견의 소소한 기쁨이 느껴집니다.

    Liked by 1명

  2. 정처없이 걷는 것.
    여행이란게 이래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도 구성도 좋네요.

    Liked by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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