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toria’s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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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ia’s Secret / Dec. 2017. / NYC. / X-Pro2 + CS 21mm.

“안녕, 좋은 아침이야. 특별히 찾고 있는 것이라도 있니?”

“저기, 팬티를 좀 선물하려고 하는데.”

“오, 우리 가게에 많이 있지. 그런데 사이즈는 알고 있니?”

“응, 제일 작은 것.”

“오케이. 여기 앞이랑 저기 중간, 그리고 마지막 제일 뒤쪽에 조금씩 있어.”

가장 가까운 진열대로 나를 끌고 가며 직원이 말을 건넨다.

“지금 세 장 사면 세 장 공짜 이벤트 중이야. 자, 여기 이쪽 건 좀 cheeky 스타일이고, 그리고 이건…”

“잠깐만, 잠깐만. 내 기억이 맞다면 여기 stitch-less 스타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직원의 표정이 열심히 설명하며 물건 좀 팔아 보려던 것에서 ‘얘 좀 아는데?’라는 얼굴로 바뀐다.

“아! 그건 저기 제일 뒤쪽 진열대에 있어. 네가 찾는 사이즈는 제일 윗줄이고.”

“오케이, 고마워.”

… 빅씨 제품을 처음 구매해 본 건 살짝 어울리지 않게도 쿠웨이트였다. 출장으로 뻔질나게 그곳을 드나들던 시절, 공항 출국장의 대형 오픈 매장에서 처음 물건을 사 본 이후로 가끔씩 이곳저곳 출장을 갈 때면 챙겨 들르는 곳 중 하나가 되었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문득 궁금해져서 뒤적거려 보니 그 유명한 에인절 패션쇼 등 선정성 이슈를 제하고 보면 브랜드 자체의 점유율과 매출은 상당한 것 같다. 옷 자체로도 편안함과 기능성을 상당히 인정받는 듯하고. 다만 작년을 주 기점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트렌드에 대한 대응이 늦으면서 성장이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얼마 전 잉게 모라쓰의 사진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LG반도체의 운명이 생각난다. 몇 년 혹은 십 년쯤 뒤에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빅씨를 볼 수 있게 될까? 이제 삼십 년의 나이가 되어 가는 회사이니 짧지는 않은 연륜이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는 워낙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니 도통 미래는 알 수가 없다.

그냥 내가 살짝 좋아하고 약간의 추억쯤은 간직한 브랜드가 조금은 오래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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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제가 무언가 실수로 라페님의 코멘트를 지웠는데요…^^;; 그래도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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