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Aperture Gallery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Aperture는 1952년 창간한 사진 계간지이자 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사진계 주요 단체 중 하나이다. Aperture는 계간지 발행뿐만 아니라 매년 십여 권 이상의 사진집 및 사진 관련 서적을 출간하는 주요 출판사로서 한국 사진가 김아타와 이정진도 이곳에서 사진집을 출간한 적이 있다. 연간 두 차례 사진집 리뷰 간행물도 발간하며 그 외 다수의 전시, 교육, 워크숍 진행 및 신진 사진가들 작품의 한정판 인화물도 제작/판매한다. 또한 최근에는 전자책 출판과 앱 활용, 데일리 블로그 운영 등등 온라인/모바일 시대에 발맞추려는 노력도 많이 하고 있다.

Aperture의 설립자들은 앤설 애덤스(Ansel Adams), 마이너 화이트(Minor White), 도로시아 랭(Dorothea Lange), 바바라 모건(Barbara Morgan)과 유명한 <사진의 역사>를 쓴 버몬트 뉴홀(Beaumont Newhall)과 그의 부인이자 작가인 낸시 뉴홀(Nancy Newhall)이다. 최초의 설립 목적은 사진가들 서로가 토론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공론의 장을 만들고, 또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창간 이후 마이너 화이트가 1976년까지 편집자로 활약하며 Aperture의 성장을 이끌었다.

Aperture 갤러리는 여러 곳의 갤러리들이 들어와 있는 547 West 27번가 첼시 랜드마크 아트 빌딩의 4층에 자리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현재 이사회 멤버들과 재단 설립자 6명의 이름, 그리고 지난 2년 간 일정 금액 이상을 기부한 사람들의 명단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흰 벽이다. 비영리 재단이라는 성격 상 기부자들에 대한 감사가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또 사진계의 거장들이라 할 수 있는 설립자들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진다.

갤러리 메인 홀 오른편은 주 전시 공간으로 널찍한 사면 벽에 전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메인 홀 왼편으로는 커다란 통창으로 자연광이 들어오는 가운데 Aperture에서 출간한 사진집 및 관련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고 편히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소파도 놓여 있다. 그리고 그곳 끝자락 작은 별실에 별도의 소규모 전시 공간이 하나 더 있다.

기부자 명단 바로 옆 작은 통로는 한정판 사진의 전시 및 판매를 위한 작은 방으로 이어진다. 판매 작품들은 클래식 사진들의 빈티지 프린트보다는 최근 작가들의 작업이 더 많은데 웹 사이트 소개에 쓰여 있는 것처럼 주로 신진 작가들의 작품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수상작을 포함한 최종 후보 4팀(개인 3명 및 듀오 1팀)의 작품을 전시하는 2017년 Deutsche Börse Photography Foundation Prize, 2017년 Aperture Portfolio Prize 수상작, 그리고 2017년 Paris Photo–Aperture Foundation PhotoBook Awards 수상작 및 최종 후보작 전시까지 총 3건이다.

이중 Deutsche Börse 사진 재단상 수상작전을 메인 전시 공간에서 하고 있는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17년 최종 수상자인 다나 릭센버그(Dana Lixenberg)의 <Imperial Courts>이다. 이 작업은 1992년 로드니 킹 사건**으로 촉발된 LA 폭동 취재를 위해 중남부 LA를 방문했던 릭센버그가 소외되고 차별받던 Imperial Courts 지역의 현실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자 이후 20여 년에 걸쳐 그 지역을 계속 찾아가며 담은 작품들이다.

1993년 릭센버그의 카메라 앞에 섰던 한 아이는 그 2010년 자신의 아이와 함께 다시 한번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1993년의 사진 속에 담긴 또 다른 아이 토니의 포트레이트 옆에 나란히 걸려 있는 2010년의 사진은 바로 그 아이의 추모비이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에 담겨 있는 세월과 그곳의 역사는 이러한 긴 호흡의 작업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얼마만 한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릭센버그의 작업은 단순한 포트레이트 작업이 아닌 커뮤니티의 역사, 그리고 그 커뮤니티를 둘러싼 세계를 관통하는 심도 깊은 역사의 기록이다.

최종 후보작 중 하나였던 네덜란드 작가 아오이스카 반 데어 몰렌(Awoiska van der Molen)의 흑백 사진들은 일상적인 풍경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면서, 풍경을 벗어나 추상으로까지 나아가는 작품들이다. 화산에서 흘러내리는 용암 줄기를 담은 한 이미지는 톤을 전혀 구별할 수 없는 칠흑의 산과 한 줄기 용암의 대비가 강하게 와 닿았다. 땅, 바다, 하늘을 한 화면에 담은 또 다른 사진은 각각의 경계가 미묘하게 존재하면서도 흐릿한 느낌에 어떤 새로운 풍경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Deutsche Börse 사진 재단상의 다른 후보작들은 소피 칼(Sophie Calle)과 영상/사진 작업을 병행한 듀오 타이요 오노라토(Taiyo Onorato)와 니코 크렙스(Nico Krebs)의 작업이다. 소피 칼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병기하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보여 주는 작업들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수상 후보작이었던 <My All> 사진집과 헤어짐과 슬픔에 관한 <Exquisite Pain>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은 별실에서는 2017년 Paris Photo–Aperture Foundation PhotoBook Awards의 각 부문별 최종 수상작들과 후보작들을 전시 중이다. 물론 올해의 사진집으로 선정된 인도 사진가 다야니타 싱(Dayanita Singh)의 <Museum Bhavan>나 올해의 데뷔작 수상작인 매튜 아셀린(Mathieu Asselin)의 <Monsanto, A Photographic Investigation> 작업도 좋았다. 하지만 올해의 데뷔작 부문 후보 중 하나였던 Dawn Kim의 <Creation.IMG>가  조금 더 신기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링 제본 형태의 자가출판 사진집인데 창세기에 나오는 첫 7일 동안의 창조에 관한 이야기를 구글의 유사-이미지 검색 기능을 활용하여 검색한 이미지들을 나열하여 보여주려 한 작업이다. 예전에 플리커에서 검색한 이미지만으로 작업을 진행한 작가도 보긴 했지만, 조금 더 일반적인 방식의 사진 작업에 익숙한 내게는 아직 이런 새로운 시도가 난해하다. 다만 이런 시도와 작업들이 인정받는 것을 보면 조금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야로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든) 읽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Aperture는 매년 말 Aperture Portfolio Prize를 진행하는데 현재 진행 중인 전시 중 하나가 이 대회의 수상작인 나탈리 크릭(Natalie Krick)의 사진들이다. 이 포트폴리오 상은 비교적 작품이나 작업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진 사진가들을 주 대상으로 하며 소정의 상금과 함께 Aperture 전시도 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기회이다. 한 가지 유의점은 참가 대상이 Aperture의 정기 구독자로 한정되므로 내년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일단 정기 구독을 신청하기 바란다. 🙂

*18년 1월 8일 기준

**한인 피해도 매우 컸던 LA폭동의 시발점이 된 사건으로 당시 억압되어 있던 지역 흑인 사회가 폭발하는 계기였음

기본 정보

갤러리명: Aperture Foundation Gallery

주소: 547 West 27th Street, 4th Floor, New York, N.Y. 10001

운영시간: 월~금 10:00 am – 5:30 pm

웹사이트: https://apertur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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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입구에 걸려 있는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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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현관에 진열 되어 있는 Aperture의 출간 도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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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마주할 수 있는 흰 벽. 이사회 멤버, 설립자들과 기부자들의 이름이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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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전시 공간. 릭센버그의 <Imperial Courts> 작업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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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및 휴게 공간. 뒤쪽 벽은 17년 포트폴리오 수상작 나탈리 크릭의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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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y’s Memorial, 2010. Tony, 1993. From <Imperial Cou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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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용암 줄기, 그리고 하늘. From <Blanco at Foam>. 내가 반영되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All photos taken by X-Pro2 + CS 21mm.

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 , ,

1개의 댓글

  1. 클라스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문화적 컴플렉스가 없지 않은데…ㅠㅠ
    시리즈 기대하고 있습니다.

    Liked by 1명

  2. 올려주시는 뉴욕전시이야기들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Liked by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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