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Gitterman Gallery


Gitterman 갤러리는 2004년 개관한 사진 전문 갤러리이다. 현재 직원은 오너인 Tom Gitterman과 갤러리 매니저 한 명을 더하여 총 두 명인 소규모지만 개관 이후 매년 4~5 차례 이상의 사진전을 꾸준히 열고 있는, 작지만 내실이 느껴지는 곳이다.

개관부터 현재까지의 전시 및 모든 작품 목록들은 갤러리 웹사이트에서 감상 가능한데 그 히스토리를 보면 다양한 스타일의 사진들을 꾸준히 전시하면서 갤러리의 안목을 키워 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지난 13년 간 사진전 이외의 전시는 2017년 Joe Gitterman의 조각전이 유일한데 오너인 Tom의 아버지 작품 전시이다.^^)

Gitterman 갤러리는 Howard Greenberg 갤러리도 들어와 있는 57번가와 메디슨가 코너의 The Fuller 빌딩 11층에 자리 잡고 있다. 갤러리로 들어 서면 바로 전시 공간이며 중앙의 홀에는 4인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어 잠시 앉아 쉬거나 작품 목록을 감상하며 숨을 돌릴 수 있다. 메인 홀 뒤쪽으로는 작품 보관 및 업무를 위한 두 개의 방이 있는데 사무실 벽면을 활용하여 일부 작품들을 함께 전시하기도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아론 시스킨드(Aaron Siskind) 사진전이다. 사진을 시작한 초창기인 1930년대에는 할렘에 대한 기록 작업(Harlem Document) 등 다큐멘터리 사진에 집중하였던 시스킨드는 1940년대 이후 인간이 만든, 또는 인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대상에 대한 추상적 이미지 표현에 몰두했다.

주된 전시 작품들은 벽, 나무문, 포도밭의 암석 등등의 대상에 중형 또는 대형 카메라로 클로즈업하여 디테일을 담은 1950년대 ~ 70년대 초반까지의 사진들이다. 무엇을 찍은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는 작품도 있고, 또는 한참을 생각하며 보아야 하는 것들도 있다.

사진 속의 대상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없게 한 것은 작가가 의도한 모호함일 것이다. 하지만 시스킨드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그의 사진들은 모호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그는 사진 속에 대상(material)과 자신을 함께 투영하며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질서(order)를 창조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질서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긴장감(order with the tensions continuing)을 그는 피할 수 없으면서도(inevitable), 즐겁고(pleasurable) 또는 혼란스러운(disturbing)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 시스킨드는 자신이 만든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찾아내길 바랐을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 편히 둘러보라며 반갑게 인사했던 직원이 전화가 끝나고 나서 말을 걸어왔다.

“미안, 내가 통화가 길었지? 혹시 뭐 궁금한 것 있니?”

“어, 마침 한 가지 질문이 있어. 다른 사진들은 그래도 좀 알겠는데 저기 첫 번째 사진 말이야, <West Street>. 어떠한 질감(texture)이나 이런 것을 전혀 모르겠는데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거야?”

“질감이 안 느껴진다고? 아닐 텐데. 자, 이리 와서 자세히 봐봐. 여기 톤의 차이(tonality)가 보이니? 완벽한 백과 흑, 그리고 그 사이 그레이의 미세한 톤들. 그리고 더 자세히 보면 표면의 질감도 느껴질 거야. 이 사진도 벽을 클로즈업하여 찍은 거야.”

“아, 그렇구나.”

“혹시 사진사나 예술사에 대해 좀 알고 있니? 모홀리-나기(László Moholy-Nagy)와 만 레이(Man Ray)는?”

“응, 조금은.”

“잘 됐네. 예를 들면 만 레이는 상이하면서도 인식 가능한 물체들을 한 프레임 안에 넣으면서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줬다면, 모홀리-나기는 대상이 무엇인지 인식하기 어려운 포토그램을 만들면서 어떤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보여 주고자 했어. 공간의 깊이를 제거하고 평면적인 세계를 만들었지. 시스킨드 작업들은 일면 모홀리-나기와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 클로즈업을 통한 깊이의 제거를 통해 평면적인 이미지를 구성하였거든. 그리고 시스킨드는 우리 주변의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도 그 속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지 못하던 것들을 그의 작업을 통해 보여 주려 했어. 그래서인지 때로는 시스킨드의 작업을 계속 보고 있으면 어떤 휴머니티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아. 물론 시스킨드 작품이 처음 봤을 때 바로 이해가 간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각예술(Visual arts)이라는 것이 너무 이해하기 쉬우면 재미없지 않겠니? 이렇게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마치 문학이 단어들의 무수한 조합으로 해석되는 것처럼 말이야.”

“그래,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 이렇게 자세히 답변해 줘서 너무 고마워.”

“그래, 들러 줘서 고마워. 난 톰이야.”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 준 직원이 참 고마웠는데 알고 보니 갤러리 오너였다. 작은 갤러리에 오니 이런 경험도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며칠 뒤 ICP 도서관에 들러 시스킨드에 관한 책들을 찾아본 후 한 번 더 갤러리에 들렀다. 그리고 제일 난해하게 느껴졌던 <West Street>만 한동안 바라보았는데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표면의 질감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렇게 보이는 거구나,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우는구나 하는 기분에 즐거워졌다.

갤러리들을 찾아가고,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쉽진 않다. 지난 열흘 동안에만 일곱 군데의 갤러리에 다녀왔다. 보통 한 곳에 가서 집중하여 감상하고 나면 기운이 빠져 버려 같은 날 여러 곳을 돌기도 쉽지 않다. 또 다녀왔거나 보러 갈 전시에 관한 자료들을 찾다 보면 그것만으로 하루를 다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저것 보면서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어 피곤해도 자꾸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려 노력한다. 지금 이 경험들은 진짜로 여기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것일 테니까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해야지.

*18년 1월 10일 기준

**Aaron Siskind, <Art News>, Dec. ’55 / Aaron Siskind, “Credo” from <Spectrum>, Vol. 6, No. 2, ’56.

기본정보

갤러리명: Gitterman Gallery

주소: The Fuller Building 41 East 57th St. Suite 1103, New York, NY 10022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하절기 월-금 10:00 am – 6:00 pm)

웹사이트: https://gitterman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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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입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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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전시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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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홀. 오른편 끝으로 주 사무실로 통하는 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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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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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ron Siskind. <West Street>, 1950. /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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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78>, 1963. / $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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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15>, 1965. / $20,000
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 , , , , ,

1개의 댓글

  1. 포스트가 모이면 중요한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뉴욕에 가게 되겠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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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언제 가볼지는 모르지만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집중해서 보다보면 진이 빠질만도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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