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Pace/MacGill Gallery


Pace/MacGill 갤러리는 창립자인 피터 맥길(Peter MacGill)이 1983년에 파트너인 Pace 갤러리와 협력하여 문을 연 사진 전문 화랑으로 개관 이후 지금까지 200회 이상의 전시회를 개최하여 왔다. 전시뿐만 아니라 도록 발간 및 소속 사진가들의 작품을 갤러리들과 대중, 시장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여 왔고, 갤러리 소개에 따르면 지난 시간 동안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 해리 캘러핸(Harry Callahan),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eiglitz) 등의 작품을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여 사진 매체의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해 왔다. 컬렉션을 보유한 작가는 약 40여 명이며 전시장은 파트너인 Pace 갤러리의 공간들을 포함하여 맨해튼에 총 세 곳이 있다.

Pace 갤러리는 1960년 보스턴에서 처음 개관한 컨템퍼러리 아트의 선도 갤러리로써 40년 이상 동안 900여 회의 전시회를 주최하여 왔다. Pace는 맨해튼의 세 곳 갤러리뿐만 아니라 런던, 베이징, 홍콩, 파리 그리고 이태원에 위치한 Pace 서울 등 세계적으로 아홉 곳에 위치하고 있다. (참조로 현재 Pace 서울에서는 중국 작가인 송동의 <송동: 무용지용(Usefulness of Uselessness)>전을 진행 중이다.) Pace는 컨템퍼러리 외에 다른 장르의 작품들을 취급하는 Pace Primitive, Pace Print 등도 별도로 있으니 규모나 글로벌 커버리지로 보았을 때 메이저 박물관들을 제외한다면 손에 꼽히는 갤러리가 아닐까 싶다.

맨해튼에 있는 세 곳의 공간 중 537 West 24번가에 위치한 전시장은 단층의 갤러리 전용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 정면은 금속 느낌의 커다란 벽이 유리문 입구를 제외한 채 감싸고 있고, 문 안으로 들어 서면 바로 앞쪽으로 데스크와 사무 공간이며 오른편으로는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전시 공간은 개략적으로 세 구역으로 구분되며 사진이 전시된 벽면 외에 중간중간 유리 진열장 안에 전시와 관련된 자료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공간의 천장고가 높아서 전시 공간이 넓고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지금* Pace에서 전시 중인 <Richard Avedon: Nothing Personal>은 1964년 출간된 리처드 애버든(Richard Averdon)의 동명 사진집을 베이스로 한 것이다. <Nothing Personal> 작업은 애버든이 고등학교 친구이자 작가였던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에게 작금(이때는 1960년대 초)의 미국 사회를 돌아보는 작업(볼드윈의 표현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examines some national and contemporary phenomena in an attempt to discover why we live the way we do”)을 하자는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애버든이 사진, 볼드윈이 에세이를 맡아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물이 1964년에 출간된 이 사진집이다.

참고로 작년에 타셴에서 1964년에 발간된 것과 똑같은 사진집(a facsimilie edition)을 재출간하였으며 2017년 출간본에는 퓰리처상 수장 작가인 힐튼 알스(Hilton Als)의 에세이와 공개된 적이 없던 애버든의 사진들, 그리고 당시의 사료들을 담은 소책자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애버든은 일반적으로 위대한 패션 사진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그의 작품 중 하나도 아마 이론의 여지없이 디올의 드레스를 입은 패션모델과 코끼리가 등장하는 <Dovima with elephants, evening dress by Dior, Cirque d’Hiver, Paris, August 1955> 일 것이다. 타임지가 고른 역사 속의 ‘100대 사진’**에 선정되기도 했던 작품으로 하퍼스 바자를 위해 찍었던 사진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광고, 패션 사진가로서가 아닌 사람과 사회에 대한 애버든의 성찰과 바라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작업들이다. 전시 작품은 총 50점인데 유사한 카테고리 안에 있으면서도 상이한 관점을 보여 주는 사진들이 병치되어 더 강렬한 느낌을 준다. 흑인 인권 운동가의 사진과 나란히 걸려 있는 미국 나치 당원들의 사진, 강력한 인종 분리 정책 지지자였던 백인 주지사의 맞은편에 걸린 말콤 X의 사진 등은 당시 애버든과 볼드윈이 보고, 또 보여 주고 싶어 했던 미국의 모습이 어떤 것이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전시를 보고 난 후 알게 되었지만, 수전 손택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애버든의 베트남 전쟁 피해자에 대한 작업은 그가 단지 패션 화보 사진가가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전시된 대부분의 솔로 인물 사진들이 스튜디오 사진인 것은 애버든 스스로가 최상의 결과를 보여 줄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여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한 인물과 이를 둘러싼 사회를 한 장의 사진으로 보여 주기 위해, 그리고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을 것까지 사진으로 내어 보이기 위해서 그가 완벽히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이 바로 스튜디오였을 테니까 말이다.

원래 <Nothing Personal> 작업은 1960년대 초반 미국 사회가 마주하고 있던 여러 이슈들을 곱씹어 보고자 기획한 것이었지만, 피터 맥길이 전시 보도 자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은 예언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이는 몇십 년 전의 미국과 지금의 미국, 그리고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갈등과 여러 문제들이 근원적으로 변치 않는 인간 기저의 성향에서 연유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전시장 중간중간의 유리 진열장 안에 전시해 둔 당시의 편지들, 밀착 인화, 계약서 등등은 애버든의 작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애버든과 볼드윈이 처음 만났던 고등학교 시절 두 사람이 편집장으로 활동한 학내 잡지의 원본도 있고, 당시 그들이 주고받았던 편지, 끄적거림, 인터뷰 녹취록 등등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자료들이 이렇게 잘 남아 있는 것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이 사료들은 2017년 타셴 출간본의 부록 소책자에 들어 있다.)

사실 이번 전시는 끝나기 하루 전날 다른 곳을 갈지 고민하다가 보러 왔던 것이었다. 애버든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이라곤 유명한 패션 사진가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에 전시에 크게 끌리지가 않았었다. 하지만 두 시간에 걸쳐 찬찬히 전시를 둘러보면서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고 생각했다. 전시와 사진 자체도 좋았거니와 잘 모르던 애버든의 면모를 배울 수 있던 것도 여러모로 좋았다.

*18년 1월 12일 기준

**http://100photos.time.com/photos/richard-avedon-dovima-with-elephants

*** p.178-179, 김우룡 엮음, <사진과 텍스트>, 눈빛, 2011.

****“… There is a lot to learn from looking at this prophetic work…”, exhibition press release.

기본정보

  • 갤러리명: Pace/MacGill Gallery
  • 주소: 32 East 57th St., 9th fl., New York, NY 10022 / 510 West 25th St., New York, NY 10001 / 537 West 24th St., New York, NY 10011
  • 운영시간: 화-금 10:00 am – 6:00 pm
  • 웹사이트: http://www.pacemacgill.com/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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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입구. 큰 금속 벽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정면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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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시작. <Richard Avedon: Nothing Pers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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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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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작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사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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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드윈과의 셀프-포트레이트 Photomat 작업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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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George Lincoln Rockwell, Commander of the American Nazi Party, Arlington, Virginia>

오른쪽: <Members of the Student Nonviolent Coordinating Committee, Atlanta, Geog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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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Arthur Miller, writer, New York>, <Dorothy Parker, writer, New York City>, <Harold Arlen, composer, New York City>, <Major Claude Eatherly, pilot at Hiroshima, Galveston, Texas>, <Dwight David Eisenhower,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Palm Springs, California>, <George Wallace, Governor of Alabama, New York City> / <Linus Pauling, scientist, New York City> / <Cheryl Crane, daughter of Lana Turner, Hollywood, California> / <Martin Luther King III, son of Reverend Martin Luther King Jr., Atlanta, Georg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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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Fabian, singer, New York City>, <The Everly Brothers, singers, Las Vegas, Nevada>, <Marilyn Monroe, actress, New York City>
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 , , , , , , , , ,

1개의 댓글

  1. 이걸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암튼 참 부럽네요.
    뉴욕도 그렇고…이렇게 아카이빙 하시는 바위풀님도 부럽고

    Liked by 1명

  2. 저번에 누가 그러더군요.
    뉴욕에서 좋은 점 하나는 갤러리라고.

    감사합니다.

    Liked by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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