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Danziger Gallery


1990년 웨스트 브로드웨이에 처음 문을 연 Danziger 갤러리는 몇 번의 이사를 거쳐 2016년 현재의 이스트 빌리지 자리에 정착하였다. 개관 후 10년째인 2000년에는 창업자인 제임스 덴지거(James Danziger)가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사진 사업을 구상하며 잠시 문을 닫았다가 2004년에 첼시에서 재개관한 이후 현재 위치에서 계속 그 맥을 이어 오고 있다.

갤러리 안내글에 따르면 인화지를 직접 물속에 담근 채 노광하여 물의 흐름, 그림자 등을 담아낸 포토그램 작업인 수잔 더져스(Susan Derges)의 작품들과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의 결정을 포착한 유지 오바타(Yuji Obata) 작품 등의 실험적 작업들을 처음으로 전시한 곳이기도 하다. 갤러리 홈페이지에 소개된 더져스와 오바타의 작품들을 보면 새삼 사진이라는 매체가 표현하고 담아낼 수 있는 시각과 감각의 범위가 어디까지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갤러리 소속 작가들의 작품 중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본 것은 The Sartorialist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는 패션 사진작가의 작품 중 한 점이다. 서울 시내 Bank street(어디지?)에서 찍은 사진인데 내가 애정하는 무한도전에 종종 출연했던 ‘정남이’가 모델이다. 탑 모델이라는 얘기를 연예 기사들에서 좀 보긴 했는데 이렇게 뉴욕 갤러리의 작품 사진에서 보게 되니 멋져 보인다. 🙂

Danziger 갤러리는 복층 구조의 공간인데 Street-level에 위치한 갤러리 입구로 들어 서면 반지하층은 데스크와 사무실, 작품 보관고가 있고 반지상층은 전시홀이다. 직방형의 홀은 높은 천장 덕분에 형광등 조명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감상하는데 불편함이 없었고, 중간보다 조금 더 끝 쪽에 위치한 직사각의 기둥 벽면 양쪽도 작품을 걸기 위한 공간으로 함께 활용되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SUSAN MEISELAS: “CARNIVAL STRIPPERS” 1972 -1975> 전시는 수전 메이젤라스(Susan Meiselas)가 70년대 초반에 작업한 것이다. 매그넘 소속 사진가인 메이젤라스는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등 남미의 분쟁 지역에 대한 취재로 잘 알려져 있는데 <Carnival Strippers> 작업은 그녀가 매그넘 소속이 되기 전, 사진을 시작한 초창기에 찍은 다큐멘터리 작업이다. 1948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칠순이 넘은 메이젤라스는 2015년에 구겐하임 재단 지원금을 받는 등 현재까지도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메이젤라스는 1972년 파트너와 함께 로드 트립을 하다가 카니발의 Girl Show를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세 해의 여름 동안 뉴잉글랜드주의 소도시들과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던 카니발을 따라다니며 스트리퍼들의 공연장 안팎에서의 삶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녀들이 공연 준비를 하거나 잠시 숨을 돌리던 백스테이지의 모습, 들뜬 남성 관중들 앞에서 공연이 한창인 텐트 안, 공연 전 관중을 끌어 모으기 위한 가설무대에서의 퍼포먼스, 그리고 각자가 한껏 자신의 멋을 뽐내며 카메라 앞에 선 포트레이트 사진들까지. 메이젤라스의 작업은 고단하고 자조적이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카니발 스트리퍼들의 생활을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 주고 있다. (사실 스트리퍼라 했지만 그때그때 머물렀던 마을들의 법규와 관습에 따라 공연의 정도는 꽤 달라졌다.** 지역에 따라서는 매매춘까지도 이루어졌던 것 같다.)

렌즈를 통해 담긴 그녀들의 모습은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활에 충실하고 있다. 이는 메이젤라스가 댄서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 함께 지내고 고락을 함께하면서 얻은 결과였다. 작업의 첫 해에는 스스로 말하길 마치 카니발 공연장을 거닐고 들락거리던 관객이나 행인처럼 사진을 담던 그녀가 신뢰를 쌓아 가면서 한 발짝씩 그녀들의 삶 속으로 더 들어가 그 안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이러한 관계 맺음 때문인지 그녀의 사진들은 생생하게 그때, 그곳의 시간과 분위기를 잡아 내어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어두운 환경에서 촬영된 감도 높은 흑백 필름의 입자감은 이러한 시간의 느낌을 더 배가 시켜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전시는 사진들과 함께 메이젤라스가 담은 작업의 녹취록 일부도 함께 들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중에는 그녀의 작업에서 특히 자주 모델이 되었던 레나(Lena)가 처음 댄서 일을 하기 위해 찾아왔던 날의 대화도 녹음되어 있어 있어 책 속 텍스트의 그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제가 뭘 하면 되죠? 저 춤 좀 출 줄 알아요, 아주 잘 출 수 있죠. 스트립 댄스라면 그렇게 잘 하는 건 아니지만요.”

“그건 괜찮아, 어떻게 하는지 우리가 알려줄 거야.”****

1973년 처음 레나가 카니발에 몸을 담았을 때 마주한 순간부터 1975년 카니발 생활 3년째가 되는 해의 포트레이트까지 담긴 레나의 사진들은 메이젤라스의 말처럼 그녀의 몸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레나는 약물 문제로 일찍 세상을 떠났으며 메이젤라스는 니카라과 다큐 작업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레나가 죽었다는 소식을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들었다.*****)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그룹전도 좋지만 이처럼 한 작가의 한 프로젝트에 대한 전시를 보는 것은 마치 하나의 주제를 가진 사진집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 더 깊이 있는 보기를 할 수 있어 좋다. 전시 기간은 아직 한 달 정도 여유가 있으니 몇 번 더 가서 오디오를 들으며 슬쩍 더 감상할까 싶기도 하다.

참조로 메이젤라스가 하버드 대학원 시절 찍었던 <44 Irving St.>부터 시작하여 가장 최근인 2015년까지의 모든 프로젝트와 작업들이 작가의 공식 홈페이지******에 이미지, 텍스트, 오디오까지 포함하여 굉장히 잘 정리되어 있다. 메이젤라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시간을 들여 천천히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기본정보

갤러리명: Danziger Gallery

주소: 95 Rivington St., New York, NY, 10002

운영시간: 화-금 11:00 am – 6:00 pm / 토 12:00 am – 5:00 pm

웹사이트: http://www.danzigergallery.com/exhibitions

*2018년 1월 23일 기준
**Susan Meiselas, <Carnival Strippers>, Farrar, Straus & Giroux, 1976, p.7.
***<Susan Meiselas: In History>, Steidl, 2009, p.14-15.

****Susan Meiselas, <Carnival Strippers>, Farrar, Straus & Giroux, 1976, p.142.
*****Kristen Lubben, <Magnum Contact Sheets>, Thames & Hudson, 2014, p. 222.

******http://www.susanmeiselas.com

DSCF9587

갤러리 입구로 들어 서면 복층의 공간으로 구분 되어 있다.

DSCF9583

메인 전시홀.

DSCF9584

포트레이트. 다음 번 공연을 찾아갈 때마다 이전에 자신이 찍었던 사진들의 밀착인화를 들고 갔던 메이젤라스는 그녀들이 포트레이트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중형 포맷으로 그녀들을 사진에 담아 주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Extra girl, Fryeburg, ME, 1975> / <Coffee, Carlisle, PA, 1975> / <Mitzi, Tunbridge, VT, 1974> / <New girl, Tunbridge, VT, 1975> / <Ginger, Carlisle, PA, 1975> / <Sammy, Essex Junction, VT, 1974>.

DSCF9578

<Lena’s first day, Essex Junction, VT, 1973>.

DSCF9581 <Lena on the Bally Box, Essex Junction, VT, 1973>.

DSCF9580

<Lena, Barton, VT, 1974>.

DSCF9582

<Lena in the motel, Barton, VT, 1974>

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 , , , , , ,

1개의 댓글

  1. 전시된 사진까지 보여주셔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엄청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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