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MoMA


뉴욕현대미술관(MoMA – Museum of Modern Art). 사람들이 뉴욕 하면 떠 올리는 너무나도 대표적인 장소 중 한 곳이다. 반 고흐, 피카소, 앤디 워홀 등등 그곳에 걸려 있는 유명한 작품들에 대해 내 부족한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으리라. 1929년에 개관하였으니 어느새 90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미술관 이름은 모던(Modern)이지만 모던, 컨템퍼러리(Contemporary) 작품들 모두에 대해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 MoMA에 대해 전문가도 아닌 내가 이야기를 하는 건 우스운 일이 될 듯하다. 다만 그저 사진을 즐기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조금만 그 역사를 되돌아보자. MoMA에 공식적으로 사진 부문이 생긴 것은 개관 이후 11년이 지난 1940년. 이후 역대 MoMA 사진부를 이끌었던 사람들은 <사진의 역사>의 저자인 뷰먼트 뉴홀(Beaumont Newhall), <인간가족전(The Family of Man)>을 기획한 에드워드 스타이켄(Edward Steichen), 그리고 무려 30년 간 수석 큐레이터였던 존 자코우스키(John Szarkowski)이다. 사진사에 있어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큰 족적을 남겼던 인물들이 바로 MoMA의 사진부를 이끌어 왔던 것이다. 그러니 이곳이 미술뿐만 아니라 사진에 있어 글로벌 중심지가 되었던 것은 그 규모나 역사나 인물들에 비추어 보면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1980년대에는 소규모의 신설 화랑들과 다른 미술관, 박물관들에 뒤쳐져 한 때 제국으로서의 그 위용을 잃었었다고 하지만* 사진부문만 80년이 되어가는 시간 동안 쌓아온 명성과 실력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물론 MoMA는 2018년 지금도 여전히 최고의 사진 관련 미술관 중 한 곳이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미국 사진작가 스티븐 쇼어(Stephen Shore)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들을 망라한 대규모 회고전 <Stephen Shore>이다. 여섯 살 때 선물 받은 키트로 첫 암실 작업을 하였고, 열네 살 때 MoMA 사진부의 수석 큐레이터였던 에드워드 스타이켄에게 연락하여 자신의 작품 석 점을 팔았으며, 스물세 살에 살아 있는 사진가 중에서는 두 번째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연, 스토리만 듣고 보자면 신동에 천재가 아닐까 싶은 작가이기도 하다.

전시는 쇼어가 십 대 때 앤디 워홀(Andy Warhol)의 ‘팩토리’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찍은 사진들부터 가장 최근의 이스라엘 서안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작업들***까지 모두 포괄하고 있다. 1947년생인 작가는 칠순을 넘긴 나이이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디지털 플랫폼, 인스타그램 등 끊임없이 신기술에 도전하고 영감을 얻으며 창작을 이어 가고 있다. (MoMA 다음에 다녀온 303 갤러리에서는 쇼어의 2017년 신작 전시를 하고 있었다. 303 갤러리와 작품에 대한 얘기는 다음 탐방기에서…)

전시 중 개인적으로 특히 흥미로웠던 것들은 70년 대 초 발표한 <American Surfaces>와 이후 작업한 <Uncommon Places> 시리즈, 그리고 2000년대 중반에 진행한 주문형 출판(print-on-demand) 방식의 사진집들이었다.

<American Surfaces>는 쇼어가 로드 트립을 하면서 소형 35mm 카메라로 특별한 기교 없이 일상의 풍경을 담은 시리즈이다. 사진 속에 담긴 피사체는 아침 식사, 어질러진 침대보, 쓰다 만 화장실, 길 위에서 보이는 특별할 것 없는 풍경들 등등 어찌 보면 쓸데없는 것들을 찍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그 시절 사진에게 요구되던 일종의 시각적 관습들(visual convention)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자유분방한 시선들은 이게 도대체 무슨 사진이야 하는 말이 나오게 할 법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들이 주는, 특이할 것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작가의 의도처럼 ‘마치 말하는 것 같이 자연스럽게’ 보일 목적을 가진 이미지들이라 스스럼없이 관람자의 시선으로 흘러들어서인지도 모른다. 70년대에 뉴욕 LIGHT 갤러리에서 처음 <American Surfaces>를 공개할 때의 포맷을 그대로 차용하여 어떤 프레임이나 액자 없이 작게 인화한 사진들을 그대로 벽에 붙여 놓았는데 이러한 디스플레이가 작품들이 주는 일상성의 느낌을 더 배가하는 것 같기도 했다.

<Uncommon Places>는 쇼어가 대형 8×10 카메라를 사용하여 찍은 작업이다. 기존의 클로즈업 중심에서 광각의 넓은 시야로 옮겨 가긴 했지만 사진 속에 담긴 일상적 풍경들은 어찌 보면 <American Surfaces>와 비슷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작가는 이 시리즈가 프레임 안의 모든 공간과 사물들 간에 흐르는 일종의 긴장을 담으려고 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전의 시리즈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리고 35mm와 달리 대형 카메라의 기술적 특성상 장면 내 모든 사물들의 디테일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쇼어는 특히 더 프레임 내 사물들 간의 관계 맺음에 집중했다. 조금씩 프레임을 움직여 가며 변해 가는 사물들 간의 관계에 주목하고 모든 디테일을 담음으로써 관객들에게도, 작가가 본 것만이 아닌, 직접 스스로의 시선으로 들어가 탐험해 볼 수 있는 일종의 공간을 제시한 것이다. **** <Uncommon Places>는 발표 이후 흑백 사진 중심의 사진계에서 컬러 사진의 위상을 새로이 끌어올렸고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진가들에게 일종의 바이블이 되기도 했다.

2003년에 시작하여 몇 년에 걸친 기간 동안 애플의 iPhoto와 주문형 출판을 활용하여 출간한 83권의 사진집들(각 권 20부 한정)은 작가가 어느 일정한 하루 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선정하여 만든 몇십 페이지 내의 작은 책들이다. 외국의 어느 도시, 타임스퀘어, 벼룩시장, 캘리포리아의 한 시골 마을의 하루 등등 책의 모든 주제들이 매우 일상적이면서도 파편적인 느낌인데 주변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시선들을 영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작가의 감각이 존경스럽기도 했다. (참조로 Phaidon에서 2012년에 83권 전부를 시간 순서대로 포함하여 총 2,300 페이지 짜리 두 권으로 만든 <The Book of Books>를 250부 한정 출간하였다. 첫 출시 가격은 300만 원이 조금 안 되는데 지금 중고가는 찾아볼 수가 없지만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보시길.)

하나하나의 시리즈가 깊이 읽고 생각해야 하는 작품들인데 짧고 부족한 감상평으로 잘 전달이 될지 모르겠다. MoMA 웹사이트의 전시 안내 페이지*****에는 작품 설명뿐 아니라 작가가 직접 전시장을 거닐며 설명한 동영상, 쇼어와 미술관 사진부 수석 큐레이터인 퀜틴 바젝(Quentin Bajac)이 나눈 언론 간담회 동영상 등 관련 자료가 매우 잘 정리되어 있으니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 최고 히트라면 두 번째로 갔던 전시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스티븐 쇼어 선생님이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미술관 회원에게 적용되는 Member Early Hours를 이용해 공식 개장 시간보다 일찍 갔는데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흰머리의 작가 선생님이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너무 깜짝 놀랐다. 우선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한쪽 구석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려 전화기를 들고 다가섰다.

“선생님, 괜찮으시면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을 수 있을까요?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떨리는 내 손을 보았는지 선생님과 같이 있던 일행분이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여 무사히 기념사진을 담았다. 아마 뉴욕에서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 🙂

기본 정보

  • 갤러리명: MoMA – Museum of Modern Art
  • 주소: 11 W 53th St., New York, NY 10019
  • 운영시간: 월-일 10:30 am – 5:30 pm (금요일은 8:00pm까지 개관)
  • 홈페이지: https://www.moma.org

*진동선, <사진의 메카를 찾아서>, 태학원, 2000, p.130-137.

**18년 1월 25일 기준.

***전시 섹션의 흐름은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The Early Years, 1961-1967 / Serial Images, 1969-1970 / All the Meat You Can Eat, 1971 / American Surfaces, 1972-1973 / Uncommon Places, / Commissions and Editorial Work, 1975-1981 / The Nature of Photographs / In the Wilderness, 1979-1993 / Instant Photography, 2003 to Today / Historical Times : Israel and the West Bank and Ukraine, 2009-2013 / Archaeology, 1996.

****(영상) <Stephen Shore : How to see the photographer with Stephen Shore>, MoMA, 2017 / (영상), <Stehphen Shore: Uncommon Places>, Spike Productions, 2011.

*****https://www.moma.org/calendar/exhibitions/3769?local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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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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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Surf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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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ommon Pl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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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Merrick & Tracktion>,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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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ick & Traction>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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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사진집들 전시. 천장에 매달린 줄에 한 권씩 사진집을 매달아 놓았다. 뒤쪽 컴퓨터는 작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볼 수 있게 준비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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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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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마지막 공간. 작가가 직접 사용하였던 카메라들, 예전 전시 포스터, 열네 살 때 MoMA와 체결한 사진 판매 계약서 등을 전시하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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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쇼어 선생님과 기념 촬영. 01.31.18.

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 , , , , , ,

1개의 댓글

  1. 마지막 사진, 두분의 분위기가 비슷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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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우왕~~~모든 것이 너무나 부럽군요.
    타국에서 특히 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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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훈남이시군요.^^
    갤러리 투어 덕분에 저도 고급져 지는 것 같아 늘 기분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타국에서 맞이하는 새해죠.
    복 많이 받으세요.

    Liked by 1명

  4. MOMA는 저도 꼭 가보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Liked by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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