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303 Gallery


1984년 리사 스펠맨(Lisa Spellman)이 설립한 303 갤러리의 이름은 갤러리 주소였던 파크가 303번지를 따른 것이지만,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eiglitz)가 운영하였던 Intimate 갤러리가 Anderson Galleries 건물의 303호에 자리 잡았던 것에 착안한 것이기도 하다. 개관과 함께 쌓아 온 시간 자체도 짧지 않지만 이름부터도 가볍지 않은 역사를 품고 있는 것이다. 갤러리는 이스트 빌리지, 소호 등 몇 번의 자리 이전을 거쳐 1996년 첼시에 새 둥지를 틀었으며, 이후 첼시 안에서 몇 번 더 이전하다가 2016년 현재 위치인 첼시 서쪽 끝자락 West 21번가로 옮겨 왔다..

빌딩 1층에 위치한 갤러리는 거대한 유리문 입구와 안으로 들어서면 입구만큼 넓고 시원하게 조성되어 있는 전시 공간이 인상적이다. 문을 열고 들어 서면 바로 오른쪽이 데스크이며 앞쪽의 작은 책상 위에 체크리스트와 방명록, 전시 작가의 책 몇 권이 함께 놓여 있다. 전시홀 끝 쪽은 사무실과 작품 보관고로 이어지는 곳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스티븐 쇼어(Stephen Shore)의 2017년 신작 전시이다. 303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쇼어의 여섯 번째 개인전으로 갤러리는 2000년 진행한 첫 번째 전시부터 시작하여 꾸준히 쇼어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판매, 보유하고 있다.

2017년 신작은 작가가 핫셀블라드 X1D 디지털 중형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다. 아이폰, 인스타그램 등의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과 장비를 활용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아 왔던 쇼어는 사용하기 편리하면서도 예전에 쓰던 대형 8×10 카메라의 디테일을 가능케 하는 X1D의 가능성에 반하여 이 카메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긴 폭의 길이가 60인치가 넘는 대형 인화인  전시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클로즈업 풍경임에도 디테일이 매우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개인적으로 사진은 작고, 한 손에 들어오고, 가급적이면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카메라로 찍는 걸 좋아하지만 최근엔 화면 상의 이미지보다 인화가 그리워지면서 중형을 좀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그런데 이 X1D의 인화물들을 보니 한 번쯤은 사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마존 가격 검색해 보고는 그냥 좋은 작품들 감상을 한 것으로 끝내긴 했지만…^^)

작품 수는 총 9점으로 많지는 않은데 뉴욕, 런던, 그리고 몬태나에서의 어느 하루 동안 촬영된 이미지들 중에 골랐다. 뉴욕 길바닥의 담배꽁초와 쓰레기봉투, 런던 어딘가의 나무들, 몬태나의 흙바닥에 대한 클로즈업 사진들. 이런 사진들 – 언뜻 보면 쓸모없고, 아름답지 않고, 의미를 알 수 없는 – 로 전시를 하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건 결국 쇼어가 지난 수십 년 간 보여 주며 쌓아 올린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풍경에서 어떤 의미와 조형성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은 작가의 사진 세계가 있었기에 새로운 작품들도 그 세계관에 비추어 읽어 볼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도대체 이런 것을 왜 담았는데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나한텐 꽤나 마음에 드는 전시였다. X1D의 해상력에서 오는 디테일뿐만 아니라 피사체들과 그들이 내게 보이는 방식이 좋았다. 물론 아직 나는 아스팔트 위의 담배꽁초와 나뭇가지, 잎사귀의 조화에서 마치 초창기 칸딘스키(Kandisky)의 작품을 보는 것처럼 사진을 읽지는 못한다.*** 사진 감상에 정답이 있다고 할 순 없겠지만 더 깊이 읽기를 위해서는 내 배움의 창고를 더 채울 필요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이번 전시의 보도 자료에 한 장, 한 장의 사진에 대해 꽤 세세한 평이 나온 것은 결국 이번 작품들의 읽기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일정 부분 감안한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 작품 속의 풍경들이 내게는 무척 좋았기에 오히려 조금 더 이 시선을 따라가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매일 같이 걸어 다니고 있는 이곳 뉴욕의 길바닥을 조금 더 자세히 좀 보아야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뉴욕 대부분 갤러리들의 주요한 목적이 상업 활동이라는 걸 감안하면 303 갤러리의 이번 쇼어 전시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이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 5월까지 MoMA에서 진행 중인 스티븐 쇼어의 대규모 회고전 때문에 아무래도 작가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곳뿐만 아니라 EDWYNN HOUK 갤러리에서도 쇼어의 <Uncommon Places> 시리즈 빈티지 프린트 전시를 진행하고 있으니 한 갤러리만의 일도 아니다. 물론 나로서는 여러 전시를 볼 수 있으니 그저 좋을 뿐이지만, 이 곳의 갤러리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다.

기본 정보

  • 갤러리명: 303 Gallery
  • 주소: 555 W 21st St., New York, NY 10011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www.303gallery.com

*18년 2월 1일 기준.

**전시 보도자료. http://www.303gallery.com/gallery-exhibitions/stephen-shore6/press-release
***전시 보도자료.

DSCF9664.jpg

갤러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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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바로 앞에는 작은 벤치가 놓여 있어 잠시 앉아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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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 자료와 체크리스트, 그리고 쇼어의 사진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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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큰 전시 공간에 9점의 대형 인화물만 걸려 있으니 매우 한적한 느낌이 들었다.

DSCF9657

왼쪽부터 <New York, New York, May 19, 2017>, <London, England, July 9, 2017>.

DSCF9656

<New York, New York, May 19, 2017>.

DSCF9655

<Three Forks, Montana, August 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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