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Sous Les Etoiles Gallery


Sous Les Etoiles 갤러리는 지은 지 100년이 넘은 소호 100 Crosby가 고풍스러운 빌딩의 6층에 자리 잡고 있다. 2006년에 큐레이터이자 컨설턴트인 코린 타피아(Corinne Tapia)가 문을 열었고 이후 십 년 넘게 다양한 장르의 신진, 기성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 오고 있는데 갤러리 소속 작가 중 일본 사진가가 세 명(Haruna Kawanishi, Ichigo Sugawara, Fumio Tanai)이나 포함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갤러리는 체 게바라의 사진으로 잘 알려진  쿠바 사진가 알베르토 코르다(Alberto Corda)의 작품들도 대표하고 있기도 하다. 관장인 타피아는 현재 ICP를 포함한 여러 곳의 포트폴리오 리뷰에 참여하고 있으며 다양한 공공/사설 갤러리들과 협력하며 소속 작가들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볕이 잘 드는 복도를 따라 걸어가면 작은 명패와 함께 갤러리의 유리문 입구를 마주할 수 있다. 안 쪽으로는 대형 전시 포스터와 전시명이 인쇄된 흰 벽면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 서면 바로 왼쪽으로는 데스크와 사무 공간이며 오른쪽으로는 작품 보관고와 별도의 주 사무실이 따로 있다. 중앙에 있는 전시홀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며, 홀 한쪽 구석에 놓인 작은 테이블에는 잠시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의자와 함께 지금 전시 중인 작가의 사진집들이 놓여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알제리 태생의 프랑스 사진작가 장 피에르 라퐁(Jean-Pierre Laffont)이 2014년 출간한 사진집 <Photographer’s Paradise>의 부제를 차용한 <Turbulent America>이다. 감마 포토 에이전시(Gamma Photo Agency)**의 해외 특파원이었고, 사진 편집자이자 부인인 엘리안(Eliane Laffont)과 함께 시그마 포토 뉴스(Sygma Photo News)**를 공동 설립하기도 한 라퐁은 사진 인생 거의 전부***를 포토 저널리스트로서 살아온 작가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사반세기에 걸쳐 라퐁이 목도해 온 미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다. 그중에는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끈 워터게이트 사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들도 있지만, 열악한 재소자 처우를 폭로한 커밍스 농장 사건(Cummins Farm), 켄트 주립대의 반전 시위대 학생들에 대한 경찰의 발포 및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 등 대부분 지난 세월을 살아온 미국인들이 겪었던 그들의 현대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시장에 걸린 사진들을 바라보며 수십 년의 세월을 관통해 담긴 역사 속 장면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사진이 품고 있는 기록의 힘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라퐁이 말한 것처럼 이 사진들은 “사진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것: 후대의 판단을 위해 역사 속의 결정적 순간들을 간직하는(They do what photographs do best: freeze decisive moments in time for future examination)”**** 역할을 훌륭하게 해 내고 있다. 사임 발표 이후 백악관을 떠나는 대통령 닉슨을 태운 마지막 헬기의 모습이나 워싱턴의 기념비 앞을 가득 채운 반전 시위대의 사진들은 그 시절의 시공간을 지금 이곳으로 되불러 바라보게 해 준다.

라퐁의 렌즈는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하면서 목격한 역사의 현장뿐만 아니라, 거시적 풍경의 뒤꼍에 자리한 일상의 순간들도 차별 없이 담아내었다. 제멋대로 쌓인 쓰레기 더미 속의 브루클린 거리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 불경기에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방치된 공공 시설물, 불황으로 텅 빈 세계무역센터 건물 뒤켠의 공터에 앉아 있는 홈리스들을 담은 이미지들은 우리가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쉽게 간과하지만, 분명히 지난 시간의 속살들을 채우고 있는 미시적 역사의 순간들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Photographer’s Paradise>에 실린 이미지들 중 선별된 일부이다. 사진집은 60년대부터 80년까지 십 년 간격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정확한 수치적 연대기보다는 사건의 큰 흐름에 집중하여 총 359장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책에는 사진 한 장, 한 장에 대한 부연 설명과 함께 각각의 사건들에 대한 스토리가 상세히 담겨 있기 때문에 이미지 프레임의 안과 밖, 그리고 그 앞, 뒤로 흘러왔던 시간의 역사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사진집 전체를 먼저 본 후 인화된 작품들을 본다면 좋을 듯하다.

책 속에서 기억나는 건 무하마드 알리 대 조 프레이저의 “세기의 대결” 시합 날 찍었던 할렘의 마약왕 프랭크 루카스(Frank Lucas)와 여장남자들(transvestites)에 관한 에피소드들이다. 라퐁은 2007년 루카스를 실화로 한 할리우드 영화(<American Gangster>)가 개봉하면서 그 시합날의 필름에 루카스가 담긴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이후 이 사진이 공개되었다. 1965년 길거리에서 우연히 받은 부탁으로 담게 된 여장남자들의 하루에 관한 스케치는 그들의 안전을 염려하여 촬영된 지 거의 50년이 지난 2014년에 사진집을 출간할 때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근 반세기 가까운 역사의 순간들이 이렇게 필름을 통해 살아 남아 온 것은 사진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는 이야기들이다.

저널리스트였지만 공공적 시선뿐만 아니라 개인적 시선도 늘 잃지 않았던 라퐁이었기에 단지 사건을 보여주는 저널리즘이 아닌 시대와 역사를 간직한 순간들을 필름에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또 주어진 어싸인먼트가 아닌 스스로의 자유로운 시선과 감정을 따라 가 주제를 선정하고 작업하였기 때문에 더 좋은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라퐁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부인 엘리안이 걱정한 것처럼***** 라퐁이 해 왔던 것 같은 자유로운 의지의 작업 방식 – 스스로 주제를 선택하고 시간을 들여 작업한 포토 르포, 에세이 등을 시장에 판매하여 생활을 이어가는-이 언제까지 그 생명을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변해 가는 세상에 발맞춰 이야기를 보여 주는 방식도 결국은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을 생각하면, 라퐁과 같은 작업을 추구하는 사진가들이 어떤 형태로든 오래도록 사람들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기본 정보

  • 갤러리명: Sous Les Etoiles Gallery
  • 주소: 100 Crosby St. #603, New York, NY 10012
  • 운영시간: 월-금 10:00 am – 6:00 pm / 토 11:00 am – 5:00 pm
  • 홈페이지: http://www.souslesetoilesgallery.net

*18년 2월 6일 기준.

**각각 1960년대와 70년대에 설립된 메이저 에이전시로서 많은 포토 저널리스트들의 둥지였던 두 회사는 변해 가는 환경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며 2000년대 이후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진가 시절 초기에는 패션 사진 일을 하기도 했다.

****Jean-Pierre Laffont, <Photographer’s Paradise>, Glitterati, 2014, p.11.

*****같은 책,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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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잘 드는 복도를 따라 지나가면 갤러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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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갤러리 명패와 문 안쪽으로 보이는 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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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벽면을 모두 활용한 전시 공간은 크지는 않지만 아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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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서 바라 본 갤러리 입구. 오른쪽으로 데스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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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Making of the dollar in the Bureau of Engraving and Printing.  Employees checking for imperfections and right colors. Washington DC, October 1971>, <Tombs Prison, Manhattan, New York City, NY. November 1st, 1972>, <Trustee and inmates at Arkansas State Penitentiary, Cummins Farm, AR, February 1968>, <Prisoners picking cotton at Arkansas Penitentiary, Cummins Farm, AR, February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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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공산주의자는 오직 죽은 공산주의자뿐이다.” 베트남전 찬성 시위대. <Anti-Communist in favor of the Vietnam War Man holding Burning Vietnamese flag, New York,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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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에게 총기 사용법을 알려 주는 교육 캠프. 무거운 총을 든 아이의 손을 잡아 발사 시 지탱을 도와주는 인스트럭터의 손. <Teaching children to shoot, College Station, TX, June 1981>.

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 , , , , ,

1개의 댓글

  1. 마지막 사진은 윌리엄 클라인도 떠오르고 그러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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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모이면 정말 좋은 아카이빙이 될 듯 합니다.
    자꾸 고급져 지는 느낌이랄가요.
    우리는 이런게 없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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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도대체 NY에는 얼마나 많은 사진갤러리가 있는 거예요?
    그 도시에 있는 갤러리가 우리나라 전체를 다 합친 것 보다도 많겠어요. ㅡ.ㅡ;;

    Liked by 1명

    • 이 작업의 시작점이 되었던 진동선 선생님의 의 부록에 나오는 뉴욕 사진 화랑 리스트가 102곳이었습니다. 그 중 20년의 세월을 건너 가며 부침을 겪고 살아 남고, 또 새로 생긴 곳들이 제가 파악한 것만 대략 5~60개 안팎인 것 같습니다. 물론 더 많은데 제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우선 제가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은 다 가 보는 것이 목표인데 생각보다 쉽진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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