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Staley-Wise Gallery


Miranda (메릴 스트립) :
Get me Demarchelier. (드마쉘리에 연결해.)

Andy (앤 해서웨이) :
(On the phone) I have Miranda Priestly calling for – Okay. (미란다 프리슬리 전홥니다 – 예.)
(to Miranda) I have Patrick. (패트릭 연결됐습니다.)

패션지 보그의 편집장 애나 윈투어(Anna Wintour)를 실제 모델로 한 것으로 유명하다기 보단 뭇 남성들의 눈을 사로잡은 앤 해서웨이의 거리 패션쇼 워킹으로 더 유명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 장면이다. 대사 속의 주인공은 저 장면만으로 그 위상을 짐작케 하는 유명 패션 사진가 패트릭 드마쉘리에. 지금* 소호의 Staley-Wise 갤러리에서 네 번째 개인전** <Patrick Demarchelier : 1992-2017>을 진행 중인 주인공이기도 하다.

공동 창립자인 Etheleen Staley와 Takouhy Wise을 이름을 따서 1981년 소호에 처음 문을 연 Staely-Wise 갤러리는 패션 사진 전문 화랑으로 30년 넘는 역사를 쌓아 왔다. 소속 작가는 이번 전시의 주인공 드마쉘리에를 포함하여 데이빗 라샤펠(David LaChapelle), 갤러리 창립 개관 전시의 주인공이었던 호스트 P. 호스트(Horst P. Horst), 마릴린 먼로 사진이 유명한 버트 스턴(Bert Stern) 등이 있고 할리우드 유명인사들의 인물 사진부터 풍경, 일상, 누드 사진까지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Staely-Wise 갤러리는 Sous Les Etoiles 갤러리와 같은 소호 100 Crosby가 빌딩의 3층에 자리 잡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내린 후 복도를 따라 걸어가면 빌딩 서쪽 끝자락 공간에 위치한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지그재그 모양의 전시홀 양 벽면을 따라 작품들을 전시 중이며 메인홀 중간에 데스크가 있어 체크리스트와 보도 자료 등을 볼 수 있다. 홀 끝자락의 기둥을 돌아서 좁은 통로를 지나면 작품 보관 및 사무 공간으로 이어지는데, 특이한 점은 주 전시홀과 다른 공간들의 이동이 자유로워 메인 전시뿐만 아니라 작품 보관고 벽면에 진열된 다양한 작품들을 마음대로 보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오를 조금 앞둔 시각,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 선 갤러리는 이미 개관 시간이 지났는데 조명도 켜져 있지 않고, 전시 작가의 이름마저 아직 설치 중인지 공사용 사다리 등이 늘어서 있었다. ‘뭐지, 불도 다 안 켜 놓고. 요즘 갤러리 운영이 어려운가?’라는 생각도 잠시, 오프닝 날짜를 착각하여 저녁에 리셉션이 열리는 전시 준비 날 아침부터 찾아온 바보는 나였다. 하지만 다행히 친절한 직원이 편히 보라며 조명을 켜 준 덕에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패션 사진이라면 당연히 1g의 일가견도 없는 나이기에 이번 전시를 읽는 눈이 그다지 높을 수는 없다. 다만 지난번 Pace/MacGill 갤러리에서 관람한 리처드 애버든(Richard Avedon)의 <Nothing Personal> 전시***에서 느꼈던 것처럼 패션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은 결국 인물을 잘 담는다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홀 중간에 걸린 몇몇의 흑백 포트레이트 사진들을 보며 다시 한번 그때의 생각을 떠 올렸다. 그중에는 재미있게도 드마쉘리에가 담은 애버든의 사진도 있었다.

흑백 포트레이트가 아닌 다른 사진들은 강렬한 원색과 함께 프레임 안 선과 면, 색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역동적인 육상 포즈의 모델, 고요한 호수면 위 외발 자전거 위에 올라 선 모델 사진 등은 정지하고 있지만 동적인 움직임이 느껴지는 사진들이기도 했다. 패션 사진은 다큐나 스트레이트처럼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던 어떤 것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무에서 유의 새로운 형과 미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발견이 아닌 창조의 미학이 더 많이 요구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화려한 의상과 화장의 보그 화보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그렇게 새로이 창조된 아름다움이 보는 이를 압도할 수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러한 새로운 미적 창조는 결국 작가의 끊임없는 노력과 고민의 결과물일 것이다.

메인 전시를 보고 여기저기 자유로이 놓인 다른 사진들을 천천히 둘러보던 중 재미있으면서도 살짝 소름 돋게 하는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높은 빌딩의 튀어나온 꼭대기에 불안히 서서 작업하는 한 사진가를 담은 작품. 연필로 쓰여 있는 작가의 서명은 존 로엔가드(John Loengard). 마침 마음 편히 둘러 보라며 신경 써 줬던 직원이 옆을 지나가기에 말을 걸었다.

“저기, 이 사진 혹시 애니(Annie)니?”

“아, 이거? 저 뒤쪽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니까 크라이슬러 타워일 거야. 여기 보이니, 사진가와 장비를 건네주는 어시스턴트, 그리고 발을 묶고 있는 줄 말이야. 네 말이 맞아, 애니 레이보비츠(Annie Leibovitz). 난 이 사진 볼 때마다 몸이 으스스 떨린 다니까.”

대답하면서 살짝 몸을 떠는 직원을 보고, 다시 수십 층 타워의 꼭대기에서 스스럼없이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의 사진을 보는데 나 또한 으스스함이 느껴졌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런 곳에 서 있을 수 있는 걸까. 아마도 이런 것이 저 사진가의 열정을 보여 주는 한 장면이겠지. 아무리 그래도 난 저기 서서 사진을 찍으라면 못 할 것 같지만.

Staley-Wise 갤러리에 간 날은 내 실수 때문에 허탕 친 날이 될 뻔했는데 친절한 직원 덕에 좋은 전시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작품들까지 즐길 수 있던 기분 좋은 하루였다. 우리 일상의 대부분이 그렇듯 좋은 첫인상은 오래가는 법. 아마도 이 곳은 남은 기간 동안 종종 와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기본 정보

  • 갤러리명: Staley-Wise Gallery
  • 주소: 100 Crosby St. #305, New York, NY 10012
  • 운영시간: 화-토 11:00 am – 5:00 pm
  • 홈페이지: http://www.staleywise.com

*18년 2월 8일 기준

**순서대로 <Part I>, 2008 / <Part II>, 2013 / <Photographs : 1975-2015>, 2015.

***https://bphotokr.com/2018/01/23/04-pace-macgill-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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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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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준비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전시를 보러 갔다. 사진은 왼쪽부터 <Karlie Kloss, Dressed Up Face, New York, Vogue, 2009> / <Karlie Kloss, Feast for the Eyes, New York, Vogu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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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홀. 뒤쪽으로 보이는 사진은 역시 무도 출연으로 익숙한 스테판 커리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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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RuPaul, 1998> / <Leonardo DiCaprio, 1999> / <Richard Avedon, New York, 1993> / <Gisele Bündchen, 2002> / <Lion, 1997> / <Princess Diana,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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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자유로이 진열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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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홀과 사무실을 잇는 작은 통로. 가운데 사진은 아마도 가가. 왼쪽 사진은 <Twiggy in front of Bridget Riley Painting, 1967> by Bert S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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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연인. <Marilyn Monroe with Pink Roses, 1962> by Bert Stern.

DSCF9707

사진을 보는 순간 살짝 소름이 돋았던 애니 레이보비츠의 사진. <Annie Leibovitz with her assistant, Robert Bean on the Chrysler Building> by John Loengard.

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 , , , , ,

1개의 댓글

  1. 사자증명사진이 인상적입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곱게 보고 있는 애독자에요.

    Liked by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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