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ICP Museum


국제사진센터(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이하  ICP)는 뉴욕에 위치한 사진 및 시각 예술 전문 교육 기관이다. 사진집단 매그넘의 창설 멤버였던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의 동생이자 역시 사진가인 코넬 카파(Cornell Capa)가 훌륭한 사진들의 유산을 보존하겠다는 이념 아래 1974년에 설립하였다. 현재는 Bard 대학과 연계한 2년의 MFA 과정, 중-고급 1년 자격증 과정 및 그 외 여러 단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으며 ICP 뮤지엄을 통해 다양한 전시도 열고 있다.

ICP 학교는 시내 중심가 브라이언트 공원 근처 43번가와 6번가의 코너에 위치하고 있다. 지상의 유리 입구를 통과해 지하에 자리 잡은 학교로 들어갈 수 있으며 강의실과 도서관, 암실 등이 이곳에 함께 있다. ICP 뮤지엄은 맨해튼 남쪽 Bowery가 250번지에 자리한 단층 건물로 지상층과 지하 1층 두 곳의 전시 공간으로 나누어 별 건의 전시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뮤지엄 로비에는 서적 및 기념품 가게와 CAPA 카페가 있으며, 빙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거나 스크린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긴 테이블이 따로 놓여 있다.

학교와 뮤지엄은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2019년에는 맨해튼 Lower East Side의 신축 건물로 통합, 이전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ICP 뮤지엄은 2018년 가을 전시 이후 이전 준비를 위해 잠시 문을 닫을 예정이다. 맨해튼의 공간들 이외에 뉴저지에 작품 보관고와 갤러리, 미디어 랩 등이 자리한 ICP at MANA Contemporary도 운영 중이다.

ICP 뮤지엄의 전시 기간은 보통 4~5개월로 한 전시의 기간이 여타 갤러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현재*는 지상층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재미 일본인들을 가둔 강제수용소의 역사에 대한 <Then They Came for Me : Incarceration of Japanese Americans during World War II>가 전시 중이며, 지하 1층에서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관한 에드문드 클락(Edmund Clark)의 <Edmunud Clark: The Day the Music Died> 전시가 진행 중이다.

지상층 전시인 <Then They Came for Me>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재미 일본인들의 강제 수용에 관한 역사를 그 시작부터 끝까지 되돌아보는 전시이다. 지난 1월 Howard Greenberg 갤러리의 <Immigrants> 전시 때 보았던 도로시아 랭(Dorothea Lange)과 앤설 애덤스(Ansel Adams)의 사진들이 바로 이 사건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1942년 당시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의 서명과 함께 발효된 재미 일본인들에 대한 강제 소개법에 따라 약 3년 간 1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제 수용소에 갇혔다. 그들에 대한 강제 소개부터 수용소에서의 생활, 당시 이들을 바라보던 사회상들까지 랭, 애덤스를 포함한 여러 작가들의 사진들과 당시 자료 등을 통해 되짚어 보며 미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되돌아보자는 것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목적이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시대 – 지금 이곳이든, 그때의 그곳이든 – 를 바라보게 하는 일종의 창이라는 걸 생각할 때, 이번 ICP 전시를 포함해 올해 보았던 몇 건의 전시들**은 사진 속 과거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지금 현재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사진 속 과거의 시간들이 프레임 밖에서 살아 남아 지금 여기까지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기록, 다큐멘터리를 가능케 하는 사진의 힘에 매료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지난여름 뉴욕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연회비 $75를 내고 ICP 연간 회원에 가입한 것이다. 전시 무료입장 등의 혜택을 고려한 것이지만 조금 솔직해지자면 허세 9, 회원 특전 활용 1을 기대하고 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무언가 뉴욕에 산다는 기분을 좀 내 보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보자면 이곳에서의 소비 중 가장 잘한 일이 바로 ICP 회원 가입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갤러리 탐방기 작업은 ICP 도서관의 자료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수전 메이젤라스(Susan Meiselas)의 <Carnival Strippers> 전시를 보고 나서 1976년 발간된 초판본을 바로 찾아볼 수 있고, 티나 바니(Tina Barney)의 <Landscapes> 전시를 보고 나서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출간되었던 그녀의 모든 사진집들을 다 볼 수 있는 것은 정말 다른 곳에서 쉽게 얻기 힘든 특전이다. 필요한 자료는 마음껏 복사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또 얼마나 좋은가. 특히 직접 서가를 뒤져 책을 찾고 읽어 보며 얻는 지식은 인터넷 검색을 통한 자료 탐색과는 비교가 안 되는 즐거움이다. (물론 도서관의 방대한 소장 자료들을 내가 얼마나 소화할 수 있는지는 조금 다른 문제이긴 하다.)

당신이 뉴욕 여행을 왔을 때 ICP 뮤지엄에 들러 CAPA 카페의 커피 한 잔을 즐긴 후, ICP 로고가 새겨진 컵 하나쯤을 사고, 전시를 본다면 괜찮은 반나절 일정이 될 것이다. 혹여나 조금 더 장기로 머물 일정이라면 ICP 연회원 가입은 결코 후회하지 않을 투자가 될 것이다. 원하는 만큼 마음껏 사진집의 바다에 빠져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 정보

  • 갤러리명: ICP Museum
  • 주소: 250 Bowery, New York, NY 10012
  • 운영시간: 화 – 일 10:00 am – 6:00 pm (목요일은 9:00 pm 폐관)
  • 웹사이트: https://www.icp.org

*18년 2월 18일 기준.

**방문 순서대로 Howard Greenberg 갤러리의 <Immigrants>, Pace/MacGill 갤러리의 <Nothing Personal>, Sous Les Etoiles 갤러리의 <Turbulent America>, Jack Shianman의 <Gordon Parks – I am You : Part 2> – 각 갤러리들에 대한 탐방기는 B급사진의 다른 글들을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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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P 학교 입구. 공터에 홀로 솟은 유리 건물 입구를 통해 지하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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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로비 풍경. 왼쪽이 기념품 가게 및 서적이며 뒤쪽으로 스크린과 긴 테이블, 전시장 입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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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A Cafe (이름이 무려 C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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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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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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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사료. 일본인과 중국인을 구별하는 방법이 잡지 기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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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San Francisco, California, April 11, 1942> / <Oakland, California, March 13, 1942> by Dorothea Lange. 위쪽은 일본인들에 대한 소개 명령 공고문. “나는 미국인입니다.”라는 간판을 내걸었던 가게 주인은 모든 걸 남긴 채 수용소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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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sel Adams, <Owens Valley, California, 1943>. Howard Greenberg 갤러리의 전시에서 보았던 사진의 장소인 Manzanar 수용소 입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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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식은 어떤 것들을 표현하는 말에 많은 부분을 지배당한다. 이번 전시는 당시 사용되던 순화된(혹은 왜곡된) 표현을 더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바꿔 사용하였다.

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 , , ,

1개의 댓글

  1. 뉴욕에 계시면서 뽕(?)을 뽑으시는
    것 같습니다. 나름의 고충이 왜 없겠냐마는 어쨌든 픙요로운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으니 부럽네요. 사실 2차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들이 겪은 고충은 개개인으로 보자면 비극이고 미국의 부끄러운 인권 유린의 역사이긴 하지만 적어도 학살 같은건 안당했단 점에서 미국인들이 자성의 목소리는 낼 수 있을지언정 일본인들이 징징거릴 일은 아니다 싶습니다. 지들이 한 일을 생각해보면 말이지요.

    좋은 글과 사진 잘 감상했습니다. 🙂

    Liked by 1명

    • 말씀하신 대로 뽕(?)을 뽑기 위해 노력 중인데 그것 또한 쉽지는 않네요, 흐흐. 이번 전시도 Japanese Society 같은 곳의 지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이 자기들이 당한 피해는 엄청 드러내면서 자기들의 과실은 1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을 보면 참 모순적인 놈들인 것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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