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Paul Kasmin Gallery


Paul Kasmin 갤러리는 아트 딜러인 Paul Kasmin이 1989년 소호에 처음 문을 연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전후 및 미국 모더니즘 사조의 예술작품들에 집중하여 온 갤러리이다. 미술, 조각, 설치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을 대표하고 있으며 사진 전문 갤러리는 아니지만 티나 바니(Tina Barney), 로버트 폴리도리(Robert Polidori) 등의 사진가들도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갤러리 소속 작가 중에는 ‘LOVE’ 조각상으로 유명한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도 포함되어 있다.

Paul Kasmin 갤러리는 현재 첼시에 세 곳의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동시에 다른 전시들을 병행하기 때문에 여러 전시를 다양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게다가 2018년 말 첼시에 또 하나의 전시 공간을 열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네 개의 서로 다른 전시들을 동시에 보여주게 될 것이다.

그중 이번에 찾아간 곳은 297 10번가에 자리한 갤러리로 10번가와 27번가가 만나는 사거리의 북서쪽 코너에 자리 잡고 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첼시 공원과 마주하고 있는 갤러리 공간은 그리 넓지는 않지만 높은 천장고로 탁 트인 느낌을 주는 직방형의 홀로 한쪽 구석에 직원이 근무하는 간이 책상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단출한 공간이다. 출입구가 있는 동쪽 전면 및 남쪽 벽의 일부가 유리이기 때문에 낮 시간에는 강한 햇살이 전시를 방해하지 않도록 블라인드를 내려 두었다. 책상 위에는 체크리스트와 전시 관련 자료 등이 함께 놓여 있다.

지금* 전시를 진행 중인 <Landscapes>는 미국 사진작가 티나 바니의 새로운 작품들로 그녀가 대형 뷰 카메라로 담은 풍경 사진들이다. 작품 수는 11점으로 많지는 않은데, 큰 사진은 긴 폭이 60인치 가까이 되는 대형 인화물들로 작가가 80년대 말과 2017년에 작업한 사진들을 함께 걸어 두었다.

바니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고, 속해 있던 미국 동부 최상류 층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잘 알려진 사진가이다. 가족, 친구들,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풍경에 대한 스냅들인데 작가 자신이 상황을 어느 정도 통제하며 사진을 담았다는 점에서 그녀의 작업은 네오-다큐멘터리 장르로 불리기도 한다.** 가족을 담은 첫 작업 이후 지금까지 사진가로서의 커리어를 이어 오는 동안 바니의 작업은 그 대상과 주제가 무엇이든 모두 인물을 담은 작업들이었다. 이는 지금까지 발표된 그녀의 많은 작품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전시는 그녀가 처음으로 보여 주는 풍경 사진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80년대 말 일부 풍경 사진을 시도했던 바니는 그 작업이 자신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고 느꼈고, 이후 최근까지 풍경은 그녀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2017년에 발간된 회고록 성격의 새로운 사진집****을 위해 예전의 네거티브들을 다시 살펴보던 중 오래전에 찍었던 풍경 작업들이 다시 그녀의 눈에 들어왔고, 이후 2017년에 새롭게 담은 사진들과 예전 사진들을 함께 이번 전시를 통해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사람이 아예 들어있지 않거나 (<Drive-in, 2017>, <Dusk, 1989>) 또는 있더라도 사람이 그저 거대한 풍경 안의 하나일 뿐이라는 점에서 작가가 지금까지 보여 줬던 인물 사진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하지만 그녀의 기존 작업들이 단지 인물 사진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계층(미국 동부의 상류층) 의식을 기저에 깔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번 작품들 또한 단순한 지리적 풍경이 아닌 바로 그 상류층 지역의 사회적 풍경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의 논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근 30년의 세월을 건너뛴 80년대 말과 2017년의 작품들이 체크리스트에 명기된 연도가 아니었다면 직관적으로는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이물감이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의 의도가 반영되었겠지만, 어찌 보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의 근본은 그리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덧붙이자면 이번 전시도 좋았지만 티나 바니라는 작가를 알게 되면서 찾아본 그녀의 예전 작업들이 나는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특히 초기 작업인 <Family & Relations>와 <Theater of Manners>는 단순히 소재(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최상류 층의 생활)의 흥미로움뿐만 아니라 사진들이 품고 있는 묘한 긴장감이 작품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그 긴장감은 단지 구성 때문일 수도 있고, 사진 속 인물들의 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다만 그 연유가 무엇이었든 관람자의 시선에까지 와 닿는 긴장감의 기운이 그녀의 작품 전반에 녹아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멘터리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기록’이라는 순수한 언어적 의미에서 보았을 때 바니의 초기 작업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한 단면을 담고 있는 매우 훌륭한 기록이며 이는 작가 스스로 말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바니는 자신의 작업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상류층의 생활방식(to live with quality – in a stlye of life that has quality)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자신의 작업들이 상류사회와 그들의 생활에 대한 질투심을 유발한다면 이는 자신이 아닌 보는 이가 문제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녀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가 ‘엘리트’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져 인식되는 것을 불쾌해했다.********) 그러니, 혹여나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그럴 분은 없겠지만, 고까운 시선 말고 순수한 눈으로 그녀의 작품들을 보며 즐거움을 느껴보길 바란다. 🙂

기본 정보

갤러리명: Paul Kasmin Gallery

주소: 293 10th Ave. / 515 W 27th St. / 297 10th Ave., New York, NY, 10001

운영시간: 화 – 토 10:00 am – 6:00 pm

웹사이트: https://www.paulkasmingallery.com

*18년 2월 27일 기준

**Tinay Barney & Andy Grundberg, <Tinay Barney: Theater of Manners>, Distributed Art Pub Inc., 1997, p. 253.

***가족, 친구들의 일상을 담은 <Family & Relations>, <Theater of Manners>와 유럽 상류층의 생활을 담은 <The Europeans>, 그리고 극단 Wooster Group의 모습을 담은 <Players> 등이 있다.

****<Tina Barney>, Rizzoli, 2017.

*****전시 보도 자료 및 작가 인터뷰 영상. (https://www.paulkasmingallery.com/exhibition/tina-barney–landscapes)

******전시 리뷰, David Rosenberg, <photograph>, March/April 2018, p.90.

*******Tina Barney, <Friends and Relations>, The Smithsonian Institution Press, 1991, p.6.

********Tinay Barney & Andy Grundberg, <Tinay Barney: Theater of Manners>, Distributed Art Pub Inc., 1997, p. 12.

DSCF9766

Tina Barney, <Landsca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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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간 날은 볕이 워낙 좋은 날이라 블라인드를 내려 두었다.

DSCF9763

전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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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e-in, 2017>.

DSCF9760

<4th of July on Beach, 1989>.

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 , , , ,

1개의 댓글

  1. 한 200편쯤 해 주세요.^^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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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뉴욕을 가보기는 가봐야할 것 같습니다 ㄷㄷㄷ

    Liked by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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