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몬스기


야쿠시마(屋久島)에서의 둘째날 새벽, 조몬스기(縄文杉)를 뵈러 떠났습니다.

7,200년 동안 살아오며 인간의 역사를 지켜온, 야쿠시마의 삼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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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몬스기를 뵈러 가는 루트는 보통 3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아라카와 코스는 왕복 22km로 약 10시간, 원령공주의 숲으로 알려진 시라타니운스이쿄 코스는 25km로 12시간이 소요됩니다. 일행이 선택한 요도가와 코스도 전체 25km 정도이지만 대부분이 등산로인 루트입니다. 요도가와 산장을 지나 미야노우라야마(宮之浦山)의 여러 계곡과 능선을 거쳐 최정상까지 올라갔다가 조몬스기를 거쳐 아라카와로 나오는 코스입니다.

어느 코스로 갈까 고민하다가, 존경하는 선배의 조언에 따라 요도가와 코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새벽잠을 설치고 도시락도 먹는 둥 마는 둥 전화도, GPS도 안들어오는 산길을 달려 요도가와등산로 입구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벌써 6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소박한 등산로를 따라 숲으로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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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처음 만난 것은 이끼로 덮인 키큰 나무들이었습니다.
야쿠시마는 섬 전체가 화강암 덩어리라고 했습니다. 보통의 화산섬과 달리 지각 융기에 의해 생긴 섬이고, 태생적으로 흙이 귀하다보니 뿌리가 드러난 나무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이 무척 생경하면서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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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태고의 숲’이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는데, 숲에서 받은 인상이 바로 그랬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을 것 같은 숲 속으로 계속 걸어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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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한 숲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어디선가 숲의 정령이 나타나도 조금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풍경 – 숲은 온전히 그런 신비감으로 가득차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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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에고(花之江河)에 도착했습니다. 미야노우라야마의 중턱에 위치한 고원 습지인데, 6월 중순 이후로는 이름 그대로 꽃이 만발하다고 합니다. 꽃을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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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는 일본 전역의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급격히 높아지는 고도에 따라 층층히 다른 생태계를 보여주는데, 맨 아래 계곡의 고사리군, 그 위의 삼나무숲, 그 위의 고사목들이 있는 너른 평원, 가장 높은 곳의 조리대 평원까지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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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공중에 띄워놓은 데크 위를 걸었습니다. 발을 헛디디면 무릎까지 푹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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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게시다이라(投石平)에 도착했습니다. 원령공주의 늑대, 모로가 뛰어다니던 곳입니다. 말 그대로 바위를 던져놓은 것 같은 평원이었습니다. 너른 바위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땀을 식혔습니다. 탁 트인 풍경이 가슴 깊이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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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재촉해 걷다가 저 앞에 멈춰선 와이프의 시선을 좇으니, 한 마리 사슴이 보였습니다. 열심히 조리대를 씹는 사슴은 사람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야쿠시마에는 주민의 수만큼 많은 사슴과 원숭이들이 살아가고 있다더니, 어쩌면 사슴도 원숭이도 스스로 섬의 주인이라 생각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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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능선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거대한 바위와 조리대의 풍경이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바다도 볼 수 있다는 얘기에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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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 가까워졌습니다. 평평한 데크를 밟으며, 구름 속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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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에서 흔히 만나는 풍경을 일본에서도 발견했습니다. 무척 신기해서 보고 있는데,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무심히 지나쳐갔습니다. 우리처럼 익숙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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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노우라야마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해발 600m에서 시작해 1,936m까지 올라왔으니 제법 올라온 셈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구름 속에 들어와버려서 먼 풍경을 볼 수 없었고, 예정보다 시간이 지체되고 있어 느긋한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간단히 도시락을 먹고 조몬스기가 계신 곳을 향해 서둘러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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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몇 개를 넘고 한참을 뛰는 둥 나는 둥 달려서 다시 삼나무숲으로 들어섰습니다. 요도가와 코스와 달리 이쪽 길은 많은 관광객이 다니는 길이어서인지 데크가 좀 더 넓고 잘 만들어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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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에서는 삼나무가 1,000살이 넘어야 ‘야쿠스기(屋久杉)”라 부른다고 했습니다. 그보다 젊은 삼나무는 쳐주지 않는거겠죠. 조몬스기를 뵈러 가는 길에는 야쿠스기라 불러야 할 지, 혹은 그렇게 부르면 안될 지 알 수 없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은 되었을 삼나무들이 숲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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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려, 마침내 조몬스기가 계신 곳에 도착했습니다. 텅 빈 데크 위에 서 있다, 어쩐지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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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0년이라는, 인간의 역사만큼 오랜 시간을 살아온 조몬스기는 무엇을 목도하고 무엇을 생각해왔을까, 숲에 찾아온 인간들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줬을까, 그 오랜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알 수 없는 경외감에 휩싸여 수 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시간은 이미 늦은 오후, 정상적으로 내려간다해도 아라카와 입구에 도착하면 밤 9시였습니다. 이대로는 조난당할 위험도 있었습니다. 생각으로는 무작정 머물며 더 많은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저 가보겠습니다. 또 뵐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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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재촉했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GPS 조차 잡히지 않는 산속에 고립되는 건 좋은 상황이 아닐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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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윌슨그루터기를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3,000년을 살아왔고, 밑둥까지 잘린 뒤에도 300년을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 경이로운 생명력에 홀려 그루터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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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잠시 바라보다, 새순이 돋아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앞으로도 끄덕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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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야쿠스기를 지나 아라카와로 이어지는 철로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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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는 야쿠시마의 삼나무들을 베어서 운반하던 궤도라고 했습니다. 야만의 흔적들은 이제 옛 시절의 기억으로만 남아, 조몬스기를 뵈러 오는 사람들을 인도하고 있었습니다.

철로를 따라, 해가 진 숲을 걸어 – 어디에도 불빛은 없었습니다 – 종착지인 아라카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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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to be continued

 

카테고리:Drifting태그:, , , , , , ,

1개의 댓글

  1. 수백년이 아닌 진정한 수천년의 세월동안 생명을 이어나오는
    경이로운 기운 앞에서 금새 돌아서야하셨던 아쉬움에 저또한 아쉬워집니다.,
    충분히 머물려서 대화나누셨어여하는데요…
    비록 눈이지만 저도 함께한듯 풍성한 사진도 감사합니다.
    여행기를 보니 저도 꼭 가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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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맘 먹기 전에는 가기 어려운 곳이라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살아가다보면 다시 뵐 날이 있겠지요.

      한번 다녀오시기를 권합니다. 섬 전체가 말할 수 없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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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휴, 사진과 글을 따라오는 내내 숲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 하여 좋았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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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맑은 공기가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원시밀림이 장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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