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난 길


야쿠시마(屋久島)에서의 마지막 날, 세이부린도(西部林道)로 향했습니다. 섬의 북서쪽, 깎아지른 해안 절벽으로 난 길에는 원숭이와 사슴들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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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길을 걸으면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데, 차가 큰 탓에 세울 수가 없었습니다. 경차 두 대가 간신히 교차할 정도로 좁았고 갓길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차창 밖으로 원숭이들과 귀여운 엉덩이의 사슴들에게 손을 흔들며 천천히 등대로 향했습니다. (엉덩이가 하트 모양의 하얀 털로 덮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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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등대에 도착했습니다.

짧은 곶의 끝에 세워진 등대는 동중국해와 태평양을 오가는 수 많은 배들에게 길을 열어줬을 겁니다. 지금은 상시 운영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등대 주위를 한바퀴 돌고 돌아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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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부린도를 지나 섬의 북쪽으로 접어드니, 머지 않아 나가타이나카해변(永田いなか浜)이 보였습니다. 바다거북의 산란지인 이 해변은 5월부터 새끼거북들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알에서 태어난 거북들이 바다로 향하는 모습이 장관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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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맞지 않아 거북이는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태풍이 몰아칠 것 같던 바다와 어느 연인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저런 표현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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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비가 흩뿌리는 바다를 보다가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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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에서 발견한 스파게티집은 그야말로 일본스러운 음식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직접 기른 재료로 만든 한정판’이라고 이름 붙인 메뉴들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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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앞에서 어쩐지 오가는 사람들을 시크하게 관찰하고 있는 댕댕이에게 인사하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인 시라타니운스이쿄(白谷雲水峡)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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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에서도 시라타니운스이쿄는 애니메이션의 실제 무대가 된 ‘원령공주의 숲’입니다.

숲을 만나기 위해 깎아지른 절벽길을 따라 한참을 달렸습니다. 멀리로 동중국해가 보이는 계곡의 풍광이 대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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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타니운스이쿄는 각종 다큐멘터리나 야쿠시마 소개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조몬스기(縄文杉)까지 가지 않는다면, 숲 자체는 느긋한 걸음으로 3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이드와 함께 숲을 걷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궁금증에 안내서를 찾아봤는데 한국어를 하는 가이드는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가이드로 살아가면 어떨까, 잠시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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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의 다른 숲에 비해 상대적으로 걷기 편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길이 평지이거나 잘 닦인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숲을 걷는 아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아빠의 목마를 타고 있었는데, 무척 신이나보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원령공주의 숲을 걷는 건 꽤 근사한 일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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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어느 장면에선가 만났을 풍경들이었습니다. 숲과 계곡, 나무와 개울이 흐르는 소리, 숲의 향기까지 어쩐지 익숙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숲의 정령들도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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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숲의 끝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3시간 코스를 1시간 반 만에 돌아와야했거든요. 일행 중 일부는 조금 더 올라갔다고 했는데, 제가 돌아선 곳 바로 위에 ‘원령공주의 숲’으로 조성된 공간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전해들었습니다. 조금 더 무리해볼걸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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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으로 숲을 걸어나와 꾸불꾸불한 도로를 되짚어 내려왔습니다. 햇볕 사이로 멀리 바다와 계곡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자꾸만 눈에 넣었습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장면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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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으로 향하다, 태평양을 볼 수 있는 바닷가에 들렀습니다. 거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태평양의 바람인가, 잠시 생각하며 먼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야쿠시마공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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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福岡), 가고시마(鹿児島)로부터 오는 프로펠러기가 전부인 작은 공항입니다. 그간 가본 공항 중 가장 작을 것 같았는데, 하루 두 번 비행기가 뜨던 네팔의 룸비니(Lumbini)공항도 여기 보다는 컸습니다.

공항 건물 옆으로 활주로를 들여다보다 기념품을 사고 돌아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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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를 반납하고, 바다로 난 길을 걸어 숙소로 향했습니다. 어스름이 지는 풍경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다시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숙소 인근의 이자카야를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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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젊은 시절을 보냈을 것 같은 얼굴의 마스터가, 투박하지만 정감있는 말투로 맛있는 술을 내주셨습니다. 야쿠시마 특산인 미다케(三岳)는 오유와리(お湯割り)가 제격이라며 이것저것 챙겨주시는데, 속절없이 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술이 제법 올라 마스터와 기념사진을 찍고, 언젠가 또 뵙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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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시마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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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법칙일까요, 떠나오는 날의 아침은 날이 활짝 개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잠시 숙소 앞 안보가와(安房川)를 거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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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아침, 짐을 챙기다가 숙소 거실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과 친필 서명이 올려진 풍금을 발견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실제로 이곳에 머물며 스케치도 하고 작품 구상도 했답니다. 원령공주의 산장이라고 불러야 할까, 실없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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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다로 난 길을 걸어, 안보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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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에서 본 야쿠시마의 마지막 얼굴은 아름다웠습니다. 마음속으로 야쿠시마와, 무엇보다 조몬스기에 다시 인사를 했습니다.

저 가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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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사슴 하트 궁디 팡팡~ ㄷㄷ

    근데, 이글은 전에 본적이 없었던거 같은데요.
    (그러니까 제가 요즘 기억력이 좀 의심스럽기도 했고~ 암튼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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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올려주시는 사진 늘 감사히 잘 보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저만 이렇게 보기 아까워요. 얼릉 모아서 책 내주세요. 별 허덥한 인간들도 다 책을 내는데 ㄷ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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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말 가 보고 싶은 숲입니다. 혹여나 구석구석 일본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꼭 스탈님께 가이드를 부탁 드리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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