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Benrubi Gallery


창립자인 보니 벤루비(Bonni Benrubi)가 자신의 이름을 딴 Bonni Benrubi 갤러리를 설립한 것은 1987년이다. Howard Greenberg, Gitterman 갤러리 등이 있는 57번가의 풀러 빌딩에 첫 둥지를 틀었다가 이후 첼시로 자리를 옮겨 왔고, 2012년 설립자인 보니 벤루비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 현재는 Benrubi 갤러리로 이름을 바꾸고 3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갤러리 소개글에 따르면 20세기 및 컨템퍼러리 사진 작품들에 특히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갤러리 소속 작가들 중에는 일본 작가 와타나베 히로시(Watanabe Hiroshi)도 포함되어 있다.

갤러리가 위치한 521 W 26번가 건물은 이전에 방문했던 Laurence Miller 갤러리도 들어와 있는 곳으로 Benrubi 갤러리는 2층에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왼쪽은 데스크 및 작은 사무공간으로 체크리스트 등 전시 관련 자료가 놓여 있으며, 오른쪽은 회의실인데 유리창을 통해 안에 걸려 있는 작품들은 자유로이 볼 수 있다. 앞쪽으로 직방형의 메인 전시홀이 펼쳐져 있으며 왼쪽의 데스크를 돌아 통로 쪽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작은 별실인 프로젝트 스튜디오가 메인홀과 별개의 전시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구분되어있다. 그 뒤쪽은 사무실과 작품 보관고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공간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갤러리 소속 작가인 제프리 밀스타인(Jeffrey Milstein)의 <Leaning Out>과 갤러리가 작품을 보유 중인 패트릭 D. 파그나노(Patrick D. Pagnano)의 <Empire Roller Disco> 두 개다.

이 중 ‘몸을 굽혀 밖으로 내밀다’는 뜻을 가진 <Leaning Out>은 제목이 은연중에 드러내듯 헬기와 소형 비행기를 타고 수 km 상공에서 담은 항공사진 작품들 전시이다. 작가인 밀스타인은 오래 시간 동안 LA, 뉴욕 등 대도시와 공항, 항만 등을 담은 항공사진 작업을 진행해 왔고 이번 전시에 그 작업들 중 일부가 걸렸다. 전시 작품 수는 총 14점이며 큰 사진은 긴 폭의 길이가 70인치, 작은 작품들도 40인치 이상은 되는 대형 작업들이다.

밀스타인의 항공사진들은 수천만의 인구가 밀집한 메트로폴리탄, 기술 발전의 산물인 대형 발전소와 항만, 공항 등 인간이 만든 풍경이지만, 바로 그 인간들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보여 준다. 기존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질서와 아름다움이다. 뉴욕 5번가를 담은 사진은 수직으로 솟아오른 건물들이 촘촘한 작은 블록이 되어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차와 길 속으로 섞여 들어가 만든 풍경이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었다. 런던의 게이트윅 공항을 담은 작품은 분명 인공의 풍경인데 마치 남미 평원의 미스터리한 고대 그림들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든다. 2차원의 평면에 출력된, 게다가 사선이 아닌 평행한 시선으로 바라본 경치가 그 높이로 인한 아찔함 때문에 보는 이에게 현기증까지 느껴지게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다.

사진의 역사를 돌아볼 때 사진이 표현 가능한 영역에 대한 외연적 확장은 필연적으로 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면 니엡스가 담은 최초의 사진이 8시간을 노출을 필요로 한 반면, 지금은 우리가 눈 한번 깜박할 시간보다 빨리 한 장의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타임이 선정한 100대 사진에도 선정되었던 해럴드 에드거튼(Harold Edgerton)의 우유 방울 왕관 사진**이나 머이브리지(Edward Muybridge)의 달리는 말의 연속 사진*** 등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시야를 넓혀 준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항공사진 또한 기술 발전의 혜택을 적지 않게 입은 분야일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엔 단순히 카메라와 렌즈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기술들(항공, 기계 공학 등)들의 발전까지 포함해서이다.

비용이든, 시간이든 항공사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시선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한국에서도 한때 유명세를 탔던 ‘하늘에서 본’ 시리즈의 작가 얀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의 작품들도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쉽사리 볼 수 없는 풍경이라는 점이 인기에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밀스타인의 작품들은 단순히 시선의 스펙터클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무언가가 들어있다. 이는 인간이 만든 풍경들에 천착한 항공사진 <Flying> 시리즈뿐만 아니라 <Airliners>, <Helicopters and Blimps>**** 등 바로 그 하늘을 나는 기계에 집중해 왔던 작가의 눈이 우리가 보지 못했던 미를 새롭게 드러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자면, 물론 모든 사진들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대형으로 인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작품들은 그 인화물들을 실제 마주할 때의 느낌이 화면 상의 이미지를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밀스타인 전시도 직접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좋았다.

최근에 감상한 전시들 중 이와 같은 대형 작업들이 많다 보니 나도 모르게 대형 인화의 세계에 빠져 들고 있는 중인데, 이다음에 이야기할 Yossi Milo 갤러리의 전시 또한 대형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한 전시이다. (그렇다, 마지막은 다음 편 떡밥이다.) 그럼 다음 편을 기다리는 분들이 생기길 바라며 이번 방문기는 여기서 마무리해야겠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Benrubi Gallery
  • 주소: 521 W 26th St., 2nd Fl., New York, NY 10001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benrubigallery.com

*18년 2월 28일 기준.

**http://100photos.time.com/photos/harold-edgerton-milk-drop

***http://100photos.time.com/photos/eadweard-muybridge-horse-in-motion

****갤러리 아티스트 소개 페이지 참조: http://benrubigallery.com/artist/75/jeffrey-milstein

DSCF9775

<Leaning Out> 전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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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오른쪽은 회의실로 활용되는 공간이다.

DSCF9780

엘리베이터 왼쪽은 데스크와 작은 사무공간이 있다. 그 공간 벽면도 작품을 위해 활용되었다.

DSCF9777

가운데 뒤쪽으로 보이는 통로가 프로젝트 별실 및 작품 보관고로 이어지는 곳이다.

DSCF9772

<NYC Fifth Avenu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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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wick 2 Plane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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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공간에서 진행되던 패트릭 D. 파그나노의 <Empire Roller D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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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특히 마지막 컷이 편안합니다.
    익숙한 사진인데다가 추구하는 장르여서 그런 듯 합니다.
    뉴욕에 다큐나 거리 사진은 저변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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