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제닉 아일랜드


지척에 바다를 끼고 산다는 건 참으로 행운이다. 먼 옛날 어미의 양수같은 바다는 월화수목금 방전돼버린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주곤 하기에.

포항에서 가까운 바다라면, 당장 도시와 어깨를 맞댄 영일대해수욕장을 비롯해서 남으로는 구룡포나 도구, 북으로는 월포와 칠포 등이 있는데 잔잔한 바다와 더불어 정감있는 골목까지 후하게 품은 송도라면 마음의 재충전 뿐 아니라 그럭저럭 사진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으니 여느 주말아침 특별한 목적지가 없는 한 나는 그저 송도로 향한다.

포항 송도는 원래 포항과 떨어진 작은 섬 중 하나로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깨끗한 모래와 솔숲으로 이름난 전국적 휴양지였다. 그러나 산업화는 송도의 모래를 차츰 잡아먹었고 넓고 풍요롭던 백사장은 시멘트벽으로 겨우 막아내야만 하는 볼품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소나무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송도는 그리 낯선 지명이 아니다. 포항과 더불어 인천과 부산에도 송도가 있고, 한글지명인 솔섬까지 범위를 넓히면 이름난 곳만 셈하여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이 중에서 유명세로 따지자면 몇 해 전 마이클 케나의 저작권 논란 중심에 섰던 삼척 ‘솔섬’이 단연 톱이겠으나, ‘송도’라는 지명으로 한정지으면 단연코 안성용 작가의 동명의 사진집을 잉태한 ‘포항 송도’라 하겠다. 송도라는 이름이 주어진 이상 태생적으로 사진적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것일까. 불리는 이름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솔섬’과 ‘송도’ 모두 어쩌면 이렇게도 사진과 친밀한 사이인지 ‘소나무섬’의 영혼은 이토록 사진적이다.

나는 아직 송도를 알지 못한다. 5년 남짓 얕은 시간으로 속깊은 송도를 논할 자격도 없거니와 이미 멋진 좋은 작가와 지인들이 camera eye로 보여준 심상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울렁이는 마음 가라앉히고 이유모를 갈증을 적셔주는 샘물 같은 송도의 매력에 나는 오늘도 이 곳 송도를 바라본다. 이 섬에 기거하고 있는 누추하고 그늘지고 소외되고 외로운 것들이 결코 나와 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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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Drifting, Essay, uncategorized태그:, , , , , ,

1개의 댓글

  1. 송도가 제대로 남아 있었더라면~
    주말 영혼을 살찌울 안식처로 제대로 남았을 법한데 말입니다.

    그래도 주아비님과 같은 분들의 염원이 하나 둘씩 모이고~ 뜻이 전해 진다면~
    지자체에서도 한번 쯤 절충점을 다시금 검토해 볼 법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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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 묵은 동네에 몇년전부터 해변도로가 생기고 공원화가 진행되면서 커피숍이나 식당이 해변쪽을 중심으로 개발이 되고는 있습니다만,
      개발의 풍경은 여기가 해운대인지 광안리인지 포항 송도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멀게만 보입니다.
      그렇다고 알량한 제 사진들로 세상을 바꿀 생각은 없기에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변화를 기록하는 일이면 저는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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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주아비님이 쓰시는 글 속의 표현들이 참…언제 봐도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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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요새 심신 미약으로 송도 사진 정리를 같이 하지 못했네요 ㅠㅠ 척박한 변방에 송도는 말씀하신대로 쉼터와도 같네요. 상권이 살아나며 활기를 찾기는 합니다만 바다로서가 아닌 오션뷰를 즐기는 까페와 술집들이 점령하고 있으니 그또한 아쉽습니다. 변해가는 모습 담담히 기록해나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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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세상의 도시들이 다 비슷비슷해 진다는 느낌적 느낌입니다.^^
    포항은 내륙인에게 피안이거나 휴식이거나 떠남이었습니다만…쩜쩜쩜…ㅎㅎㅎ

    황량한 곳에서 잘라낸 기록들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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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들이 기획하는 축제나 지역현대화사업들이 잘된 선례를 보험삼아 따라하다보니 그 결과물 또한 비슷해질 수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문득 고개를 드니 벌써 5월이네요. 겨우내 쉬었던 관성탓에 카메라에 손이 잘 안가는데 기지개를 좀 펴고 사진 좀 찍으로 돌아다녀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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