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뷰


깜깜한 늦은 밤에 도착했습니다. 볼이 시린 날씨였지만 어쩌자고 이렇게 포근한 것일까요. 짊어지고 온 피로에 까무러칠 것 같았습니다만 어디서 온 것인지 스멀스멀 밀려드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어집니다. 늘어지고 싶었습니다. 반듯하게 각진 택시 타고 숙소로 가는 잠시 동안 창밖 풍경은 신비였습니다.

밤새 끙끙 앓다가 새벽녘에 잠이 들었습니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거실 창을 열었습니다. 쌓이는 눈이 세상 평화롭습니다. 한참 멍 때리다 감전된 듯 챙겨 입고 길을 나섰습니다. 발이 이끄는 곳으로 걸었습니다.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했고, 어느 골목에서 한 동안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셔터를 몇 번 눌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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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가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는 … 이 곳에서 그렇게 한 동안 어슬렁거렸다. ]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한 동안 서 있던 그 골목이 그리웠습니다. 영화 보다가 스프링 튕기듯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그 골목을 만났습니다. 그러니까 그랬던거죠. 언제인지도 모를 언젠가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곤 하얗게 잊었어요. 세월이 흘러 영화의 장면 가운데 있게 되었습니다. 의식 저편 깊숙한 곳에 저장되어 있던 장면하나가 의지와 관계없이 소환되었습니다. 포근함, 안도감, 익숙함 따위의 느낌은 깊숙히 저장되었던 몇 개의 장면 덕분이었을까요.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겪게 되는 영혼의 끌림처럼 말이죠.

 

Love.Letter.1995.1080p.BluRay.x264.AC3-ONe.mkv - 00.10.54.863

[영화 ‘러브레터’ 중에서]

카테고리:Drifting, Essay태그:,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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