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Steven Kasher Gallery


1995년 설립된 Steven Kasher 갤러리는 지금까지 200회가 넘는 전시를 개최하며 순수 사진 및 컨템퍼러리 작품들을 소개해 온 사진 전문 갤러리이다. 특히 다큐멘터리 장르의 사진들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는데 그간 민권 운동(Civil Rights Movement)을 기록한 사진들에 대해서 30회 이상 전시를 열었다. Steven Kasher 갤러리의 소속 작가는 30여 명으로 적지 않은 규모인데 그중에는 일본 사진가 다이도 모리야마(Daido Moriyama)와 뉴욕타임스에 사진 관련 칼럼을 쓰며 사진 에세이집을 낸 테주 콜(Teju Cole) 등이 포함되어 있다.

첼시 515 West 26번가 건물의 2층에 위치한 갤러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왼쪽으로 전시 자료와 안내 책자가 놓인 데스크가 있고, 앞쪽으로는 직방형의 메인 전시홀이 펼쳐진다. 메인 전시홀 중간에는 길쭉한 가변 벽이 있으며 해당 벽의 양면도 전시를 위해 활용 중이다. 메인 전시홀과 연결된 부 전시홀은 크기는 작지만 별도의 전시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Steven Kasher 갤러리는 상시 두 개의 전시를 병행한다. 전시홀들 뒤쪽으로 이어지는 복도형의 공간은 작품 보관과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다. 길을 마주한 쪽으로 일부 자연광이 들어오나 전시 조명은 자연광을 배제하고 인공광만으로 설치하였다.

지금*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전시는 마이클 스파노(Michael Spano)의 <Urban Report>와 안냐 니예미(Anja Niemi)의 <She could have been a cowboy>이다. 메인홀에 걸려 있는 스파노의 전시는 작가가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뉴욕에서 직접 찍은 이미지들을 콜라주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이다. 다양한 이미지들이 복잡하게 중첩, 혼재되어 있는 스파노의 작업은 어지러운 잔상을 보여준다. 아직 다양한 변주가 반영된 사진들을 잘 읽지 못하기 때문에 깊이 있게 보지는 못 했지만 어찌 됐든 새로운 작업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사실 이번에 내 흥미를 끌었던 전시는 부 전시홀에서 진행 중인 노르웨이 사진가 니예미의 <She could have been a cowboy>로 미국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영국의 British Journal of Photography가 ‘최근 활동 중인 작가 중 가장 주목할만한 모던 아티스트 중 한 명(one of the most compelling modern artists working today)’라고 칭한** 안냐 니예미는 1-2년 간격으로 꾸준히 새로운 시리즈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1976년생의 젊은 사진가이다.

니예미는 자신의 사진 작업을 위한 분장부터 모델 역할, 연출, 촬영까지 모두 직접 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신디 셔먼(Cindy Sherman), 그중에서도 <Untitled Film Stills>를 바로 떠올리게 한다. 물론 작업 방식의 유사성이 작품의 유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방법론의 유사성은 니예미와 셔먼이 자신의 의도를 제 뜻대로 표현하기 위해 궁리하는 와중에 만나게 된 접점일 것이다. 모든 조건들을 작가의 손 아래 둠으로써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의 의미까지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니예미의 최신 시리즈인 이번 전시는 작가가 창조한 상상 속의 ‘핑크 드레스 아가씨’가 실은 진짜로 되고 싶은 ‘서부의 카우보이’가 되는 모습을 또 한 번 상상하며 만든 작품이다. 어떤 굴레에 갇힌 벽을 깨고 나오려는 인물을 표현하려 한 것인데 왜인지 결국엔 그 벽을 다 깨지 못했다는 답답함이 조금 남는 사진들이기도 하다. 전시장 한편에는 촬영 때 사용했던 의상과 도구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내 눈 앞에 실재하는 그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저 아가씨와 카우보이는 실존하는 것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소품들을 전시한 작가의 의도도 그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전시된 사진들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짧은 단편을 본 느낌이 드는데, 작가의 초기 시리즈들인 <Do not disturb, 2011>, <Starlets, 2013>이 한 장 한 장 사진의 완결성을 더 고려했다면 이후 작업들은 이번처럼 전체를 통한 서사 구조를 만드는데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

니예미 작업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복제된(multiply, doubling)*** 인물의 이미지는 이번 시리즈 작품에도 사용되었는데 한 공간에 존재하는 핑크색 드레스의 아가씨와 카우보이, 거대한 석비 양쪽으로 결투를 벌이는 카우보이들의 모습은 무엇이(또는 누가) 진실인지 헷갈리게 한다.

이번 전시를 보고 나서 새삼 느낀 점은 철저하게 연출된 사진 속의 디테일 하나하나를 어떻게 읽어내는가이다. 침대에 앉아 코르셋을 벗는 아가씨의 머리 위로 걸려 있는 성화 작품, 모든 사진 중 유일하게 얼굴이 등장하는 남자 카우보이 초상화**** 등은 작가가 사진 속에 담아 놓은 의미들에 대해 조금 더 깊고 천천히 보고 싶게 만든다.

물론 이와 같은 사진 읽기를 위해서는 사진을 넘어서는 여러 예술, 인문 분야에 대한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할 터, 아직도 갈길은 멀고 험하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지만 말이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Steven Kasher Gallery
  • 주소: 515 W 26th St., New York, NY 10001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www.stevenkasher.com

*18년 3월 24일 기준

**Fiona Rogers & Max Houghton, <Firecrackers: Female Photographers Now>, Thames & Hudson, 2017, p. 216.

***같은 책, p. 139.

****<월간 사진예술>, (주)사진예술, 2018년 4월, p.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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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왼편으로 보이는 갤러리 간판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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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홀. 뒤쪽의 출구가 부 전시홀로 이어지며 왼쪽으로 보이는 커다란 가변 벽 사이로 메인 전시홀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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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전시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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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전시홀 입구. 뒤쪽으로 보이는 사진은 <The Imainary Cowbo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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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The Girl, 2018>, <The Cowbo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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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could have been a cowbo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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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tel She Never Visited,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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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ncing Cowbo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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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에 사용한 소품들이 오히려 사진 속 인물의 허구성을 헷갈리게 만든다. 누군가가 진짜로 사용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기분.

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 , , , ,

1개의 댓글

  1. 작가소개와 사진읽기의 곤란함?^^에 대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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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일단 갤러리 이름들이 사람이름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은데 멋지구리합니다.

    전시된 사진들 보면서 아이디어도 얻곤 합니다만
    일단 전 게으르네요. ㅠ

    늘 고맙습니다.

    Liked by 1명

    • 거의 대부분의 갤러리들이 창립자/관장/오너의 이름입니다. 아트 딜러들이 고객 홍보/판매/관리를 위한 공간으로 갤러리를 운영하는 측면에서 보면 ‘내 이름’ 믿고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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