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Keith de Lellis Gallery


Keith de Lellis 갤러리는 Nailya Alexander 갤러리와 바로 마주하여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2017년 가을에 현재의 The Fuller 빌딩 자리로 옮겨 왔다. 갤러리가 기존에 진행했던 전시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시대, 장르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아프리카계 작가들의 작업과 빈티지 프린트들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개인전보다는 그룹전을 진행한 경우가 많았는데 예를 들면 건축 추상 사진, 20세기 중반 미국, 거리 풍경처럼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이에 어울리는 빈티지 작품들을 선별하여 소개해 왔다.

갤러리가 내세우는 것 중 하나는 젊은 시절 무하마드 알리의 수중 권투 사진으로 유명한 <Ali Underwater> 시리즈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가 플립 슐크(Flip Schulke)가 <LIFE> 지를 위해 담은 사진으로 19살의 어린 복서 알리(당시는 캐시어스 클레이(Cassius Clay))가 수중 훈련을 하는 모습인데, 가장 널리 알려진 슐크의 사진이기도 하다. 여기엔 숨겨진 뒷 이야기가 있는데 1961년 촬영 당시 평소 수압을 견뎌 내며 연습하기 위해 수중 훈련을 한다는 알리의 말을 믿고 사진을 찍었는데, 실은 그것이 슐크를 놀려 먹기 위한 알리의 꾀였다는 것이다.* (물론 슐크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이다.) 역사 속의 아이콘이 된 사진 한 장이 어린 복서의 장난기에서 탄생했다니 재밌지 않은가.

유리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에 놓인 작은 테이블에 체크리스트와 전시 팸플릿이 놓여 있다. Keith de Lellis 갤러리의 특징 중 하나는 포스터 형식으로 전시 팸플릿을 만든다는 것이다. 내가 찾아갔던 두 번의 전시도 그랬고, 몇 년 전 전시 자료도 이런 동일한 형태로 만든 걸 보면 꽤 오래 이런 양식을 활용한 것 같다. 접으면 엽서 정도 크기이지만 펼치면 제법 큰 크기가 되는 팸플릿은 만듦새가 꼼꼼해서 좋은 기념품이 될 수 있다.

입구의 복도를 지나면 바로 전시홀이며 크지는 않지만 벽 공간을 촘촘히 활용하여 사진들을 걸고 있다. 전시홀 중간에는 두 개의 소파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고, 한쪽 벽면에 놓인 길쭉한 탁자 위에 다른 전시 관련 자료와 갤러리 소개 자료 등이 놓여 있다. 전시 공간 뒤쪽은 사무실과 작품 보관고이며 사무실 벽면에도 보유 작품들 일부를 전시하여 놓아서 자유롭게 감상이 가능하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앤서니 바보자(Anthony Barboza)의 <Black Borders>이다. 동생과 함께 뉴욕에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성공한 아프리카계 작가 중 한 명이었던 바보자는 오랜 기간 다양한 작업을 해 온 사진가이다. 사진을 배우기 위해 19살이 되던 해에 단신으로 뉴욕에 온 바보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진가들의 그룹인 Kamoinge Workshop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가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후 군 생활을 거쳐 제대 후 뉴욕에 스튜디오를 열고 하퍼스 바자의 뒤표지에 사진을 싣기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 갔다.

“필름 값을 대기 위해서” 패션 사진을 선택한*** 바보자의 관심은 물론 패션 사진에만 머물지는 않았다. “바보자의 네 얼굴”****이라고 표현되었던 그의 작업 영역은 광고/상업 사진, 거리 사진, 저널리즘 사진에 스튜디오 인물 사진까지 다방면에 걸쳐 있다. 그중 이번에 전시 중인 <Black Borders> 시리즈는 작가가 1975년에 반쯤 취미로 시작하였던 스튜디오 포트레이트 작업이다.

자신의 친한 친구들과 당시의 유명한 예술가들을 스튜디오로 불러 찍기 시작한 이 시리즈는 이후 5년 동안 150장이 넘는 이미지로 이어졌다. 바보자는 포트레이트 작업이 피사체와 사진가에 대해 “50대 50”*****으로 이야기를 담는 사진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피사체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과 사진가가 보는 모습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장면에 대한 얘기이다.

바보자의 카메라 앞에 선 예술가들은 사진가부터 시작해서 무용가, 배우, 모델, 음악가, 시인 등등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있는데 그중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진가 듀안 마이클스(Duane Michals), 리젯 모델(Lisette Model)과 애버든(Richard Avedon)의 친구이자 유명한 흑인 작가였던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도 있다.

<Black Borders> 작업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사진 배경의 활용 방법이다. 포트레이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애버든과 펜(Irving Penn)의 인물 사진들을 연구했던 바보자는 자신만의 배경을 창조하여 피사체를 표현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다른 작가들이 무채색의 배경으로 인물을 강조하려 했다면, 바보자는 부정형의 스크래치나 다른 이미지들을 그려 만들어 낸 배경을 통해 카메라 앞의 피사체를 해석하려 했다. 그래서인지 <Black Borders> 사진을 보면 평이하지 않은 다양한 배경의 느낌이 눈에 들어온다.

성공한 흑인 사진가로서 바보자가 진행했던 작업 중 하나는 잊히거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속의 아프리카계 사진가들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것이었다.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오직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다게르(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 Louis Jacques Mande Daguerre)와 함께 사진을 공부하고 1800년대 후반에 활동했던 James T. Ball, 바보자의 우상이었던 흑인 사진가 James Van Der Zee 등 50여 명이 넘는 역사 속의 사진가들을 찾아내어 알렸다.******* 얼마 전 Jack Shainman 갤러리에서 보았던 고든 파크스(Gordon Parks)의 전시******** 때도 느꼈지만 사진의 역사에서 아프리카계 작가이 여전히 과소평가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바보자의 작업은 적지 않은 의미로 다가온다.

Keith de Lellis 갤러리는 전시 작품들, 관람의 용이성, 풍부한 전시 자료 등 많은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웹사이트의 유저 인터페이스나 자료가 상당히 부실하다는 것이다. 갤러리 소개나 전시 보도 자료 등도 제대로 올라와 있지 않고, 디자인이나 메뉴 접근의 편의성도 굉장히 불편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시 체크리스트가 꼼꼼하게 올라와 있다는 것 정도인 듯하다. 향후 웹사이트 개선을 통해 조금 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갤러리가 되길 바라본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Keith de Lellis Gallery
  • 주소: 41 E 57th St., Suite 703, New York, NY 10022
  • 운영시간: 화-토 11:00 am – 5:00 pm
  • 홈페이지: http://www.keithdelellisgallery.com

*http://www.aliunderwater.com/history.htm

**18년 3월 14일 기준.

***Roberta Gardner, “Spatial Relations”, <Camera Arts>, July/August Volume 1, Number 4, p. 66.

****Michael Edelson, “The Four Faces of Barboza”, <35MM Photography>, Spring. 1977, p. 48.

*****<Camera Arts>, July/August Volume 1, Number 4.

******같은 책.

*******ICP Library Artist File 자료. Directions and Perspective – Spring 1975, Lecture Series – Photographers – DP 3.

********뉴욕 사진 화랑 및 전시 탐방기 / #19. Jack Shainma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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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출입문. 뒤쪽으로 보이는 것이 사무실 및 작품 보관고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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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전시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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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Willi & Toukie Smith – Designer & Model, 1978>, <Howard E. Rollins – Actor, 1980>, <Debbie Allen – Dancer, 1977>, <Sylvester – Musician, 1980>, <Angelo Colon – Designer,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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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ane Michals – Photographer,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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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ette Model – Photographer,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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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y Carter – Musician,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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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ri Baraka – Poet,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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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Toukie Smith – Model, 1980>, <Marvin Hagler – Boxer,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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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팸플릿 뒷면. 기념으로 벽에다 걸어도 좋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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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자가 직접 출간한 <Black Borders> 사진집 속표지. 1,500부 한정으로 시리즈 사진들 중 약 30여 점이 실려 있으며 작가의 서명이 되어 있다.

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 , , ,

1개의 댓글

  1. 아~~전시된 사진들 때깔 좋습니다.
    뉴욕에 사진갤러리가 최소한 22곳은 넘는거로군요.
    얼마나 더 있을까요?

    늘 좋은 포스팅 고맙게 보고 있습니다.
    제가 고급져지는 것 같아요.

    Liked by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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