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Flowers Gallery


Flowers 갤러리는 안젤라 플라워(Angela Flowers)가 1970년 런던 웨스트 엔드 지역에 처음 개관한 갤러리로 근 50년 가까운 세월을 거쳐 온 유서 깊은 갤러리이다. 현재는 창립자인 안젤라의 아들이 갤러리를 운영 중이며 런던 두 곳과 뉴욕 첼시 한 곳, 총 세 곳의 갤러리가 있다. 뉴욕의 Flowers 갤러리는 1997년 LA에 문을 열었던 미국 지점을 2003년 뉴욕으로 옮겨 오며 시작되었는데, 메디슨가에서 첼시로 자리를 옮겨 현재 자리에 안착한 것은 2009년이다. 큰 규모의 갤러리답게 작품을 보유한 작가를 포함하여 70여 명의 작가들을 대표하고 있으며 회화, 사진, 조각 등 다양한 예술 장르의 작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 중 사진작가로는 출근길 도쿄 지하철의 풍경 작업(<Tokyo Compression>)과 아파트 같은 도시 건축물을 밀도 있게 대형 화면에 담은 시리즈(<Arcitecture of Density>) 작업을 한 독일 사진가 마이클 울프(Michael Wolf)와 얼마 전 ICP 뮤지엄에서 전시를 진행했던 에드문드 클락(Edmund Clark) 등이 있다.

첼시 529 West 20번가 건물의 2층에 위치한 Flowers 갤러리는 바닥의 차가운 콘크리트와 흰 벽이 주는 인공적이면서도 묵직한 느낌이 인상적인 장소이다. 널찍한 전시 공간은 크게 세 곳의 섹션으로 나누어지는데 출입문 바로 앞에 마주한 곳에 전시 타이틀과 메인 작품이 걸려 있다. 출입문 왼쪽으로 난 직방형의 공간은 가운데 작은 벤치가 놓여 있어 잠시 앉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오른쪽으로는 또 다른 전시 공간과 함께 사무실과 별도의 작품 보관고 및 판매 중인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방이 있다. 사무실 앞의 데스크에는 전시 소개 자료와 작가의 사진집 등이 놓여 있고, 작품 보관고 방 안에는 소장 중인 작품들을 일부 전시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부문(Boomoon)의 <Falling Water>로 부문은 1955년 생 한국인 사진작가 권부문**의 영문명이다. 작가의 영문명과 전시 이름만 보고 갤러리에 오기로 했을 때는 한국인 작가인 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터라 우연한 마주침이 무척 반가웠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번째 뉴욕전으로 아이슬란드의 스코가(Skogar) 폭포에서 작업한 시리즈 중 일부와 이후의 <Falling Water> 시리즈 작업들을 걸어 놓았다. 서울과 속초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부문은 자연을 대상으로 한 작업들을 오랜 시간 진행해 왔는데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기존 자연 작업의 연장선 상에 있으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 사진들이다.

걸려있는 사진 수는 7점으로 많지 않지만 긴 폭의 길이가 90인치 정도 되는 대형 인화 작품들이라 적은 수에도 불구하고 널찍한 전시 공간을 가득 채웠다는 느낌을 준다. 2015년에 찍은 <스코가(Skogar)> 사진들은 순수한 흑백 작업으로 떨어지는 폭포와 그 물줄기를 받아 내는 수평의 수면, 역동적인 폭포의 물살과 상대적으로 고요한 아래 수면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반면 2017년에 청색의 흑백(monochromatic blue)으로 새로이 작업한 <Falling Water> 시리즈는 폭포의 물줄기만을 크롭 하여 물방울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세밀히 잡아 내면서 더욱 추상에 가까운 작업으로 변모했다. 처음 작품을 마주했을 때 아주 진한 밤하늘 은하수를 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는데, 밀도 있는 물방울들의 응집이 마치 촘촘한 별무리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부문 작가의 작업에 대해 많은 글을 써 온 일본인 평론가 쿠라이시 시노는 <Falling Water> 작업에 대해 “고유 명사가 아닌 일반 명사 지칭을 통해 (어떤 특정한 것이 아닌 대상) 그 자체로 회귀하려는 강인한 의지”***를 보였다고 평했다. 그리고 이번 최신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청색조인데 이는 실존하는 대상의 “색채를 찍은 것이 아니”라 “작가가 체험한 현장의 인상이자 사고의 결과물”****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전시장에서 흑백의 <스코가> 작품들과 청색의 <Falling Water> 작품들을 같이 보고 있으면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사진을 보고 있는 듯한 생각도 든다.

여담이지만 이번 작품들의 판매가는 그동안 관람한 여러 전시들 중 비교적 높은 편에 속했는데 – 대략 에디션 당 3만 달러 초반 – 역시 돈이 되는 예술은 추상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역시 진정한 예술은 이해하기 힘들어야 하는 것…?

뉴욕이 예술과 문화의 글로벌 중심이라 하지만 파리, 베를린, 런던 같은 전통적인 유럽 도시들의 문화적 저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한다. Flowers 갤러리는 그중 런던에서 오래 둥지를 틀면서 자리를 잡아 온 곳이고 뉴욕까지 그 세를 넓혔으니 가히 ‘글로벌’ 커버리지를 가진 갤러리라 할 만할 것이다. 또한 컨템퍼러리 사진 작품들과 관련한 사진집 및 프린트들을 꾸준히 만들어 내고 있는 갤러리이므로 이곳 뉴욕에 오게 된다면, 또는 런던에 가게 된다면 시간 내어 들러 보기를 추천한다.

기본정보

  • 갤러리명: Flowers Gallery
  • 주소: 529 W 20th St., New York, NY 10011
  • 운영시간: 화-토 10:00 am – 6:00 pm
  • 홈페이지: https://www.flowersgallery.com

*18년 3월 22일 기준.

**작가 홈페이지(http://www.boomoon.net/index.html)에 작업들, 전시, 출판 및 작가에 관한 텍스트들까지 다양한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관심 있는 분들은 살펴보기 바란다.

***쿠라이시 시노, “폭포의 몸”, <Falling Water>, Kim Art Lab, 2018, p. 64-65.

****같은 책, p. 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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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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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편이 출입문과 마주한 메인 전시 공간, 뒤쪽으로 보이는 곳이 출입문 왼쪽으로 자리한 전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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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 오른쪽으로 펼쳐진 전시 공간. 앞쪽에 보이는 데스크 뒤쪽으로 사무실이 연결되어 있으며 데스크 앞쪽의 통로로 들어서면 작품 보관고와 책장으로 연결된다. 뒤쪽 가운데 보이는 작품은 <Waterfall #454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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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보관고 및 책들을 볼 수 있도록 해 놓은 작은 방. 뒤로 보이는 작품은 부문 작가의 <Naksan #1231, 201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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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 전시 관련 자료와 작가의 사진집들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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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fall #669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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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Skogar #0384, 2015>, <Skogar #5594, 2015>.

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 , , , , , ,

1개의 댓글

  1. 갤러리 이름이 일단 왔다네요.
    사진도 그래서 예쁜이들만 걸었다는 전설이 있던데 사실인가 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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