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Elizabeth Houston Gallery


2015년 문을 연 Elizabeth Houston 갤러리는 다양한 장르의 컨템퍼러리 예술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는 곳으로 컨템퍼러리뿐만 아니라 20세기 빈티지 사진 프린트들도 다수 컬렉션하고 있다. 관장인 엘리자베스 하우스턴(Elizabeth Houston)은 이전까지 Hous Project라는 갤러리를 설립하여 운영하였고 다수의 대회 및 포트폴리오 리뷰에 심사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직 역사가 짧은 신생 갤러리이다 보니 소속 작가는 8명으로 많지는 않은데 이 중 5명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사진가들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갤러리 이름과 똑같은 이스트 빌리지 끝자락의 하우스턴 거리에 붙어 있는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갤러리는 1층의 메인 전시 공간과 지하의 사무실 및 작품 보관고로 이루어져 있다. 직방형의 1층 전시 공간에는 작은 책상 위에 전시 자료와 체크리스트가 놓여 있고 직원 한 명이 앉아서 근무하고 있다. 1층에서 이어지는 철로 된 원형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벽면에 소속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 전시해 놓고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두 개 층을 다 합쳐도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최대한으로 공간을 활용해 작품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존 시르(John Cyr)의 <Developer Trays>이다. 1981년생의 젊은 작가인 시르는 현재 뉴욕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사진가이다. 2010년 School of Visual Art에서 MFA 과정을 마쳤고 ICP에서 조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현재는 Suffolk County Community 칼리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전시인 <Developer Trays>는 2010년대 초반에 그가 작업한 시리즈로 제목 그대로 사진 인화를 위한 현상 트레이들을 찍은 사진이다. 전문 프린터(a professional silver gelatin printer)이기도 했던 시르에게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한 트레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한 사진가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일종의 유물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이 바로 이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었다.** 

시르의 작품 속에 담긴 트레이들이 보여 주는 오랜 현상 작업의 흔적들 – 스크래치, 시간이 배인 색조 등 – 은 이 단순한 사물 – 현상 트레이 – 을 담은 사진을 한 장의 추상화로 변모시켜 주었고 그렇게 시르의 카메라가 포착한 흔적들은 그대로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통해 담은 구십여 개의 서로 다른 트레이들의 사진은 정형화된 배경과 형태를 통해 하나의 아름다운 유형학으로 비치기도 한다.

“우와, 이 샐리 만(Sally Mann)은 바로 그 샐리 만을 얘기하는 거니?”

전시장에 걸려 있는 십여 점의 사진 중 한 작품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맞아. 바로 그 샐리 만의 트레이야.”

직원의 대답을 듣고는 새삼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눈에 담았다. 마치 만이 담았던 가족들***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번 전시에 포함되어 있진 않았지만 2014년 출간된 동명의 사진집에는 앤설 애덤스(Ansel Adams), 마이클 케냐(Micahel Kenna), 메이플소프(Mapplethorpe), 아널드 뉴먼(Arnold Newman), 애런 시스킨드(Aaron Siskind) 등등 쟁쟁한 사진가들이 사용했던 트레이들이 찍혀 있다. 나만의 착각이겠지만 그 사진가들의 트레이 하나하나를 보고 있으면 왠지 그들의 작품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해가는 시대, 특히 사진에 있어서는 필름 회사들이 파산하고 과거의 아날로그 툴들이 점점 더 희귀해져 가고 있는 세상이다. 거기에 더해 암실에서 약품 냄새 맡으며 이루어지는 아날로그 인화는 더욱더 드물어져 가고 있다.

시르도 <Developer Trays>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사진가들을 찾아다닐 때 이미 많은 수가 아날로그 암실 작업을 접으면서 과거의 도구들을 남겨놓지 않아 아쉬운 적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시르의 이번 프로젝트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또 하나의 소중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처음에 사진들만 마주했을 때도 좋았지만 나중에 찾아본 작가의 사진집 서문을 읽고 다시 한번 작품들을 천천히 감상할 때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사진을 볼 때 이미지보다 말을 우선하지는 않지만 잘 정리된 생각과 글은 작품을 읽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나의 사진들도 조금 더 정갈한 언어로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내 시선과 사고의 흐름을 나부터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기본정보

*18년 4월 26일 기준

**John Cyr, <Developer Trays>, powerHouse Books, 2014, p. 4-5.

***샐리 만의 <Immediate Family>는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들 중 하나이다.

****John Cyr, <Developer Trays>, powerHouse Books, 2014, p.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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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서 바라 본 1층의 전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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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및 작품 보관고로 사용되는 지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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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 Barsil’s Developer Tray,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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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Adam Fuss’ Developer Tray, 2010>, <Barbara Mensch’s Developer Tra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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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ly Mann’s Developer Tray,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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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Developer Tray from the George Eastman Legacy Collection of the George Eastman House, 2011>, <Jim Megargee’s Developer Tra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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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er Tray form the Photo History Collection of Smithsonian’s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2010>.

카테고리:Essay, Review태그:, , , , , , , ,

1개의 댓글

  1. 빈티지 사진 컬렉션이 궁금, 땡김입니다.
    고급져 보입니다.

    로또 맞으면 갤러리 하고 싶. ㄷ

    Liked by 1명

  2. 작품제작을 위한 스태프에서 주인공으로 변신한 운이 좋은(?) 트레이들이군요.
    저 역시 트레이들을 보면서 사진가들의 작품을 보는듯한 착각이 듭니다.

    Liked by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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