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이미나토


돗토리현 서부 끄트머리에 자리한 사카이미나토는 일본 국민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으로 그의 대표작 ‘게게게의 기타로’를 테마로 한 요괴마을로 유명함과 동시에 산인지방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특유의 스타일을 구축한 세계적 사진가 우에다 쇼지의 고향이기도 하다. 고향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돗토리 사구는 일평생 그에게 있어 훌륭한 스튜디오였으며, 이 곳에서 가족사진과 유머러스한 셀프사진 그리고 평생의 모델이었던 아이들을 원없이 찍었다. 지금도 요괴거리 ‘미즈키 시게루 로드’ 한켠에는 70년간 우에다 쇼지 작업의 근간이 된 ‘우에다 카메라’가 그의 셋째 아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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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 사카이미나토 수산진흥협회를 통해 예약해 둔 어시장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이른 아침 나는 숙소를 나와 요괴들의 천국인 미즈키 시게루 로드로 들어섰다. 산인(山陰)지방의 8월 하늘은 지명마냥 우중충하고 무겁다. 인기척 없는 새벽거리를 걸으며 만나게 되는 눈알 가로등과 검은 고양이 그리고 신사나무에 둘러쳐진 금줄은 오직 음산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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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벽적으로 깨끗하고 단조로운 골목풍경을 벗어나 탁트인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출발지인 호텔로부터 어시장은 정동쪽이었으므로 왼쪽으로 꺽은 채 두 블럭 정도 걸어나가면 나카우미호에서 미호만으로 흐르는 해협을 만날 수 있다. 멋스런 구름 스카프를 걸친 해협 건너 이나리산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문득 호수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물은 어떤 지점을 경계로 민물과 해수로 구분되어지는지 궁금해졌다. 학문적인 접근에서 염분의 농도구배 따위로 구분하자니 드넓은 강을 두고 일일이 측정이 가당키나 할까 싶고, 행정편의적 접근으로 지리적 생김새에 의거해 구분하자니 섬세하고 정교한 자연이 섭섭해할 것만 같다. 어쨋든, 이런 저런 잡생각은 마침내 나를 목표지점인 어시장 입구로 안내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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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약속된 시간, 약속된 장소에서 투어 가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예약 관계로 주고받은 메일에서 먼저 알게된 ‘에지리상’은 실제 만나보니 나이 지긋한 백발의 신사였다. 30대 전후의 젊은이일거란 내 멋대로의 추측 따위는 보기좋게 빗나간 것이다.

오전 7시 투어참가자는 나 혼자였음은 이내 알 수 있었다. 에지리상은 나를 보자마자 수산협회 사무실로 안내했고, 어판장 내 간단한 안전수칙을 일러준 후 투어참가자 식별용 노란 모자를 건넸다. 사카이미나토 항과 마찬가지로 넉넉한 동해바다를 등에 업은 죽도시장에서 사진잔뼈가 굵은 나였기에 ‘경매에 방해되지 말 것’, ‘지게차와 바닥 미끄럼 주의’ 등 어판장 투어 유의사항은 이미 체화된 터였다.

노란모자 쓰고 병아리마냥 어미닭 에지리상을 따라 어판장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봄에는 연어, 여름은 참치와 굴 그리고 가을과 겨울은 각종 게와 오징어가 주류를 이룬다며, 계절 따라 많이 잡히는 어종에 대한 설명을 곁들어주신다.

한편, 사카이미나토 어판장 풍경 중 눈에 띄인 것은 바로 호가방식이 죽도시장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점이었다. 수신호로 호가하고 경매사는 그 중 최고가를 제시한 입찰자를 지명하여 낙찰하였다. 오히려 같은 일본이라도 손바닥만한 수첩을 사용하던 가고시마와는 달랐다. 포항과 사카이미나토는 씁쓸한 역사 위에 동해바다를 매개로 수산자원 뿐 아니라 경매시스템 또한 공유하게 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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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의 방문 그것도 제한된 시간 50분간 찍어낼 수 있는 사진은 사실 거기서 거기다. 투어프로그램을 통해서만 견학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은 시점에 이미 사진욕심은 내려두었기에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저 위엄서린 경매모자 사이에서 어판장이 발산하는 낯선듯 낯익은 자극들을 나의 감관을 동원하여 최대한 수용하려 애를 썼을 뿐.

사카이미나토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그 날의 일포드 흑백필름은 기억의 책갈피로서 나에게 훌륭한 6번째 감관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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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카이미나토 교통편: 에어서울 ‘인천-요나고’ 노선와 DBS크루즈 ‘동해-사카이미나토’ 노선이 운영 중임
  • 사카이미나토 수산경매장: 경매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으며, 수산진흥협회에서 주관하는 투어를 통해 참관이 가능함. 비용은 1인당 300엔이며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음. 투어시간은 50분이며 오전 7시, 9시, 10시에 진행됨. http://sakaiminato-suisan.jp
  • 우에다카메라 주소: 〒684-0012 Tottori-ken, Sakaiminato-shi, Nakamachi,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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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aken with leica m6, summicron 35mm 4th, ilford hp5+

카테고리:Drifting, Essay, uncategorized태그:, , , , , , , ,

1개의 댓글

  1. 아!
    죽도시장 시즌 2….ㄷ
    ㅎㅎㅎ

    문화적 코드가 장착되지 않고서는 그곳이 그곳이고 이곳이 이곳인 것 같습니다.
    낮선곳에서의 익숙한 포착이라니…데자뷰 같네요.

    Liked by 1명

    • 낯선듯 낯익은 경험은 데자뷰라 부르기에 충분한듯 합니다.
      죽도시장도 좀더 깊숙히 들어가야하는데 심리적 감정적 벽이 만만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습니다.
      내면이 성숙이 먼저인듯 싶습니다. 늘 눈여겨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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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역시 덕에게는 게게게노 기타로 테마 열차로 머리속에 남어있는 사카이미나토 지역이군요. 이곳에 한번 가봐야지 하며 페리를 타고 넘어가는 루트나 비행기를 타고 넘어가는 루트를 짜보던 대학생때가 엊그제 같아요.
    어판장의 활기나 모습은 한국과 많이 닮아있네요.
    술술 읽히는 글로 남겨주신 여행기, 고맙습니다.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아직도 못 가본 그곳. 가보고 싶습니다.

    Liked by 1명

    • 유령열차 타는 플랫폼 ‘0’가 유명하다던데..
      그곳에서 직적 타보고도 여행 다녀와서야 알게되는 저란 사람은 일반인인가봅니다. ㅎ
      베트남 스냅과 여행사진들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거진에도 자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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